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서 정치인으로... 정의당 비례 2번으로 선출
"20~30대가 성범죄에 느끼는 감각은 586과 다르다"
'메갈' 논란 묻자 "인격 훼손하는 모든 폭력에 반대"
"조국 비판, 심 대표와 상의 안 했다…신뢰 있으니"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지금 중요한 질문은 '너 메갈이니'가 아니라 '너 n번방 하니'여야 한다."
장혜영 정의당 청년선대본부장(32)은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을 둘러싼 메갈리아 논란에 대해 "지금 이것이 대한민국 여성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논란의 발단은 트위터였다. 그는 비례대표 경선을 앞두고 '여러분의 둘째 메갈을 국회로 보내 달라'는 글을 남겼다.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자신에 대해 '메갈'이라는 검색어가 자동 완성되는 세태를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메갈리아 꼬리표는 견고해졌다.
장 본부장은 자신을 '평범한 페미니스트'라고 했다. 여성 해방이 모든 인격체의 평등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가장 억압받아온 성별의 주체로서 투쟁해 온 이유다. '메갈리아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은 페미니즘의 본질을 흐린다. 그는 답변을 아껴왔다.
폭력에 대한 입장은 확실했다. 그는 "개인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그 어떤 종류의 폭력적인 행동과 언사는 용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남성을 혐오하는 방식의 메갈리아 활동에는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장 본부장이 대표할 수 있는 집단은 수없이 많다. 여성, 청년, 장애인 가족, 비정규직, 문화예술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특히 8090세대로 살며 체감한 가치는 586의 가치와 확연히 다르다.
그는 n번방 사건을 두고도 "지금 20~30대가 디지털 성범죄와 성 착취에 느끼는 감각은 그런 범죄를 미루어 짐작하는 사람들의 감각과 확실히 다르다"며 "문 밖의 피해자들을 위해 당장 필요한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정의당 청년들과 함께 n번방 사건 재발방지법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국회 동의서를 모든 국회의원에게 전송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는 청년 정치인으로서 포부이기도 하다. 장 본부장은 지난 6일 당선 안정권인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2번으로 선출됐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장혜영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 2020.03.26 leehs@newspim.com |
다음은 장혜영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와의 일문일답.
- 정의당 비례대표 선거에서 안정권인 2번을 받았다. 21대 국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싶나.
▲ 당을 막론하고 청년 정치인들이 많이 들어오길 바란다. 청년이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공통분모가 있다. 체감하는 가치가 분명히 변했다. 586이 공감하는 민주화 가치가 있는 만큼 80·90년생들이 공유하는 가치도 있다. 우리는 다원주의와 초연결을 경험하며 세계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감각이 있다. 지금의 2030이 디지털 성범죄, 성 착취에 느끼는 감각과 그것을 미루어 짐작하는, 자기 일상이 아닌 사람들의 감각은 확실히 다르다.
- 정의당 청년들이 모여 'n번방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 25일 밤에 국회의원 290여명 전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원포인트 국회 촉구에 동의하라는 내용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을 하자는 입장이다. 문 밖에 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봐야 한다. 피해자 관점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매일 경악을 금치 못한다. 법안 처리도 하려고 하면 왜 못하나. 총선이 3주나 남았다. 뭔가를 처리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 앞으로 청년을 대표해 끌고 가야 할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이라고 보나.
▲ 주거 문제가 심각하다. 밤이 오면 들어가서 몸 누일 곳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땅은 한정되고, 땅값은 올라간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청년,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은 청년들은 갈 곳이 없다. 문제는 주거문제가 주거만을 갖고 풀 수 없다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주거는 생존의 문제이지만 기득권에게 주거는 자산의 문제이다. 주거 정책은 부동산 투기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와 맞물린다.
그래서 정의당은 만 20세 청년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기초자산제 방식 등을 고민한다. 청년들이 주거·학업을 위해 쓰거나 목돈이 필요한 부분에 사용할 수 있게 해주자는 여러 고민이 녹아 있다. 재원은 보유세 신설이나 상속세 강화 등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이 두 가지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 장애인 동생과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으로 관심을 받았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입법 과제도 있을 것 같다.
▲ 장애라는 것은 하루에 8시간만 있다가 사라지지 않는다. 발달장애를 비롯해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은 이 사회에서 24시간 동안 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필요한 만큼 필요한 서비스를 해야 한다. 완전한 탈시설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마련할 수 있는 토대는 만들어졌다. 활동지원 제도의 핵심은 국가가 가족들에게 떠밀어온 돌봄을 사회가 책임지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활동지원사 급여의 대부분을 지원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관점이다.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든 우리 사회에서 떠밀려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예산과 정책지원 문제가 남았다. 존재하는 제도가 실재할 수 있도록 예산과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면 그 부분을 명확하게 해나가겠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장혜영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 2020.03.26 leehs@newspim.com |
- 우리사회 첨예한 갈등 중 하나가 남녀갈등이다. 이 갈등의 시작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 갈등의 본질은 명확하다. 우리 사회는 많은 이들이 성별에 관계없이 누군가를 나와 같은 인격체로 동등하게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데 실패했다. 시민들이 그런 것들을 기본 소양으로 갖추는 데 실패한 것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고정된 뿌리 깊은 여성 착취와 차별이 가장 큰 문제다. 해결해야 한다. 이 문제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모든 순간에 저는 아주 평범한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서 제 역할을 하겠다.
- 본인이 '메갈리아 논란' 당사자가 되기도 했다.
▲ 질문 형태를 가장한 수많은 함정들, 공격들을 마주한다. 본질을 흐리는 방식이다. 저는 그 어떤 낙인찍기에도 낙인을 찍기 원하는 사람들의 방식으로는 반응하지 않겠다.
