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
전문가들 "스토킹 범죄 특성 고려해야...보완 필요"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5)의 범행이 드러나며 이른바 '스토킹처벌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스토킹처벌법은 가해자 처벌 강화라는 기대 효과가 있는 반면, 범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반의사불벌 조항으로 인해 제2의 김태현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8일 국회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으로 일컬어지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달 24일 본회의에서 가결돼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국회에서 처음으로 스토킹처벌법이 발의된 지 약 22년만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이 5일 밤 서울 노원구 노원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실명과 얼굴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날 김태현은 마스크를 쓰고 호송차에 탑승했다. 2021.04.05 leehs@newspim.com |
제정안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경우를 스토킹 범죄라고 규정했다. 스토킹을 했을 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스토킹을 저지르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 처벌된다.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면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비교적 강해진 것이다. 그간 스토킹은 사안에 따라 경범죄처벌법 등 처벌이 경미한 법률의 적용을 받았다.
스토킹 범죄 처벌에 대한 기대는 높아졌으나 현장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반의사불벌죄로 정한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꼬집었다.
은지민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스토킹은 사람을 시달리게 하는 특성이 있는데, 앞으로 안 한다고 약속하고 합의만 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끝나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이번 노원구 세 모녀 사건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 변호사는 그러면서 "스토킹 범죄를 근절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법"이라며 "법적으로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지속적·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경우를 스토킹 범죄라고 규정한 조항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실제 이 법이 적용됐을 땐 지속·반복성이 쟁점이 될 수 있는데, 일회성일 경우에 법 적용이 힘들다는 맹점이 있는 것이다.
은 변호사는 "법에서 말하는 지속·반복성에 대해 충분히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며 "스토킹은 보통 알고 지내던 사이에서 일어나는데, 피의자 측이 일상적으로 주고받은 연락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경우도 제정안이 규정한 지속·반복성에 포함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찰 지침과 법원 양형 기준이 만들어져야 하는 부분도 남아있고 판례도 축적돼야 한다"면서도 "'지속적·반복적'이라는 표현이 피해자가 1명이어야 한다는 것만 아니고 이를 내포한 의미다. 스토커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여러 명이어도 지속적으로 스토킹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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