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tvN이 과한 PPL(Product Placement, 간접 광고)로 발목을 잡혔다. '여신강림'에 이어 최근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연일 호평을 받고 있는 '빈센조' 역시 과도한 중국 PPL로 뭇매를 맞고 있다.
◆ 드라마 장악한 중국 PPL…비빔밥도 '중국산'?
지난 14일 방송된 tvN '빈센조'에서는 전여빈(홍차영 역)이 송중기(빈센조 역)에게 비빔밥을 건네는 장면이 송출됐다. 해당 장면은 3초 가량으로 짧게 스쳐 지나갔지만, 여파는 대단했다. 한국 전통 음식인 비빔밥이 중국 브랜드의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중국인들이 한국의 김치와 한복은 물론 전통문화유산인 매듭장까지 중국의 문화라고 주장하며 '문화 동북공정 사태'가 발생한 상황에서 이번 '빈센조'의 중국 PPL이 시청자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드라마 '빈센조'에 등장한 중국 브랜드 비빔밥 [사진=tvN '빈센조' 캡처] 2021.03.18 alice09@newspim.com |
'빈센조'는 현재 전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넷플릭스에서도 공개되고 있는 만큼, 해외 시청자들이 한국 전통 음식인 비빔밥을 중국 음식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방송 이후 "드라마 제작비 충당을 위해 선택한 상황이겠지만, 요즘 같은 시기엔 정말로 안타까운 결정인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중국이 김치, 한복, 판소리 등을 '자국의 문화'라고 어이없는 주장을 계속해서 펼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이번 PPL은 한국을 타켓팅한 것이라기 보다는, 한국 드라마의 전 세계 영향력을 통해 수 많은 나라에 제품 홍보를 노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가장 우려되는 건, 중국어로 적힌 일회용 용기에 담긴 비빔밥이 자칫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중국음식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tvN…"대체 방법 고민해야 할 때"
tvN이 중국 PPL로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 '여신강림'에서도 과도한 중국 PPL로 이미 시청자들의 반감을 산 바 있다.
'여신강림'의 경우 중국 드라마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작품 속 배경엔 수많은 중국어가 등장했다. 중국 기업이 생산하는 인스턴트 훠궈를 먹는 장면에 중국 유통 기업 광고판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주인공의 모습, 중국어 광고 포스터가 부착된 편의점 앞에서 음식을 먹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기에 충분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드라마 '여신강림'에서 나온 중국 PPL [사진=tvN '여신강림' 캡처] 2021.03.18 alice09@newspim.com |
특히 '여신강림'에서 나온 훠궈는 한국에서 보편적으로 판매되는 제품이 아닌,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구할 수 있는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배경인 한국 드라마" "다된 밥에 중국 뿌리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드라마 내에서 PPL은 언제나 논란거리가 됐다. 시청자들 역시 제작비 충당을 위해 PPL을 사용하는 것을 인지하고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지만, 논란이 되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설정 때문이다. 또 현재 중국과 김치, 한복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PPL이 과도하게 노출되다 보니 시청자들의 반감만 커지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고 '여신강림'의 시청률은 소폭 하락했지만 tvN은 '여신강림'때부터, 그리고 현재 '빈센조'의 PPL 논란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를 제작할 때 부족한 제작비를 PPL로 충당하기 때문에 작품에서 PPL는 빠져선 안 될 요소"라며 "최근 코로나19로 PPL을 받기 힘든 상황이라 가려서 받을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진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드라마가 OTT에서도 같이 공개되는 추세인 만큼 PPL의 파급력 또한 다시 한번 생각을 해야 한다. 그리고 드라마의 타깃 시청 국가는 먼저 한국이기 때문에 국내 시청자들의 반감이 커지면 대체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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