- 정의당도 2016년 메갈리아에 우호적인 논평을 냈다가 많은 당원들을 떠나보냈다. 메갈리아의 미러링 방식이 남성혐오를 조장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과격한 방식의 페미니즘이라도 동의하느냐는 질문이다.
▲ 저는 그 질문이 이중삼중의 자의적인 관점을 포함했다고 본다. 그리고 그 관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저는 그 질문이 품고 있는 여러 가정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 모든 맥락이 삭제된 채 "너는 메갈이냐, 아니냐"를 묻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지금은 2020년 3월이다. 지금 시점에 중요한 질문은 "너 메갈이니"가 아니라 "n번방 하니"여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여성 청년 정치인에게 메갈에 대한 질문이 들어온다는 것이 대한민국 여성의 현실을 말하는 것 같다.
- 정치인이기에 말에 대한 책임도 크다. 후보 본인이 '메갈'이라는 단어를 썼기에 계속해서 질문하고 답을 요구받는다.
▲ 저는 모든 종류의 성별 정체성이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가장 억압받아온 성별이 여성이었기에, 여성 해방이 모든 성별의 해방에 기여한다고 믿는 성평등주의자이다. 그래서 저는 저를 평범한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것이다.
어떤 방식의 묻기와 어떤 방식의 대답하기가 있는 것이고 지금 이것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저는 개인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그 어떤 종류의 폭력적인 행동이나 언사가 용납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 단순히 메갈리아 찬반 문제가 아니라 그 어느 누구도 남을 공격할 권리는 없다는 의미로 들린다.
▲ 그렇다. 저는 인격을 훼손하는 모든 종류의 폭력에 반대한다.
- 최근 정의당 청년들이 조국 사태와 관련해 반성문을 내놨다. 우연찮게도 정의당 지지도가 최저치를 찍은 다음이었다.
▲ 정의당은 총선을 앞두고 청년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비례대표 청년 할당제가 전국위 차원에서 의결됐다. 당내 청년 정치인들이 주축이 돼서 청년 선거대책본부도 꾸렸다. 지도부가 있고 그 밑에 청년 선대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존재한다. 청년들이 독자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자각 하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봤다. 결국 정의당을 다시 정의당답게 만드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조국 사태를 보며 정의당을 지지한 분들이 실망감을 느꼈다. 우리 자신도 돌이켜보면, 우리가 가장 불평등한 위치에 선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에 공감해서 단호하게 얘기했어야 하지 않겠나.
- 지도부와도 공감대가 형성됐던 얘기인가.
▲ 예를 들어 보자. 심상정 대표님은 모든 얘기를 저희와 하지 않는다. 정확히 그런 형태다. 그 정도 신뢰는 있다. 정의당을 사랑하고 정의당에 자긍심을 가진 정치인으로서 정치인 밑에 청년 정치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청년 정치인은 청년이기 전에 정치인이다. 그렇기에 충분한 토론 후 저희가 메시지를 낸 것이다.
- 당 내에선 피드백이 있던가.
▲ 당직자나 지역에 계신 분들 사이에선 선거를 앞두고 "왜 다시 그 얘기를 끄집어냈느냐"는 비판도 있던 것 같다. 안 그래도 힘든 분들께 더 어려움을 안겨 송구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저희는 당을 사랑하기에 그 얘기를 해야 했다. 이런 부분을 알아주실 수 있도록 다음 행보는 더 잘해야겠다.
- 최근 정의당 지지도가 많이 떨어졌다.
▲ 지지율 경쟁은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정의당은 절대평가를 받고 있지 않다. 이보다는 정치판 자체가 거대양당의 비례위성정당 행렬로 짜여졌다. 심지어 민주당은 두 개나 된다. 요동치는 구도 안에 존재하는 것이 1차적인 원인이고, 두 번째는 정의당이 왜 정의당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차별성 있는 대답을 국민들께 못 들려드린 것 같다.
- 비례대표로 당선되려면 유권자들이 '정의당'을 찍어야 한다. 정의당 지지를 호소하며, '정의당은 OO이다'를 완성해 달라.
▲ 정의당은 원칙과 가치를 지키는 정당이다. 18세 유권자 등 이번에 처음 투표장에 가는 사람들이 있다. 투표용지에서 반칙으로 얼룩진 위성정당들의 이름을 잔뜩 볼 것이다. 성실하게 노력하며 살라는 가르침을 받았던 분들께 정치인으로서 면목이 없다.
적어도 원칙과 가치를 지킨 정당이 하나는 있고, 그게 우리당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21대 국회에서 그 누구보다, 지금까지 그랬듯, 보이지도 않게 된 사람들의 인권을 소리 높여 얘기할 것이다. 예를 들어 1호 법안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될 것이다. 믿고 지지해 주신다면 필요한 일들을 지금부터 해 나갈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장혜영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 2020.03.26 leehs@newspim.com |
◇ 장혜영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약력
2006년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영상연출과
2011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중퇴
2018년 영화 '어른이 되면' 감독·주연
2019년 한국장애인인권상 인권실천부문 수상
2019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박남옥상 수상
2019년 한국여성지도자상 젊은지도자상 수상
2019년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現)
2020년 정의당 청년 선거대책본부장(現)
※ 뉴스핌은 4·15총선을 앞두고 전국 각지에 출마한 후보자들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후보자 외에도 다른 정당 또는 무소속 후보의 인터뷰 일정이 잡히는대로 추가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문의 뉴스핌 총선특별취재팀(02-761-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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