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신선식품·빠른배송 전략 대폭 수정...오픈마켓 '집중'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11번가가 직매입 사업을 대폭 축소하면서 경쟁사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쿠팡, 쓱닷컴(SSG닷컴) 등 경쟁사들은 빠른 배송과 신선식품 품목 확대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반면 11번가는 위탁판매사업으로 수수료를 취하는 방식의 오픈마켓 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쓱닷컴·11번가 매출액 추이. 2020.06.10 hj0308@newspim.com |
◆11번가 경쟁사 끌어안기...약점 꼽힌 '신선식품·배송' 보완
11번가는 최근 쓱닷컴이 운영하는 이마트몰을 자체 이커머스에 입점하고 온라인 주문・배송서비스를 시작했다. 11번가에 입점한 이마트몰 상품은 신선·가공식품, 생필품, 가전, 패션 등 총 3만5000여가지다.
11번가가 쓱닷컴과 손을 잡은 까닭은 대표적인 직매입 상품 군인 신선식품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실제 입점 상품 중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로 가장 높다. 쓱닷컴은 11번가 고객을 흡수해 판매망을 넓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
11번가는 신선식품을 직접 팔기 보단 유통에 강점이 있는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수수료를 받는 위탁판매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앞서 올해 초에는 홈플러스와 GS프레시 등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들의 상품을 당일배송하는 '오늘장보기' 서비스를 본격화 했다.
빠른 배송도 자사의 물류를 이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했다. 판매자가 스스로 참여하는 '오늘 발송'이 대표적이다.
오늘 발송은 그동안 누적된 판매자의 배송 데이터 분석해 주문 후 당일 발송이 가능한 판매자의 상품들을 판매하는 카테고리다. 현재 4만3000여 판매자의 472만개 상품을 '오늘 발송' 탭 을 통해 판매 중이며 향후 판매자와 상품을 추가할 계획이다.
판매자 선별을 위해 11번가는 최근 일주일 간 주문 당일 발송을 이행한 비율이 99% 이상인 판매자의 상품만 오늘 발송으로 판매한다.
이상호 11번가 대표[사진=11번가] |
◆기업공개 추진...수익성 개선 과제 선결 '필수'
이 같은 전략 변화는 11번가가 2018년 SK플래닛에서 독립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수익성 개선을 전사적 목표로 비용 감소와 내실 경영에 나선 까닭이다.
이커머스 업체 중 흑자 기업이 드문데다 출혈 경쟁은 심화되는 상황이다. 쓱닷컴과 롯데온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만만찮다.
11번가는 분사 당시 국민연금 등 재무적투자자(F1)로부터 상장을 조건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기업공개(IPO)에 나서려면 흑자 전환은 선결과제다.
올해는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외형 성장도 이루겠다는게 11번가의 목표다. 이를 위해 오픈마켓 중심의 커머스 포털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상호 11번가 대표는 "2019년 흑자전환을 이뤄내겠다는 11번가의 목표는 치열한 경쟁환경속에서도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사업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이뤄낸 성과였다"며 "2020년 또 한 번의 쉽지 않은 도전이 되겠지만 쇼핑의 재미, 정보, 참여의 가치를 제공하는 11번가만의 차별점을 앞세워 외형 성장과 안정적인 재무실적을 동시에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 일각에선 위탁판매를 중심으로 한 사업 구조는 가격이나 배송, 품목 차별화 등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부분 이커머스 업계가 수혜를 봤지만 신선식품을 주력 상품으로 취급하지 않은 11번가나 인터파크 등은 실적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11번가의 1분기 매출은 12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가량 감소했고 영업적자도 48억원을 기록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11번가는 SK텔레콤을 모회사로 하고 있는 만큼 해당 고객 집객효과를 이용한 사업 전략을 중심으로 전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선식품과 빠른 배송 서비스가 이커머스 사업 관건으로 떠오른 만큼 협력 판매사를 활용한 보완책이 어느 정도 통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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