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로 수수료 경감, 협력사 인프라 부실
업계 실효성 의문, 이재명 공공배달앱 노골적 견제
대선 앞두고 경쟁 본격화, '정책보다 정치' 비판 높아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서울시가 배달 수수료 절감을 위한 '제로배달 유니온' 추진을 선언했다. 중소 플랫폼과 협력, 제로페이를 연동시켜 가맹점 및 소비자 부담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빅3 독점이 고착된 시장 점유율을 흔들기에는 참여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미미하고 서비스 구성이나 인프라 자체도 부실하다는 분석이다. 배달시장의 독과점 구조에서 서울시의 조력자 역할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서울시의 기대와 현실에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제로배달 서비스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대권경쟁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의식한 정치적 행보라는 것이다. 서민경제 전문가라는 타이틀 경쟁이 붙으면서 정작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부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경비노동자 노동인권 보호 및 권리구제 종합대책'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 2020.06.24 dlsgur9757@newspim.com |
◆중소 플랫폼으로 98% 독점 해소? 업계 "판도변화 없을 것"
서울시는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제로페이 기반 제로배달 유니온 업무협약식'을 개최하고 수수료 2% 이하의 배달서비스 정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일부 업체가 배달시장을 과점하면서 높은 수수료로 고동받는 소상공인과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배달 플랫폼 업체를 동시에 지원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제로배달은 제로페이(서울사랑상품권)와 중소 배달앱을 연계해 6~12%에 달하는 수수료를 2%로 낮추는 방식이다.
협약을 맺은 ▲페이코 ▲멸치배달 ▲만나플랫닛 ▲먹깨비 ▲배달독립0815 ▲놀장 ▲로마켓 ▲주피드 ▲띵동 ▲스마트오더2.0 등 10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후 제로페이 결제를 연동한다.
하지만 이미 배달앱 시장의 98%를 '독점'한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빅3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들과의 협력이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이들 빅3는 모두 외국계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 소유다.
아무리 수수료가 낮다고 해도 가맹점주는 900만명(배달의민족)의 가입자를 확보한 플랫폼을 포기하고 시장 점유율이 1% 이하인 서비스를 선택하기는 어렵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다양한 혜택과 할인이 가능하고 인근지역 모든 가맹점들이 등록된 메이저 플랫폼을 포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제로배달이 배달앱 시장의 변화를 이끌기보다는 빅3 횡포에 지친 사업자들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빅3에 대해 직접적인 독점 규제를 하지 않는 이상 점유율은 무너지지 않는다. 인프라가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서울시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가맹점주나 사용자가 수수료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빅3에서 중소 마이너 서비스로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노골적 견제, '정책보다 정치' 비판도
업계에서는 제로배달의 정책적 목표보다는 박원순 시장과 비슷한 행보를 취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의식한 '정치적' 포석에 주목하고 있다. 경쟁자를 의식한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현재 서비스를 준비중인 이재명의 '공공배달'은 지자체가 대행하는 방식으로 공공예산 지원해 수수료를 2.2~3% 가량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 발족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19 kilroy023@newspim.com |
경기도가 직접 운영하고 예산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기 때문에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정부가 민간 시장에 직접 개입한다는 부분과 대행사 운영 방식으로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반면 박원순의 제로배달은 민간 대발앱사 협력으로 시장개입 논란을 차단했다. 수수료도 2% 이하로 공공배달보다 저렴하다. 실효성보다는 공공배달의 한계를 보완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준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국민 고용보험과 전국민 기본소득을 놓고 설전을 벌였던 박 시장과 이 지사는 이후에도 서로는 견제하는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서민경제와 복지, 취약계층 보호라는 비슷한 색깔을 가지고 있어 충돌지점이 유난히 눈에 띈다는 분석이다.
배달앱을 운영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아직 MOU 단계이기 때문에 예측은 어렵지만 박원순표 제로배달은 수수료 인하 효과보다는 수수료 인하는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부분이 더 크다고 본다"며 "정치에 정책이 밀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