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자 "일단 시장상황 보겠다"...매수자 "지금 집값은 비싸"
주택거래 감소로 관망세 불가피...전세가 상승 부추길 듯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당분간 강남은 매도자와 매수자간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M공인중개소 사장)
"집주인들이 전세를 반전세 또는 월세로 돌리겠다는 문의가 늘고 있어요. 이번 대책에다 임대차 3법마저 시행되면 전셋값 불안이 더 커질 겁니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K공인중개소 실장)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아파트 취득과 보유, 매도시 내는 세금을 징벌적 수준으로 모두 끌어올리자 매매시장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집을 팔겠다는 사람도, 사겠다는 사람도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세 부담이 역대 최고치로 높아져 부동산 투자가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다.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에 무주택자들도 관망세에 들어가 매도자와 매수자간 시장 변화에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다만 주택공급 부족을 해결할 만한 대책이 제시되지 않았고 임대차3법 시행도 앞둬 전세시장의 불안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매도-매수자 모두 불안한 주택시장...관망세 불가피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정부가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고강도 세금 규제책을 내놓자 주택시장이 눈치보기 장세에 들어갔다.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거래시장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채 관망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7·10대책으로 집을 팔기도 사기도 어려운 환경이라고 토로한다. 종부세율 최고 5~6%를 적용받는 시가 70억원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를 제외하고 당장 급할 게 없다는 분위기다. 양도세 중과 적용기간이 내년 6월부터이고 공급물량 부족으로 집값이 크게 하락할 것이란 분위기가 덜해 일단은 버티겠다는 것.
서울 서초구 반포동 M공인중개소 사장은 "2주택 이상 집주인들이 징벌적 수준의 7·10대책에 불만이 많지만 보유세가 무서워 집을 빨리 처분하겠다는 의지는 덜한 상황"이라며 "앞서 21차례 대책에도 집값이 올라 이번에도 세부금이 늘어난 것보다 집값 상승이 더 클 것으로 내다보는 다주택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 급매물이 늘어난다면 법인 매물과 종부세율 5~6%를 적용받는 자산가 매물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을 사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거래금액에 따라 최대 4% 적용받던 취득세가 크게 뛰어서다. 1주택자가 집을 한 채 더 사면 8%, 2주택자가 한 채를 더 사거나 법인거래는 12%를 적용한다. 1주택자가 9억원짜리 아파트를 추가로 집을 살 때 기존에는 취득세로 1800만원 정도를 내면 됐지만 앞으로는 5400만원 늘어난 72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농어촌특별세와 지방교육세를 더하면 부담이 더 커진다.
마포구 염리동 K공인중개소 실장은 "대책이 발표된 지 얼마 안돼 수치로 나타나진 않지만 취득세율 인상으로 주택이 한 채라도 있으면 추가로 아파트 투자가 힘들어진 게 사실"이라며 "취득세는 시세차익에 대해 부담하는 세금이 아니라 단순 취득할 때 내는 것인 만큼 매수자의 부담이 한층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을 늘리기 위한 일시적인 1가구 2주택을 생각하던 수요도 이번 대책으로 매수 시기를 일단 보류하는 분위기다"고 설명했다.
◆ 공급부족·임대차3법에 전세시장도 불안
다주택자뿐 아니라 무주택자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임대사업자 폐지와 공급부족, 부동산 세금 인상으로 전세가격 상승이 예상돼서다.
7·10대책에서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내용이 일부 포함됐지만 실효성이 미지수다. 아파트 분양에서 생애최초 특별공급 비중을 늘리고 소득기준을 완화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도 소득기준을 늘려 청약 기회가 다소 확대됐다.
하지만 청약을 받기 위해선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서울지역은 보통 경쟁률이 30대 1 안팎이다. 지난 3월 진행된 강서구 마곡9단지 생애최초 특별공급에는 192가구 모집에 5652명의 신청자가 몰리며 29.4대 1의 경쟁률 기록했다. 과천시 지식정보타운 S9블록 '제이드자이' 특별공급에서도 생애최초 특별공급이 34대 1을 보였다.
공급측면도 불안하다. 3기신도시 이외 추가적인 공급계획을 마련하지 못했다. 재건축 규제와 그린벨트 유지로 서울에서 대규모 주택공급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만큼 대기 수요는 쌓이고 전세로 눌러앉는 세입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전세 매물이 줄어든 것도 전세가격 불안은 부추기는 요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사업 폐지와 공급부족 등으로 전세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전세매물은 더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입주 물량 감소와 재건축 규제 등으로 전세가격은 당분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