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대회 최종일 17번홀에서 버디 잡고도 파로 적어 우승 기회 날려
그로부터 41년 흐른 2009년 앙헬 카브레라가 아르헨티나 선수로는 첫승 거둬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남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가 11월로 연기됐는데도 불구하고 마스터스에 관한 화제가 끊이지 않는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번주(9~12일)에 2020마스터스가 열린다는 점도 있지만, 마스터스가 차지하는 위상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하지 못해 사상 여섯 번째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 만큼이나 마스터스에 '한'이 맺힌 사람이 있다. 바로 로베르토 드 비센조(1922~2017·아르헨티나)다.
1968년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 최종일 66타를 기록하며 명승부를 펼쳤던 로베르토 드 비센조(왼쪽)와 봅 골비. 비센조는 이날 실제는 65타를 치고도 스코어카드에 66타로 적은 바람에 1타차로 연장전에 돌입하지 못하고 2위에 머물렀다. 챔피언은 골비였다. [사진=골프다이제스트] |
비센조는 전세계에서 통산 231승을 거두며 1940~1960년대를 풍미한 골퍼중 한 사람이다. 1967년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잭 니클로스, 게리 플레이어 등과 명승부를 펼친 끝에 우승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44세였는데, 톰 모리스 시니어 이후 최고령 챔피언이었다.
비센조은 여세를 몰아 1968년 마스터스에 출전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와 2타차의 공동 6위였던 그는 최종일 전반에 훨훨 날면서 우승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1번홀(파4)에서 이글을 잡은 그는 전반을 5언더파로 마쳤고, 18번홀(파4)에서 보기를 했음에도 그의 머리속에는 '7언더파 65타'가 아른거렸다. 마스터스 최종일 스코어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큼 좋은 스코어였다.
비센조 다음조에서는 봅 골비(미국)가 비센조에 1타 앞선 채 4라운드를 시작했다. 골비는 이날 66타를 기록했다.
비센조는 골비와 연장전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거스타 내셔널GC측은 연장전 대신 골비의 우승을 발표했다.
비센조는 최종일 17번홀(파4)에서 버디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의 마커인 토미 애런(미국)이 비센조의 스코어카드 17번홀에 '3' 대신 파를 의미하는 '4'를 적었다. 비센조는 그것도 모르고, 애런이 사인해 건넨 자신의 스코어카드를 제출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홀 스코어를 실제보다 높게 적어내면 그대로 인정된다<골프 규칙 3.3b>.
비센조의 17번홀 스코어는 실제는 버디였으나 졸지에 파로 변해버렸고, 이는 공동 선두가 아니라 1타차 2위를 의미했다. 보기드문 이 해프닝의 단초는 애런이 제공했으나, 홀별 스코어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한 비센조의 잘못이 더 크다.
최종라운드가 열린 그해 4월14일은 비센조의 46회 생일이기도 했다. 비센조는 그러고도 애런을 탓하기보다는 "멍청이같으니라고!"라며 자책하며 결과를 받아들였다. 연장전에 돌입해 우승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이 사례는 마스터스 뿐 아니라 세계 골프계에서 가장 어이없는 실수로 거론된다.
그로부터 41년이 지난 2009년 캐디 출신의 앙헬 카브레라가 아르헨티나 선수로는 최초로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대선배의 실수를 만회하기까지 40여년이 흐른 것이다. 물론 카브레라의 우승에 누구보다 감격한 사람은 바로 비센조였다. 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