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나시대 의대 학장, 정부 검사 억제 방침에 "분노 느낀다"
감염률·사망률 비교해보면 日의료체제는 개발도상국 수준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검사 억제 방침에 대해 현지 의료 전문가가 "일본의 수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8일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이 전문가는 확진자 수가 진정되고 있다는 일본 정부 전문가 회의의 견해에도 "PCR검사(유전자증폭검사)를 억제해 감염자를 놓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알 수 있냐"면서 일본의 코로나19 대처 수준이 개발도상국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가와사키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 가와사키시의 한 대학병원 집중치료실(ICU)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2020.04.26 goldendog@newspim.com |
산케이신문은 8일 시마다 신지(島田真路) 야마나시(山梨)대 의대 학장의 단독 인터뷰를 게재했다. 야마나시대 병원은 이날부터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검사를 실시하는 등 일본에서 발빠른 대처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마다 학장은 야마나시대 병원의 전 병원장이기도 하다.
시마다 학장은 PCR검사 확충을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현재 코로나19를 진단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PCR 검사를 하지 않으면 일반 감기와 구분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정부 전문가 회의가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적극적인 검사에 부정적이었다고 지적하며 "후생노동성은 PCR검사를 사실상 엄격하게 제한해 왔고 검사보다 클러스터 대책 등 감염 경로 조사를 중요시 해왔다"면서 "이후 방향을 수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검사를 억제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일본의 PCR검사 수는 다른 주요국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일본의 인구 1000명 당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지난 6일 기준 1.49건이다. 같은 날 한국은 12.54건, 미국은 22.79건, 이탈리아는 38.22건이다.
시마다 학장은 "다른 선진국은 일본의 몇배, 몇십배의 검사를 하면서 감염자를 격리한다"며 "확진자 수나 사망비율이 비슷한 나라를 인구 비율로 비교한다면 일본은 파키스탄이나 아르헨티나와 비슷한데, 이는 의료체제가 열등한 개발도상국 수준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사가 적다는 건 일본의 수치"라고 강조했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마스크 쓰고 전철 이용하는 일본 도쿄 시민들. 2020.02.18 goldendog@newspim.com |
그는 일본 정부의 검사 억제 방침에 대해 "전문가회의는 '일본은 (확산세가) 답보하고 있다'고 하지만 PCR검사를 억제해 감염자를 놓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답보 여부를 알 수 있냐"며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이어 "지금 감염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며 "클러스터 추적도 중요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클러스터와 관련이 보이지 않는 사례를 계속해서 찾아내는 편이 좋다"고 했다.
시마다 학장은 일본의 PCR 검사 체제 자체의 문제점도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PCR검사를 도도부현(都道府県·광역지자체)이나 정령지정도시의 위생연구소에 거의 독점적으로 진행하도록 한 점이 안좋다"며 "도쿄의 일일 확진자 수가 보도될 때 '주말은 검사 수가 적다'는 해설이 당연하다는 듯 붙지만, 감염증 대책에 주말은 상관없다"고 했다.
야마나시대 병원에서 8일부터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시작하는 이유에 대해선 "야마나시현 지사의 요청으로 현 내 PCR 검사 수 증가에 협력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야마나시대 병원은 1월 하순부터 독자적인 PCR검사 체제를 구축했다. 그 덕분에 코로나19로 인한 수막염환자나 0세 아동의 감염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PCR 검사 수를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 "전국 대학병원에 분발해 달라고 호소하고 싶다"며 "도쿄도 의사회가 PCR센터를 각지에 만들어 검체를 체취해 민간 검사기관에 의뢰한다고 했는데 그런 방식도 계속해서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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