'베스트 버거' 공략했지만 기본 위생관리 실패
품질관리 차 도입한 '2차 유효기간'이 발목...관리 태만 부추겨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과거 햄버거병 논란에 휩싸였던 맥도날드가 이번에는 유효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프랜차이즈의 시초격인 맥도날드가 기본 위생관리에 연이어 실패하고 있는 모습이다. '품질경영'을 강조했던 앤토니 마티네즈(Antoni Martinez) 한국맥도날드 대표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베스트 버거'로 품질·맛 강조했지만...기본 위생관리 실패
6일 업계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등 시민단체는 이날 서울 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맥도날드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유효기간이 지난 식자재를 사용한 것이 드러나자 맥도날드가 아르바이트생의 잘못된 판단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앞서 최근 서울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자체 유효기간이 지난 빵과 또띠야를 버리지 않고 포장에 붙은 유효기한 스티커만 교체한 뒤 사용한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고발됐다. 한국맥도날드는 "일부 매장 직원의 일탈"이라며 해명했지만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이 본사의 관리 부실을 아르바이트생에 전가한다는 비판 세례를 받고 있다. 해당 매장 관리자와 아르바이트생에게는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 한국맥도날드가 온라인 컨퍼런스 영상을 통해 앤토니 마티네즈 대표 취임 1주년 메시지를 공개했다. [사진=맥도날드] 2021.03.16 shj1004@newspim.com |
일각에서는 앤토니 마티네즈 대표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티네즈 대표가 지난해 1월 한국맥도날드의 수장으로 취임하며 약속했던 '식재료 품질 향상'의 결과가 위생불량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마티네즈 대표는 버거의 맛과 품질을 개선한 '베스트 버거'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다. 햄버거 번(빵)을 프리미엄 번으로 교체하고 소스, 재료 등을 증량해 맛있는 버거를 만들겠다는 시도다. 2017년 발생한 햄버거병(HUS·혈성요독증후군) 논란으로 위기를 겪던 맥도날드는 베스트 버거 도입 후 긍정적인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판매량도 증가해 지난해 매출액 7910억원으로 업계 1위 자리를 굳혔다. 전년 대비 9% 상승한 수치다. 올해는 BTS세트가 흥행하면서 실적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식자재 논란으로 기초적인 위생관리에 실패한 것이 드러나면서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시간제 근무자인 '맥도날드 크루' 출신이었던 마티네즈 대표가 이번 사태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책임을 돌린 것이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높다. 마티네즈 대표는 호주의 맥도날드 한 매장에서 맥도날드 크루로 근무를 시작해 한국 대표자리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진다. 신정웅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위원장은 "알바가 무슨 권한이 있고 이득이 생기고 간이 부었다고 유효기간을 고치는 일을 스스로 하겠느냐"며 "해당 매장의 관리자와 한국맥도날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품질관리 차 도입한 '2차 유효기간'이 발목...업계선 '명백한 관리부실' 지적
맥도날드가 품질관리 차원에서 도입한 '2차 유효기간'이 오히려 관리 태만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맥도날드는 지난 2019년 원재료의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자체 품질관리 기간인 '2차 유효기간'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기존 유통기간 보다 앞당겨 책정한 자체 유효기간으로 별도의 스티커를 붙여 표시하는 방식이다.
햄버거병 논란에 따른 소비자들의 우려와 불신을 해소하려는 취지였지만 이번 논란으로 '2차 유효기간'의 실효성에도 의구심이 더해졌다. 논란이 된 매장에서 2차 유효기간이 지난 식재료에 날짜를 변경한 스티커를 덧붙인 뒤 사용하는 행태가 버젓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간판 [사진=로이터 뉴스핌] |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명백한 관리부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유통기한 등 식재료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운 것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선입선출 기반의 유통기한 관리는 보통 매장 관리자가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라며 "매일 점장이나 관리자들이 직접 체크하는 부분이라 아르바이트 직원이 독단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이 좀 미심쩍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식업을 하다보면 의도치 않게 이물질이 혼입되는 문제가 종종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번 맥도날드 사태는 의도성이 엿보인다는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실제 유통기한을 속이려는 의도성이 있었다면 직원 징계만으로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라며 "본사 차원의 방문관리도 주기적으로 있었을 텐데 이를 바로잡지 못한 것은 관리력 부실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