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아들 특혜 휴가 및 추 장관 청탁금지법 의혹 수사 속도
자대배치 및 통역병 청탁 의혹 수사도 관심
"편한 보직 아니고 특혜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 씨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덕곤)는 서씨를 비롯해 당시 당직사병, 군 관계자, 추 장관의 의원 시절 보좌관 등을 차례로 소환 조사했다. 지난 15일에는 국방부 민원실, 육군본부 직할부대인 정보체계관리단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주말과 휴일에도 압수물을 분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이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부분은 서씨의 특혜 휴가 의혹,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 파견 및 용산 자대배치 청탁 의혹, 그리고 휴가 연장 과정에서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를 건 인물이 추 장관 아니냐는 의혹이다.
◆ 미복귀 상태로 휴가 연장…탈영인가? 적법한가?
20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2017년 6월 25일 서씨가 복무하던 카투사 부대의 당직사병이었던 현모 씨는 "서씨가 병가 종료일인 23일 복귀하지 않고, 25일에서야 얼굴을 모르는 대위가 찾아와 휴가 처리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서씨가 23일 병가를 마치고 부대에 복귀했어야 함에도 복귀하지 않고, 부당한 방법으로 휴가 연장을 받아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로이터=뉴스핌] 카투사(KATUSA) 장병들의 모습 |
현씨가 언급한 대위는 서씨가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미2사단 지역대 소속 카투사로 복무하던 당시 지원장교였던 A 대위다. A 대위가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추 장관의 전 보좌관이 서씨 휴가 연장 관련 전화가 왔었다"고 진술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추 장관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도 수사 대상으로 떠올랐다.
법조계는 청탁금지법이 적용되려면 단순히 휴가 연장을 요청한 통화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서씨가 병가를 연장한 행위가 군 규정 위반이라는 것을 규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필우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제2기획이사)는 "서씨가 군 규정상 미복귀하고 탈영이 됐는데 휴가로 처리된다면 당연히 탈영과 청탁금지법이 된다. 반대로 탈영이 안 되면 청탁금지법도 안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방부 부대관리훈령 제65조에 따르면 휴가 중 천재지변, 교통두절, 자신의 심신장애, 가족의 변고, 그 밖의 특별한 사유로 귀영이 늦어질 것이 예상될 때는 지체 없이 전화·전보 등 가장 빠른 통신수단으로 소속부대의 장에게 보고하거나 가장 가까운 곳의 헌병대에 연락해야 한다.
카투사의 경우 휴가는 대한민국 육군 규정을 따르기 때문에 해당 법령에 따라 병사가 부대에 복귀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휘관 재량으로 휴가를 연장시켜 주는 게 가능하다. 아파서 병가로 휴가 복귀가 어려울 경우 지역대장한테 전화해서 요청하고, 시니어 카투사한테 보고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카투사 출신들의 중론이다. 한 카투사 출신 시민은 "휴가는 지휘관 재량권이라서 부대마다 다르다"며 "서씨의 경우 규정상 병가니까 전화로만 해서 나간 것이다. 병가니까 연장할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당시 당직 장교가 규정에 따라 휴가를 연장해줬다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장교가 복귀하라고 명령을 했다고 하더라도 서씨의 휴가 연장이 군 복무 규정을 벗어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카투사 출신들에 따르면 서씨의 휴가 연장 논란이 불거진 당시 주말이었기 때문에 지역대장이 부대에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휴가 승인 서류 등 서류 작업과 관련된 기록이나 객관적 자료가 있을 가능성이 낮아 결국 관련자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진실 규명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이미 A 대위와 현씨를 비롯해 서씨의 지역대장이었던 예비역 중령 B씨를 잇따라 불러 조사했다. 그러나 이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수시로 바뀌거나 누락된 부분이 있는 등 신빙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당시 상황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송기헌 의원의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9.17 kilroy023@newspim.com |
◆ 국방부 민원실 전화...단순 민원인가? 부적절 청탁인가?
추 장관 부부나 추 장관의 전 보좌관이 서씨의 휴가 연장을 위해 민원성 전화를 했는지, 전화를 했다면 특혜로 볼 소지가 있는지도 검찰 수사로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국방부 인사복지실의 내부 문건에는 "서씨의 1차 병가(2017년 6월 5일~6월 14일)가 종료된 당일인 6월 14일에 국방부에 병가가 종료됐지만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아 좀 더 연장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부모가) 문의를 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에 검찰은 국방부 민원실과 국방전산정보원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민원실에 걸려온 음성 녹취 기록과 함께 전화번호, 간단한 민원 내용 등 확보한 자료를 통해 당시 서씨의 휴가 연장과 관련해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단순 문의인지, 부적절한 외압이 있었는지 등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이후 신원식 의원은 "서씨 휴가 연장과 관련해 문의든 부탁이든 전화가 왔는데 이름은 추미애 장관의 남편으로 기록돼 있지만, 목소리는 여자였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추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저는 국방부에 민원을 넣은 바 없고 남편도 없다는 걸 확인했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추 장관 부부 중 한 사람이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실제로 부대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밝혀진다면 추 장관 역시 직접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검찰은 추 장관에 청탁금지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법리 검토도 하고 있다.
청탁금지법 5조 11항 및 15항에 따르면 병역판정검사, 부대 배속, 보직 부여 등 병역 관련 업무에 관해 법령을 위반해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 부정청탁의 대상이 되는 업무에 관해 공직자 등이 법령에 따라 부여받은 지위·권한을 벗어나 행사하거나 권한에 속하지 아니한 사항을 행사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다만 추 장관 부부 중 한 사람이 민원을 넣었다고 해도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는 당시 추 장관의 직책상 군 고위관계자가 아닌 국방부 민원실에 연락했다는 점에서 청탁금지법 적용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지민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청탁금지법 구성요건에 해당되는 사실관계가 검찰 수사의 80% 정도까지 진행돼야지 추 장관한테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직접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용산구 국방부. 2020.09.15 leehs@newspim.com |
◆ 자대배치 및 통역병 청탁 의혹…"부대보다 보직이 중요한데"
서씨의 특혜 휴가와 더불어 자대배치 및 통역병 선발 청탁 의혹도 밝혀야 할 부분이다. 서씨가 카투사에 복무할 당시 지원단장이었던 이모 전 대령은 신원식 의원과 언론에 공개한 입장문을 통해 참모들로부터 서씨의 용산 자대배치, 올림픽 통역벽 선발 등에 관한 청탁 전화가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이 부대에 압력을 행사했다면 이 또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여지가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위법성 이전에 특혜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외압이나 청탁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청탁 여부와 상관없이 서씨는 용산 부대로 배치되지 않았다. 카투사 배치는 2011~2012년쯤부터 성적이 아닌 '컴퓨터 난수 추첨'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 카투사 대원 C씨는 "용산을 가더라도 헌병이나 전투병과면 힘들다. 카투사는 용산, 대구, 부산 등 지역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보직이 중요하다"며 "부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통역병 역시 그렇게 편한 보직은 아니다. 서씨는 영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아마 영어를 굉장히 잘하기 때문에 본부중대에 있었던 것 같은데 편한 보직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서씨와 함께 복무했던 한 대원은 지난 1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통역병 청탁 의혹에 대해 "다들 아시는 것처럼 현장 제비뽑기를 했다"며 "극장에서 현장 제비뽑기를 했기 때문에 청탁을 해서 통역병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서씨 보직은 저희 중대에서 야근도 많고, 그리고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일도 많았기 때문에 굳이 따지자면 기피하는 쪽"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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