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새해를 사흘 앞둔 29일 전국 최고의 대게 주산지인 경북 울진군 후포항에서 대게 자망어업인들이 분주한 손길로 갓 잡아올린 속이 꽉 찬 '울진대게'를 수족관에 담고 있다. 수협 위판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울진대게 중에서도 가장 상품으로 귀하게 여기는 '박달게'가 한 상자씩 담겨 수족관으로 옮겨진다. '속이 꽉차고 식감이 찰지고, 박달나무처럼 육질이 단단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울진대게의 주산지는 왕돌짬(초)이다. '짬'은 해저에 형성된 거대한 바위군락을 일컫는 울진지방 방언이다. 왕돌잠은 울진 직산, 후포 앞 바다에 펼쳐진 해저 대륙붕. 뭍의 산맥이 바다로 뛰어들어 능선과 골을 만든 천혜의 어류 서식지이자 해양생태계의 보고이다.
동해안 어종의 서식지이자 세계적인 희귀 어종의 서식지인 왕돌짬은 최근 국내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은행게'를 비롯, 지난 2003년에는 '두꺼비게(Hyas coarctatus)' 수컷 한 마리가 처음으로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한국해양연구원의 조사 결과 왕돌짬 해역에는 126종의 해양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해양 생태계의 보고로 정평이 나있다.
울진사람들 특히 울진의 해촌사람들은 평생 마을 앞 바다 속 '짬'을 텃밭으로 소중한 생명을 일궈왔다. 울진 해촌사람들은 지금도 마을별 어촌계를 구성해 '짬'을 자식 키우듯 보호하고 갈무리한다.
마을 앞 바다 속은 '짬'에서 울진 해촌사람들은 해마다 바다가 스스로 내어주는 '돌미역'을 거둬 자식을 키우고 가계를 일으켰다. 왕돌짬은 울진 후포항을 지키며 살아가는 어민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박달게'를 한아름씩 안겨준다.
'짬'은 울진 해촌 사람들을 먹여살린 생명밭에 다름 아니다.
올해 초부터 전 세계를 뒤덮으며 인류를 재앙으로 몰고 가고 있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어민들은 한 순간도 쉴 틈이 없다. 한 해 정해진 시간동안 자연이, 바다가 기꺼이 내어주는 대게잡이를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대게잡이는 1년에 딱 6개월만 허용되는 어업이다. 해마다 12월1일부터 이듬해 5월말까지만 조업이 허락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날 울진대게(체장 9㎝이상) 1마리의 위판가는 1만1000~2만원 선에 거래됐다. 박달게는 워낙 귀한 것이어서 위판가를 가늠하기 어렵다.
대게 위판을 마친 자망어업인들은 숨돌릴 틈도 없이 항구에 마련된 보망장(補網場)에서 바다를 건너 뭍으로 몰아치는 바닷바람에 맞서 그물을 손질한다. 이튿날 다시 바다로 나가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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