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본보기로 인사불이익"…이탄희 "법원은 국민들의 것"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판사 출신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탄희 의원이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두 사람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소모임 학술대회를 저지하려고 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86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이수진 의원은 "본보기로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법원 내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창설하고 소모임인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창립에도 관여했다. 그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다 2017년 2월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전보됐는데, 이 의원은 인사모가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과 공동으로 열려고 했던 학술대회를 막지 못한 데 따른 인사 불이익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법정에서 "당시 전보를 희망하지 않았음에도 전출된 건 저밖에 없었다"며 "저처럼 유명한 판사를 내쫓으면서 '시그널'을 주면 무서워서 학술대회에 가지 않을 것 아니냐. 실제로 학술대회에 판사들이 오긴 왔지만 인사모나 연구회 활동 열심히 했던 사람들만 왔고 확장이 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이수진 의원은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을 탄압했다는 의혹에 관해 진술한다. 2020.12.15 pangbin@newspim.com |
당시 인사 조치가 업무능력 부족이었다는 관련자들 진술에도 "대법관들이 제 보고서를 보고 깊이 있게 썼다고 하면서 곧바로 선고를 했을 정도"라고 하면서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이탄희 의원 역시 같은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이 의원은 사법농단 수사를 촉발한 계기가 됐던 '법관 블랙리스트' 사건의 당사자로,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기획팀장을 맡는 등 주축 멤버였다.
이 의원은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2심의관으로 발령 받았는데, 당시 이규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양형실장)으로부터 '행정처 기획조정실 컴퓨터에 판사들 뒷조사한 비밀번호 걸린 파일이 있는데 보고 놀라지 마라.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얘길 들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이에 반발하며 사표를 내겠다고 했고 행정처는 이를 만류한 뒤 원래 근무하던 수원지법 안양지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의원은 법정에서 발령 첫날 이 '판사 뒷조사 문건' 얘기를 들으면서 행정처가 인권법연구회에 개입하기 위해 자신을 발령낸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제가 이 전 실장에게 '혹시 제가 행정처에 온 게' 라고 말을 하니, 곧바로 '국제인권법연구회 때문이냐고?' 하면서 자문자답을 하면서 아니라고 하시더라. 나는 아니고, 함께 발령 받은 송모 판사는 맞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 의원은 법관 블랙리스트 사건이 2017년 언론보도로 불거진 뒤 대법원에서 꾸려진 진상조사위원회에 당시 상황을 시간대별로 표를 작성해 제출했다. 그가 작성한 표에 따르면, 학술대회를 3월에 하기로 결정된 뒤 이수진 의원으로부터 '행정처 높은 분에게 내게 전화가 왔다. 학술대회를 대법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안했으면 한다. 일단은 그 정도만 알아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이어 '사실 내게 전화한 사람은 이규진이다. 이 분은 대법원장을 독대하시는 분이다. 행정처에 실장회의라는 게 있는데 회장 사퇴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고 했고, '내가 작년에 여기(대법원)에 있고 하니까 중간역할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는 게 이 의원의 기억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탄희 더불민주당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날 이탄희 의원은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을 탄압했다는 의혹에 관해 진술한다. 2020.12.15 pangbin@newspim.com |
이탄희 의원은 이에 대해 "제가 직후에 쓰면서 들은 말 내용을 그냥 해석 없이 그대로 쓴 것이다. 상대방이 말하는 표현 그대로 그냥 썼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이수진 의원은 "그때 이 전 위원이 두 번인가 저를 불러서 공동학술대회를 막으라고 했고, 저는 못 막는다고 얘기했다. 다른 인사모 소속 판사들에게 대법원의 대응 상황을 얘기한 것처럼 이탄희에게도 똑같은 차원에서 전화했을 뿐"이라며 "보수 언론에서 제가 마치 학술대회를 막은 것처럼 나오는데 저는 한 번도 학술대회 저지를 종용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탄희 의원은 증인신문이 끝난 뒤 "2017년 3월에 법원에서 1차 조사를 했을 때 사실대로만 얘기해줬다면, 2·3차 조사 때만 하더라도 그대로 얘기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제가 변호사 1년 하고 지금 국회에서 바라보면 뭐가 변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법원은 판사들의 것이 아니다. 피고인(임종헌)은 2017년에 저와 사석에서 가장 많이 말했던 게 '법원은 판사들의 것이다. 우리는 법원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였지만 저는 이제 동의할 수 없다. 법원은 국민들의 것이고 판사들은 법원을 빌려 쓰는 것인데 국민들이 요구하는 판사들의 윤리 수준이 뭔지에 맞춰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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