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학생들 맞을 생각에 설레"…"학생들 통제 어렵다" 엇갈리는 표정
하루 두 번 20명 내외 학생들 체온 측정…모둠 활동, 음악·체육 수업도 사실상 無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초등학생들의 등교 개학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학생들을 맞을 교사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교사들은 3개월여 동안 보지 못한 학생들을 볼 생각에 설렌다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26일 교육부에 따르면 수요일인 오는 27일부터 초등학교 1, 2학년의 등교수업이 시작된다.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학교 내 방역 지원 인력을 확충하고, 산발적으로 지역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수도권과 대구, 경북 구미 지역에 동시 등교 학생이 전체 2/3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등교 개학이 미뤄진 가운데 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보라매초등학교 6학년 1반 교실에서 박민영 선생님이 온라인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05.15 yooksa@newspim.com |
등교수업을 하루 앞두고 교사들의 표정에선 설렘과 불안함이 동시에 읽힌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이모(32) 씨는 "걱정되는 부분이 많은데, 무조건 등교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마스크를 끼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것 같아 블루투스 마이크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모 초등학교 교사인 김모(29) 씨는 "초등학생들의 수업은 활동 위주의 모둠 활동이 대부분이다 보니 리코더·단소 등 음악 수업이나 체육 모둠 활동, 발표 활동도 전부 할 수 없게 된다"며 "대부분의 수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인 데다 온라인 수업 체계도 다 갖춰가는데 굳이 등교 개학을 강행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날씨도 더워지는데 에어컨을 틀어도 창문을 모두 열어야 한다"며 "아이들이 마스크를 잘 쓰고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가이드라인(매뉴얼)'이 마련됐지만, 교사들은 학생들이 어려 통제가 어려운 데다 모둠 활동 등이 제한되면서 등교 개학에 회의적인 모습이다.
교사 정모(34) 씨는 "학교 와서 체온을 재느라 시간을 다 허비할 것 같다"며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지 보건소 인력이 아닌데 왜 이런 주객전도를 감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교사들은 오전·오후 두 차례에 걸쳐 20명 내외 학생들의 체온을 재야 한다.
쉬는 시간에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어울려 노는 것을 막기 위해 10분간의 쉬는 시간도 모두 사라진다. 교사 김모 씨는 "올해 담임을 맡지 않아 반을 옮겨 다니면서 수업을 해야 하는데, 쉬는 시간이 없어지면서 헐레벌떡 교실을 옮겨 다녀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미 서울 강서구에서는 유치원생 1명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서 등교 개학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는 분위기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영렘브란트 미술학원 강사와 관련된 유치원생 1명이 신규 확진됐다.
이 유치원생이 다니는 사립 유치원과 미술학원 주변에 있는 서울 공진초·서울공항초는 이날 하루 긴급돌봄 등 등교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교사 박모 씨는 "홀짝반을 나눠 격일로 등교하고, 수업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데 굳이 등교 개학을 강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것"이라고 했다.
cle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