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수사심의위·채널A 기자 수사자문단 등 잇따른 수사 '제동'
한명숙 사건 두고는 내부 불화까지…'슈퍼' 여당도 검찰 공격
내달 취임 1년 앞둔 윤석열 검찰총장, 위기 돌파 카드 주목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검찰 수난 시대다. 2년 가까이 진행된 삼성 경영권 승계 수사를 포함해 최근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주요 검찰 수사에 대해 해당 사건 관계자들이 잇따라 반기를 들고 있어서다.
여기에 국회를 장악한 '슈퍼' 여당은 윤석열(60·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을 국회로 불러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따져묻겠다는 것이다. 이에 내달 취임 1년을 앞둔 윤 총장이 검찰 내부 결속을 다지고 외부 불만을 잠재우는 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2019.11.14 pangbin@newspim.com |
◆"검찰 수사 못 믿겠다"…수사심의위·자문단 등 견제 잇따라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는 주요 사건 관계자들이 검찰의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법의 테두리에서 제기할 수 있는 각종 절차를 잇따라 주장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받는 것은 오는 26일 열리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다. 이날 수사심의위원회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기소 적정성 여부 등을 판단한다.
앞서 이 부회장 측은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납득할 수 없다며 기소 여부 등이 적절한지 수사심의위에서 판단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수사심의위는 사법제도에 식견이 있는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가 검찰 사건 처분을 비롯해 수사 계속여부, 수사 중이거나 수사가 완료된 사건에 대한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이와 함께 '검언유착'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채널A 이모(35) 기자 또한 검찰 수사가 위법하고 부당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사 등 법조계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수사자문단에서 자신의 기소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진정서를 지난 15일 제출했다.
또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캠프에서 선대본부장을 지낸 김모(65)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상임고문도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지난 16일 요구했다. 자신에 대해 진행 중인 사전 뇌물 수뢰 혐의 수사가 검찰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벌이는 '별건 수사'라는 취지다.
이처럼 사건 관계인들의 민원 제기가 잇따르면서 이에 대응하는 검찰의 고민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일부 검찰 내부 구성원들의 사기도 떨어지는 분위기다. 검찰 한 관계자는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이미 시행 중인 여러 제도들에 의해 절차에 따라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도 수사를 받는 당사자들의 검찰을 향한 일방적 불만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대 보도되고 있어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적정한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는 필요하다고 보지만 해당 사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으며 법률 전문가인 주임 검사가 아닌 한정적 정보를 근거로 하는 외부에서 기소 여부를 포함한 수사 자체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는 깊게 고민해 볼 문제"라며 "최근 일들로 인해 모든 사건관계인들이 정당한 검찰 수사에도 이같은 제도들을 남용할까 우려스럽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지난해 10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9.10.17 mironj19@newspim.com |
◆한명숙 둘러싼 잡음에 '검언유착' 검사장 휴대전화 압수까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의 위증 교사 의혹도 검찰로서는 곤혹스러운 이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수(53·사법연수원 24기) 감찰부장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데다 이 사건을 둘러싼 검찰에 대한 국회 압박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윤 총장은 지난 16일 대검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수사와 관련한 인권침해 의혹 사건은 통상적으로 대검 인권부에서 담당하며 징계시효가 도과된 사안은 원칙적으로 감찰부의 소관 사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대검이 감찰부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한 전 총리 사건 위증교사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 등으로 구성된 전담조사팀에서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한동수 감찰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Facebook)에 한 전 총리 수사 관련 의혹 조사가 대검 감찰부 소관이라는 취지 글을 올린 바 있다. 감찰부장은 외부 개방직이며 한 부장도 판사 출신이다.
이런 가운데 현직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검찰이 압수수색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사건 당사자로 지목된 부산고검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처럼 검찰에 대한 전방위적 불신 분위기에 대해 윤 총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윤 총장은 내달 25일이면 취임 1년을 맞는다. 통상적이면 윤 총장은 이를 계기로 검찰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바깥으로는 검찰 신뢰도 제고를 위한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국회를 장악한 여당 의원들이 검찰 개혁을 내세우며 당장 윤 총장을 국회에 불러 그 의지를 따질 태세다. 또 내달 출범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현재 검찰 입장으로서는 마뜩잖은 측면이 없지 않다.
전방위적 압박을 받는 윤 총장과 검찰로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다만 윤 총장이 논란이 되는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사안을 직접 언급하며 공식 입장을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윤 총장이 직접 나서주길 기대하는 검찰 구성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원칙주의자로 평가받는 그의 성향을 고려하면 오히려 논란의 여지를 남길 수 있는 발언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평소대로 절차와 원칙을 강조하는 수준에서 내부 구성원들을 다독이는 메시지가 나올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