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박원순 시장, 무려 38년 간 인연
청와대 관계자 "대통령도 충격, 안타깝다"
'미투' 여진 속 장례에 조화 전달할지 주목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청와대는 혼란에 빠진 채 관련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박 시장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충격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10일 오전 대부분 연락이 닿지 않거나 박 시장의 사망 소식과 관련한 질문에 극도로 말을 아꼈다. "드릴 말씀이 없다", "(브리핑 등이)정해진 바 없다"며 침통한 심정을 전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경찰과학수사대원들이 10일 새벽 서울 북악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2020.07.10 yooksa@newspim.com |
◆ 1982년 사법연수원 12기 동기 문재인·박원순..."무려 38년 간 이어 온 인연인데"
청와대는 박 시장의 소재가 불투명했던 전날 저녁부터 경찰과 소방당국의 수색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했다. 문 대통령도 국정상황실 등을 통해 관련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시장이 문 대통령과 1982년 사법연수원 12기 동기다. (사법연수원을)함께 수료했다. (문 대통령이) 상당한 충격을 받지 않았겠는가. 안타까울 뿐"이라고 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두 사람은 시민운동과 민변 활동을 함께 하며 38년의 인연을 이어왔다. 인권변호사로 오래 활동한 공통점도 있다.
박 시장은 19대 대선을 앞두고는 문 대통령과 당내 경선에서 맞붙기도 했으나 중도 포기했다. 그는 이후 문 대통령의 당선 수락 연설 자리에 참석하면서 여전한 입지를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박 시장을 아세안(ASEAN) 특사로 지명, 당시 의장국인 필리핀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베트남으로 파견했다. 아세안에 특사를 파견한 것은 그 때가 처음으로 박 시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으로서 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도 배석하는 등 그간 청와대와 긴밀한 협의를 해왔다. 문 대통령과 박 시장이 함께 한 마지막 공식일정은 지난달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도권 방역대책회의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 차려진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2020.07.10 pangbin@newspim.com |
◆ 청와대, 한국판 뉴딜 대국민보고대회 등 일정 연기 검토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시장의 사망으로 오는 13일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한국판 뉴딜 대국민보고대회 등 일정을 연기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서울시가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겠다고 발표하면서 청와대가 어떤 방식으로 조문에 임할지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을 포함한 청와대 인사들의 빈소 조문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문 대통령의 조화 전달 여부에 큰 관심이 쏠린다.
최근 성폭행으로 법적 처벌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모친상에 문 대통령의 조화를 보낸 것을 두고 여성계가 반발했던 만큼 청와대로선 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박 시장을 둘러싼 각종 추측들을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이 부담이다. 박 시장은 최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해당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끝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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