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김해공항 모두 이전이 가장 효율적" 판단
가덕도, 대규모 매립 비용 발생…"부산시안 비현실적"
검증위, '미래적 제약' 근거로 김해신공항 재검토 결정
추정수요 대비 김해신공항 공급 30% ↑…검증위 근거 부족
국회, 김해신공항 재검토 절차 생략…'아묻따' 가덕도 밀어붙여
선거 앞두고 대통령 나서 국토부 질책…예타 면제 안될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안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내린지 3개월여 만이다.
김해신공항이 부적절하다면 가덕도 신공항은 왜 타당한지, 더 나은 대안은 없는지 논의하는 절차는 사라졌다. 정치권은 선을 긋고 있지만 두 달도 채 안남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을 공략하기 위해 절차를 생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특별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줄곧 반대 입장을 피력해왔다. 투입 예산 대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게 주요 이유다.
특별법은 필요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의무 조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실제 예타 면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예타 면제 조항을 넣는 대신 남겨둔 사전 타당성조사와 환경영향평가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가덕도 신공항이 현실화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시 강서구 부산신항 다목적부두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 '에 참석, 김경수 경상남도지사로부터 동남권 메가시티의 경제공동체 구상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다.[사진=청와대] 2021.2.25 photo@newspim.com |
◆ 국토부, '국제선만 이전' 부산시안 '비현실적' 판단…돗대산 사고 위험 해소 안되는 점도 문제
1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비용이 김해 신공항보다 4배 이상 소요된다고 분석했다.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국제선 ▲국제선+국내선 ▲국제선+국내선+군시설 등 3가지 방안을 검토했다. 김해공항 시설 모두를 옮겨오는 3안은 28조6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김해 신공항 건설비 6조6000억원의 4.4배에 달하는 규모다. 김해신공항은 매립이 필요없는 반면 가덕도 신공항은 최대 575만㎡의 매립이 필요하다. 부산시가 제시한 가덕도 신공항 예산규모(7조5000억원)에 비해서도 4배 가까이 많다.
문제는 3안 가운데 부산시가 제시한 국제선만 건설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사실상 국토부는 국제선과 군시설을 모두 이전하는 안을 가장 효율적으로 봤다.
부산시 방안대로 현 김해공항의 기능 중 국제선만 가덕도로 이전하면 항공기 운영 비효율성이 높아지고 환승객 이동동선 증가로 운영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복수공항을 운영하면 돗대산 충돌사고 위험이 남는 점도 문제다. 애초에 동남권 신공항을 건설하려 했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든 셈이다.
동남권 신공항 논의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 민항기가 김해공항 북쪽 돗대산에 충돌하는 사고를 계기로 논의가 본격화한 이후 2018년 국토부가 마련한 김해신공항 건설 기본계획에는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안전성 강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반면 부산시 안대로 국제선만 가덕도로 옮기고 기존 김해공항을 국내선 공항으로 계속 운영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토부에 따르면 공군 역시 국제선만 가덕도로 이전하는 방안은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복수공항 운영으로 공역이 혼잡해지고 관제업무도 복잡해져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국제선과 국내선을 가덕도로 옮기는 방안 역시 문제가 남는다. 군 비행장 존치로 공역 간섭이 발생하고 기존 공항 소음도 해결할 수 없다. 지역 내 일각에서 김해공항 부지에 아파트 등을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결국 김해공항의 모든 시설을 가덕도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부산시가 예측한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사진=부산시] |
◆ 김해신공항 검증위, 재검토 결정 이유로 '미래적 제약' 제시…예측 수요 대비 공급 충분해 근거 부족
다만 국토부가 추진 중이던 김해신공항 역시 총리실 산하 검증위가 재검토를 결정한 점에서 한계는 있다. 하지만 검증위 발표를 살펴보면 김해신공항에 대한 재검토의 근거가 미흡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기본 여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과거 국토부가 제시했던 관문공항 기준인 ▲활주로 3200m ▲서비스수준 Ⅲ 이상 ▲여객 연 최대 3800만명 처리 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4시간 운영 역시 서비스 개시 시점에 경영 여건에 따라 공항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봤다. 다만 안전성 문제와 소음 관련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검증위가 이런 판단을 뒤집는 근거로 내세운 건 '미래적 측면에서의 제약'이다.
하지만 검증위는 이런 제약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단순히 "동남권을 대표하는 공항으로서 미래에 예상되는 변화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사용 가능 부지가 대부분 소진돼 향후 활주로 수요가 추가로 요구돼도 확장이 불가능하다"고 언급한 게 전부다. 미래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 대한 언급 없이 막연히 제약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김해신공항 재검토를 결정한 셈이다.
검증위의 이런 판단은 근거가 미흡하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이 추정 여객수요 대비 훨씬 많은 항공공급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검증위 역시 활주로 길이 연장과 추가 건설 필요성에 대해 "2056년 추정 여객수요 2925만명을 감안할 때 추가 건설은 불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해신공항의 목표인 연간 3800만명 수요 처리는 2056년 추정 수요 대비 30% 많은 규모로, 김해신공항이 예측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해신공항 예상 수요가 과대산정된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는 2050년 기준 3218만명이 예측됐지만 이 또한 김해신공항이 수용 가능하다. 사전 타당성 조사가 영남권보다 많은 전국 기준 국제선을 근거로 수요가 추정됐고, 성장률 역시 최신 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한계 등을 감안하면 김해신공항 여객공급은 충분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 절차 생략한 특별법, 선거 앞두고 '졸속' 비판 피하기 힘들 듯…기재부 예타 필요성 언급 부담
검증위가 김해신공항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일부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검증위 판단을 존중한다면 김해신공항에 대한 재검토가 선행됐어야 한다.
실제 국토부는 검증위 발표에 대해 법제처에 해석을 요청한 상태다. 만약 검토 결과에서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이후 가덕도를 포함한 신공항 부지를 새로 선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런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밀어붙였다. 검증위 판단의 근거가 미흡했던 만큼 재검토 결과 김해신공항 백지화라는 결론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비판을 피하기 힘든 지점이다.
이런 절차적 문제에도 특별법은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속전속결로 제정됐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속도를 낼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다만 실제 사업이 현실화하기까지는 만만치 않은 과정이 예상된다.
우선 특별법에 명시된 예타 면제가 가능할지가 변수다. 조건 없는 예타 면제 조항을 포함했던 원안 대비 본회의를 통과한 특별법에는 기재부 장관이 필요시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예타 면제를 위해서는 국토부가 면제 사유 등을 기재부 장관에 제출해야 한다. 기재부 장관은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예타 면제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문제는 기재부가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예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국토부가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재부는 검증위 발표 이후 기존 김해신공항 확장사업에 대한 처리 방향을 결정한 뒤 입지 등 신공항 추진을 위한 주무부처의 사전 타당성 검토와 더불어 예타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해신공항 대비 4배 이상 많은 비용을 들여 항공업계와 지역경제 이익이 얼마나 창출될지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다.
다만 여야를 막론하고 보권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국토부가 예산 낭비 등을 들어 특별법에 사실상 반대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국회가 특별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특별법 본회의 처리를 하루 앞둔 지난 25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방문, 국토부에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질책성 발언을 내놨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가덕도 방문에 대해 "신공항은 선거용이 아닌 국가의 대계"라고 해명했지만 선거를 앞두고 절차를 무시한 채 특별법을 처리한 데 대한 비판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