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전체 매출 90%이상 감소 등 공연예술계 피해 심각
문화예술단체, '동반자 외 거리두' 등 방역지침 조정 촉구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업계를 시작으로 클래식, 오페라, 영화까지 수 백개의 공연 예술 단체들이 코로나19 장기화에 결국 참지 못하고 나섰다. 공연장, 극장 내 70%의 좌석을 판매하게 해달라고 촉구한 이들은 90%에 육박하는 매출 감소를 언급하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 뮤지컬 업계부터 클래식·오페라·연극·영화계 '방역지침 조정' 촉구 성명
지난 19일 한국뮤지컬협회를 필두로, 뮤지컬 업계 종사자들은 '1.5~2.5단계 시 공연장 내 거리두기 방역지침 조정'을 촉구하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현행의 2.5단계시 두 칸씩 좌석 띄어앉기를 하는 대신, 한 칸 혹은 두 칸씩 좌석을 띄어 앉는 '동반자 외 거리두기' 적용으로 방역 수칙 재수립을 촉구했다. 동반 관람객끼리는 함께 앉게 해달라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사)한국뮤지컬협회] 2021.01.19 jyyang@newspim.com |
이와 함께 뮤지컬 종사자들은 공연장, 제작사, 관객들이 하나 되어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준수한 결과 지난 1년간 공연장 내 감염전파율 0%로 공연을 통한 어떠한 감염 사례 없음을 강조했다. 공연 산업 및 업종 특성에 맞는 맞춤형 핀셋 방역 정책의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극, 클래식, 오페라 등 공연예술업계와 영화계도 합심했다. '코로나피해대책마련 범 관람문화계 연대모임'은 2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에 존폐 기로에 선 공연계를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 이같은 성명 발표에 영화계까지 합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연대모임은 "1년이 넘어가는 코로나19 사태 앞에 연극, 뮤지컬, 무용, 영화, 오페라, 클래식공연 등 대중과 친근한 문화산업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극장과 공연장 객석은 텅 비었고, 수많은 산업 종사자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보호책은 어디에도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나는 우리나라가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는 김구 선생의 말을 인용하며 "문화란 먹는 것이 아니기에 위기가 오면 없어도 그만인 것으로 치부되는 것인가? 그렇게 여기는 나라가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인가? 오히려 먹을 것을 줄여서 라도 지켜내야 하는 것이 문화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2주 연장된 2일 오후 서울의 한 영화관이 한산하다. 2021.01.02 pangbin@newspim.com |
코로나 연대모임은 정부에 ▲문화산업을 기간산업과 동일 선상에 두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 ▲창작자와 문화산업종사자에 대한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 ▲착한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 및 임대료 지원 정책을 도입해 줄 것 ▲좌석의 70%까지는 가동할 수 있게 해줄 것 ▲퇴근 후의 문화생활을 위해 운영시간 제약을 완화해줄 것 등을 요구했다.
◆ 종교시설 지침 조정, 헬스장·카페는 소송까지…유난히 '따가운 시선' 완화될까
공연예술업계 종사자들이 주장한 대로, 지난 1년간 공연업계 역시 숱한 피해와 손해를 감수해왔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2.5단계 거리두기 지침 시행 이후 2019 12월과 비교해 지난해 12월의 뮤지컬 장르 전체 매출은 90%가 넘게 감소했다. 종사자들은 현재 뮤지컬계는 전례 없는 하락세를 겪고 있으며 업계의 존폐여부가 걸린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셧다운을 감행한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한국에서는 전면적인 셧다운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두고 K-방역의 위상이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엔 정부의 방역은 물론, 종사자들과 관객들이 합심해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다. 뮤지컬 업계는 그간 적극적으로 방역 수칙에 협조하고 피해를 감내해온 만큼, 공연장 내 감염전파율 0%로 어떤 감염 사례를 만들지 않은 점을 어필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한국뮤지컬협회가 19일 오후 정부의 거리두기 2.5단계 연장과 관련해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서울의 한 뮤지컬 공연장 매표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2주 연장하며 실내체육시설과 노래방, 학원 등의 영업을 일부 허용한 반면, 공연장에 대한 완화 조치는 나오지 않아 공연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1.01.19 mironj19@newspim.com |
지난 18일부터 시행된 종교시설, 일부 유흥시설, 실내운동시설의 방역 지침이 완화됐지만, 공연장과 극장에 대해서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그 이후에야 조금씩 고충을 토로하는 배우, 제작진들에겐 유난히 싸늘한 시선이 쏟아졌다. '소상공인들이 매출 급감으로 죽어가는 와중에 예술을 운운한다'는 것이 비난의 요지다. 그러나 이는 공연업과 영화제작, 예술 종사자들 역시 자영업자처럼 생계 유지의 수단이자 직업인으로서 활동하고 있음을 간과한 주장이다.
급기야 한 배우는 '동반자 외 거리두기'를 촉구하는 게시물을 SNS를 통해 올렸다가, 네티즌들에게 비난세례를 받기도 했다. 19일 뮤지컬 업계에서 총대를 매고 정부에게 대책을 촉구하면서, 90%까지 급감한 매출 현황으로 인해 조금씩 동조하는 여론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한 트윗은 뒤늦게야 5000 회 이상의 알티수를 기록하며 트위터 내에서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트위터 캡처] 2021.01.22 jyyang@newspim.com |
앞서 18일 정부가 방역지침을 재조정하기 직전, 헬스장·카페 영업주들 일부는 급기야 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에 나서기도 했다. 이같은 행동을 생계와 존폐 위기로 받아들여주는 분위기에서, '공연은 취미'라는 시각은 차별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솔직히 억울한 마음이 많이 든다. 목소리 큰 사람 말만 들어준다는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예술은 배부른 일이라는 인식 탓에 집단 행동을 하기도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전히 K-방역의 위상은 높지만,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대극장 공연은 사실상 셧다운됐다. 대학로 소극장에서는 두 칸씩 띄어앉기를 해서라도 수익 보전이 되지 않는 공연을 어렵게 이어가고 있다. 클래식, 오페라 공연은 아예 올리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1월 말까지 예정된 현재의 2.5단계 조치가 더 이어진다면 말 그대로 공연계는 최악의 적자를 계속해서 떠안고 가야한다. 정부가 이제라도 개별 공연장 내부의 환경과 방역 상황을 들여다보고 올바른 조치와 조정이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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