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뉴스핌] 이민 기자 = 경북 영주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한 폭행사건(본지 4월 30일 보도)의 피해자로 알려진 학생들이 수개월간 동급생을 괴롭혀 온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게다가 학교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안지하고서도 수 개월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영주 A고등학교 학생이 작성한 진술서.[사진=독자제공] 2021.05.01 lm8008@newspim.com |
1일 영주의 A고등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에 따르면 3학년 선배들로부터 감금 및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2학년 B학생과 C학생은 오히려 수개월 동안 동급생들을 구타하거나 성희롱을 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부모는 "현재 가해자로 지목된 3학년 학생들은 학교를 대표하는 임원들이다"며 "학생선도를 위해 생활지도, 흡연검사 등 학교로부터 학생생활의 전반적인 통제권한도 일부 위임 받아 학생계도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급생에게 지속적으로 신체 및 언어폭력, 성희롱 등 괴롭힘을 당해 힘들어하는 후배의 상담내용을 접한 학교임원들(3학년생)이 가해자로 지목된 2학년 B생과 C학생을 불러 타이르는 중 가벼운 신체 접촉이 있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B·C학생이 주장하는 폭행과 추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교 폭력에 대한 학교 측의 부적절한 대응도 폭로했다.
이 학부모는 "한 학생이 1학년 때 학생부 교사에게 B·C학생으로부터 당한 학교폭력 고민을 상담했지만 학교 측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후 폭력피해가 지속돼 2학년 때 재차 고민을 상담했지만 이 때도 추가 조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B·C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2학년 동급생들의 진술서 여러장과 동영상도 공개했다.
공개한 진술서에서는 B·C학생이 '00이의 엄마를 내가 00했다' '00이의 엄마는 00' '00이의 아빠는 00'이라며 도를 넘은 성적 희롱이 상세히 담겨 있다.
또다른 학생은 이들이 1학년 초반부터 최근까지 동급생을 구타하고, 패드립(부모나 윗사람을 욕하거나 개그 소재로 삼아 놀림)과 엄청난 욕을 했다고 썼다.
동영상 속에서는 가해학생이 "앞으로 잘하겠다. 지켜봐 달라. 한 번만 기회를 달라"며 동급생 피해 학생을 회유하는 통화 내용도 있다.
앞서 영주의 A고등학교 자체 실태 조사에서 이 학교 3학년 학생들이 지난 11일 오후 10시 30분께 2학년 학생 2명을 기숙사로 불러 집단폭행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A고등학교 기숙사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보했지만, 신고된 폭행 장면은 나오지 않고 일부 학생들의 모습만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CCTV에 모습이 비친 일부 학생들을 불러 1차조사를 마쳤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측과 피해자측 주장이 일부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며 "사실 규명을 위해 조만간 해당 학교 교사들도 참고인으로 소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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