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정비+도시재생 연계해 구도심 활성화에 초점
김현미 장관 전면 나서.."쪽방촌 살리는 일이 도시 살리는 일"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집권 4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주거복지정책은 '쪽방촌' 정비에 방점을 찍었다. 출범 초기부터 추진한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해 주거취약계층 지원과 구도심 활성화, 두 마리 토기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강제 철거와 퇴거 없이 쪽방주민들을 주변 임대주택으로 이주시키고 새로 지은 임대주택으로 재정착시키는 게 이번 사업의 핵심이다. 21대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문재인 정부식 주거복지정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와 대전시, 대전 동구청은 22일 오후 대전 한국철도공사 본사에서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의 쪽방촌 정비사업은 지난 1월 서울 영등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쪽방촌을 헐고 일대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해 저소득층을 위한 영구임대주택과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을 새로 짓는 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쪽방주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주변 임대주택으로 이주시킨 뒤 새로 지은 영구임대주택에 재정착시키는 게 핵심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22일 대전 한국철도공사 본사에서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국토부] |
새로 짓는 공공주택 규모가 1200~1400가구로, 국토부가 추진하는 사업 중 큰 사업은 아니다. 그럼에도 김현미 장관이 이례적으로 현장을 누비면 이번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김 장관은 영등포에 이어 이날도 대전 현장을 찾아 이번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주민들의 생활불편과 안전, 환경문제 등을 야기하는 슬럼화는 도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난제"라며 "그 중심에 '노숙 바로 이전의 주거지'인 쪽방촌이 있다. 쪽방촌을 살리는 일은 도시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고질적인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쇠퇴해가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출범초기부터 도시재생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약 40만 가구는 아직 쪽방, 고시원, 반지하에 살고 있다. 방치된 빈집은 전국에 10만 가구, 30년 이상 노후 건축물도 700만 동에 이른다. 우리나라 도시의 3분의 2가 인구감소, 산업침체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특히 쪽방촌은 낡은 주거시설로 단열이나 난방, 위생, 화재에 취약하고 어둡고 인적이 드물어 범죄 등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어 환경 개선이 시급했다. 하지만 퇴거 문제와 사업성 등을 이유로 수십년간 방치돼 왔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을 내쫓지 않고 재입주시키는 방식으로 주거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쪽방촌 정비사업을 위한 선(先)이주 선(善)순환 이주대책(안) [제공=국토부] |
이번 대전역 쪽방촌 공공주택 사업으로 쪽방촌에 거주하는 170명의 주민들은 이웃들과 함께 임시 이주공간에 지내다, 2024년부터 임대주택으로 이사하게 된다. 쪽방 주민들의 취업과 자활을 돕는 사회복지시설과 그간 쉼터, 무료급식 등을 지원한 돌봄시설도 함께 입주한다.
공공임대주택을 중심으로 대전역 구도심 또한 큰 변화를 예고했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등 1400가구의 신규주택은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도서관, 건강생활증진센터 등 생활SOC, 철도산업 혁신센터와 같은 도심 업무공간, 청년상생협력 상가 등 상업시설들이 확충되면 주거와 문화, 업무, 산업 기능이 한데 어우러진 새로운 지역경제 허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영등포와 대전을 비롯한 전국 10곳의 쪽방촌을 지역 여건에 맞는 사업방식을 적용해 단계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쇠퇴해가던 원도심에 청년과 일자리가 몰리면서 지역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공동체가 복원되는 선순환 구조의 도시재생이 대전에서 시작된다"며 "오랜 시간 소외되고 방치됐던 쪽방촌이 도시를 살리는 재생공간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