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주년 광복절 축사…생존 애국지사 31명 중 4명 참석
"'행복추구권' 헌법 제10조의 시대, 정부의 실현 목표"
"강제징용 배상판결 존중…언제든 日과 마주 앉을 준비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제75주년 광복절인 15일 "진정한 광복은 평화롭고 안전한 통일 한반도에서 한 사람 한사람의 꿈과 삶이 보장되는 것"이라며 남북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축사에서 "우리가 평화를 추구하고 남과 북의 협력을 추진하는 것도 남과 북의 국민이 안전하게 함께 잘 살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가축전염병과 코로나에 대응하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유례없는 집중호우를 겪으며 개인의 건강과 안전이 서로에게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했고, 남과 북이 생명과 안전의 공동체임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며 '남북안전공동체'를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사진=청와대] |
이어 "방역 협력과 공유하천의 공동관리로 남북의 국민들이 평화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게 되길 바란다"며 "보건의료와 산림협력, 농업기술과 품종개발에 대한 공동연구로 코로나 시대 새로운 안보 상황에 더욱 긴밀히 협력하며,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와 함께 생명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길 바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인도주의적 협력과 함께, 죽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보고 싶은 곳을 가볼 수 있게 협력하는 것이 실질적인 남북 협력"이라며 "남북 협력이야말로 남북 모두에게 있어서 핵이나 군사력의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안보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전쟁 위협을 항구적으로 해소하며 선열들이 꿈꾸었던 진정한 광복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며 "남북이 공동조사와 착공식까지 진행한 철도 연결은 미래의 남북 협력을 대륙으로 확장하는 핵심 동력"이라고 힘줘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10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KTV 중계영상 캡처] |
◆ "대법 강제징용 배상판결 존중…언제든 日과 마주 앉을 준비돼"
문 대통령은 아울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존중한다며 "지금도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간 강조해온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서 더 나아가 한 개인의 존엄과 인권을 지키는 데 한일 양국이 같이 노력하자고 했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3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원칙을 지켜가기 위해 일본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 공동의 노력이 양국 국민 간 우호와 미래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3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원칙을 지켜가기 위해 일본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 공동의 노력이 양국 국민 간 우호와 미래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밖에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을 강조하며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과연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광복이 이뤄졌는지 되돌아보며, 개인이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를 생각한다"며 "그것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 헌법10조의 시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그동안 자유와 평등의 실질적인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사회안전망과 안전한 일상을 통해 저마다 개성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한 사람의 성취를 함께 존중하는 나라를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코 우리 정부 내에서 모두 이룰 수 있는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들께 드리고, 확실한 토대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광복절 경축식의 사회는 처음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맡았다. 사진은 (왼쪽부터) 배우 송일국 씨와 3살 때 청력장애를 앓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미래의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는 대한민국 청년 이소별 씨.[사진=KTV 중계영상 캡처] |
◆ 대통령 보다 먼저 등장한 생존 독립유공자…'국가 차원 예우' 상징
이날 경축식은 의전과 행사 구성 부분에서 되짚어 볼 부분이 많았다는 평가다. 먼저 경축식에서 임우철, 김영관, 이영수, 장병하 등 생존 애국지사들은 대통령보다 뒤 늦게 등장했다. '스포트라이트'를 애국지사들에게 양보한 것이다. 이는 상당한 예우를 표했다는 관측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해 국가 차원의 예우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생존 애국지사는 국내 27명, 국외 4명 등 총 31명이다. 이 중 국내 거주 및 거동이 가능하고 본인이 의사를 밝혀온 4명만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 아울러 참석하지 못한 생존 애국지사들의 이름과 약력을 담은 프로젝션 맵핑이 진행됐다.
아울러 행사 장소가 DDP로 결정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DDP는 경성운동장, 서울운동장, 동대문운동장을 거쳐 오는 동안 역사적 의미와 미래 지향적 이미지를 함께 지니고 있는 상징적인 곳이다. 특히 자유해방 경축 전국종합경기대회, 임시정부요인 환국 기념행사, 김구 선생 장례식, 3.1절 국경일 기념식 등 다수의 역사적인 기념행사들이 개최된 장소다.
이밖에 이번 광복절 경축식의 사회는 처음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맡았다. 올해 100주년을 맞이한 청산리전투 승리의 주역 김좌진 장군의 후손인 배우 송일국 씨와, 3살 때 청력장애를 앓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미래의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는 대한민국 청년 이소별 씨가 그 주인공이다.
한편 올해 광복절에는 총 351명(여성 11명)의 독립유공자들이 정부포상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고(故) 김좌목 등 다섯 명에게 건국훈장 및 대통령 표창을 직접 수여했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