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 인사들 바이든 지지 슈퍼팩 결성
일부 공화당 의원 대놓고 트럼프 비난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질식사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매체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주자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할 가능성을 보도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The Hill) 부시 전 대통령 정부의 관료들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하기 위한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결성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바이든을 위한 43대 동창'이라는 이름의 슈퍼팩은 지난 1일 결성돼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서가 제출됐다. '43대'는 부시 전 대통령이 미국의 43대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신고서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부 관료를 지낸 캐런 커크시가 회계 담당자로 명시됐다.
폭스뉴스 정치분석가인 후안 윌리엄스도 더 힐 기고문에서 부시 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윌리엄스는 "부시의 목소리는 중도 공화당원과 공화당 성향의 무당파 유권자들이 트럼프 당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플로이드 사건 이후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공화당 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향해 군대를 동원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이어간 점은 공화당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을 지지하지 못하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앞의 시위대를 최루탄과 고무탄으로 진압한 후 백악관 건너편 세인트 존스 교회로 건너가 성경책을 들고 사진을 찍는 '성경 이벤트'를 벌여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 세인트 존스 교회 앞에서 성경책을 들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2020.06.04 mj72284@newspim.com |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같은 날 공화당원들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에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벤 새스(공화·네브래스카) 상원의원은 "나는 사진 촬영을 위해 평화로운 시위대를 해산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부시 및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지낸 마이크 멀린은 "대통령이 세인트존스 교회 방문을 위해 보안요원들이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길을 만드는 모습을 보니 역겨웠다"면서 "그 방문의 목적이 무엇이었든지 그는 이 나라에서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를 업신여긴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공화당 내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콧도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했다. 스콧 상원의원은 "대통령의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최루탄을 사용해서 길을 터야 하나? 정답은 '아니다'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인 존 베이너 전 하원의장의 대변인을 지낸 브랜던 벅은 요즘과 같은 분노의 시대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비도덕적이었다고 꼬집었다.
다른 공화당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놓고 비난하진 못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NBC 뉴스에 따르면 론 존슨(공화·위스콘신) 상원의원은 지난 1일 '성경책 이벤트'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나는 그것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말했으며 롭 포트먼(공화·오하이오) 상원의원은 "나는 점심에 늦었다"고 했다. 팻 로버츠(공화·캔자스) 상원의원도 "나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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