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8000가구 아파트 공급 발표...절반은 공공 분양
"기존 계획 수준의 개발 기대했는데...일대 실망감 커"
[서울=뉴스핌] 김지유 기자 = "용산 금싸라기 땅인 정비창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온다니 애초 국제업무지구로 개발될 것을 기대했던 인근 토지주들과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발표된지 하루밖에 안됐지만 주변 부동산을 알아보던 대기 매수자들이 계약을 미루겠다는 분위기다." (용산역 주변 A공인중개사)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역 주변 토지 등 소유주들과 주민들은 철도정비창 개발 발표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부지가 국제적인 업무지구로 변신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으나 대규모 주택단지로 조성되면 상대적으로 가치 및 상징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주변 주민들에겐 사실상 혜택이 크지 않은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용산역 정비창 부지를 개발해 총 8000가구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급 물량의 절반은 공공, 나머지 절반은 민간 분양으로 공급된다.
용산정비창 부지 전경 [사진=뉴스핌DB] |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보유한 이 부지는 약 51만㎡ 규모다. 지난 2007년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린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지에 포함되면서 개발 기대감이 부풀었다.
애초 서울시는 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한강변 일대 53만3115.5㎡(약 16만1000평)에 높이 102층(665m) 초고층 빌딩과 20~70층 높이의 30여 개 국제업무 및 상업, 문화, 주거용 고층 빌딩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주거시설은 총 3000여 가구로 이주자용 아파트 2000여 가구와 임대아파트 770가구로 계획됐다. 이어 지난 2010년 사업 시행사가 마스터플랜을 수정하면서 랜드마크 빌딩은 높이를 낮춘 3개, 주거시설은 일반 분양 2000가구를 늘린 5000가구로 변경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영향으로 2013년 사업이 좌초했다. 이후 지난 2018년 7월 박원순 시장이 용산 정비창 부지와 여의도를 묶는 '여의도·용산 통개발'을 발표하자 일대에 다시 개발 기대감이 돌았다. 하지만 이 발표 이후 용산과 여의도 집값이 뛰자 사실상 무산됐다.
국토부는 이 부지를 "주택 공급은 물론 국제적인 업무기능을 상당 부분 포함하는 방안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당초 계획에서 많이 늘어난 8000가구가 공급되면 그 외 시설 규모는 줄 수밖에 없다. 특히 공공 분양이 4000가구로 계획되면서 주변 토지 등 소유주들과 주민들은 불만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다.
용산역 주변 A공인중개사는 "용산 정비창 부지에 계획됐던 국제업무지구는 민족공원과 함께 일대를 환골탈태시키는 큰 개발 호재로 기대됐다"며 "정비창 부지 대부분이 아파트, 그것도 절반은 공공 분양으로 개발될 것이란 발표에 부지 주변 토지와 재개발 상가 소유주들, 일대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인근 B공인중개사도 "당초 국제업무지구 수준으로 개발을 기대했던 주민들 입장에선 주거시설이 늘면 실망감이 클 것"이라며 "앞으로 개발 기대감을 갖고 주변 부동산을 사려고 하지 않을테니 3.3㎡당 1억원에 달하던 재개발 상가와 치솟던 아파트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했다.
C공인중개사는 "발표난지 몇 시간 만에 최근 거래를 마친 아파트 매수인들을 시작으로 주민들의 문의가 빗발쳤다"며 "최고급 아파트도 아니고 공공 분양이 절반에 달하는 단지라면 주민들의 반대와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좌초했던 부지 개발이 다시 시작된다는 측면에서 일대 부동산 시장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D공인중개사는 "첫 계획 발표 이후 10년이 넘게 개발이 중단됐는데 다시 시작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용산역 일대는 서울 중심지로 다른 개발 호재도 많아서 가치가 급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용산 정비창 부지의 개발이 재추진된다는 측면에서만 봤을 때 용산 주변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주택 공급은 배후수요가 돼 주변 상권을 활성화할 수 있고, 용산은 수요가 많은 지역인 만큼 공급 물량으로 인한 기존 아파트 시장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