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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재포장하는 약사들…줄서기까지 해결하라고?

기사입력 : 2020년03월18일 11:19

최종수정 : 2020년03월18일 11:22

소분포장 안된 마스크 입고...직접 재포장
"줄 안 서게 만들라"...현실성 떨어지는 권고
"마스크에 대한 트라우마 남을 것 같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코로나19에 따른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지 1주일이 지나면서 약사들이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마스크 재포장, 입고량 확인 등 업무가 늘어난데다 현실과 동떨어진 지침·권고까지 내려오면서 마스크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 "알아서 판매해라", 본업 잊은 약사들

18일 의료업계 등에 따르면 매일 250장의 공적마스크가 전국 각 약국에 공급되고 있다. 약사들은 입고된 마스크 수량을 직접 확인한 후 '약국 마스크 판매 이력 시스템'에 수량을 입력해야 한다. 매일 250장이라고 하지만 가끔 몇 십장씩 적게 배달되는 경우도 있어 약사들은 직접 입고 물량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밖에 없다.

마스크는 한 포장지에 3~5개씩 묶음 포장된 경우가 주를 이룬다. 조달청이 제조공장·제조원과 직접 계약을 맺고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지만, 일부 제조공정이 낱개 포장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약사들은 마스크를 판매하기 위해 포장지를 뜯고 다시 개별 포장해야 한다. 더구나 재포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마스크 오염을 막기 위해 약사들은 위생장갑을 사용하는 등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한 약국이 공적마스크를 종이 약봉지에 넣어 판매했다. 2020.03.18 hakjun@newspim.com [사진=독자제공]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마스크 문의 전화, 입고량 확인, 마스크 재포장, 판매시간 공지 등을 모두 소화하다 보면 본업에 소홀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일부 약국은 재포장 시간을 줄이기 위해 종이 약봉지에 마스크를 담아 판매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마스크랑 포장지만 던져주고 '너희들이 알아서 판매하라'는 수준"이라며 "1인 약국의 경우 일손이 더욱 부족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 "마스크 줄 없애라", 현실성 없는 지침

더구나 약국 운영과 마스크 판매 경험이 없는 일부 지역 약사회 임원과 지자체 공무원들이 현실성 없는 권고와 지침을 내리면서 약사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모 지역 약사회는 최근 약사들에게 '약국 밖 마스크 줄서기'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약사회 임원 B씨는 약사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약국은 과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마스크 배포정책을 채택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약국 밖 줄세우기는 방역지침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약사가 "마스크를 약국에서 판매하는 이상 줄서기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항변했으나, B씨는 "약국업무에 지장 없이 마스크를 배포하는 방법이 있다"며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마스크를 개별 포장 하고 있다. 2020.03.09 pangbin@newspim.com

모 지방 시청은 오후 5시부터 마스크를 일괄 판매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퇴근 후 구매를 원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더 늦은 시간에 마스크 판매를 시작하는 약국이 나오자 공무원들은 "왜 늦게 판매하냐"며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사 C씨는 "왜 공무원까지 약국을 괴롭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약국이 공무원들을 돕는 건데 주객이 전도됐다. 우리가 감시대상이 되고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해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마스크 때문에 단골까지 잃고 불친절한 약사로 찍히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로 약사에게 남는 게 뭔지 모르겠다. 마스크에 대한 트라우마만 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부 약국은 아예 마스크 판매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 약사회는 이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마스크 판매를 재개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마스크 판매 과정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오면 다 약사한테 귀책이 되는 형식"이라며 "스스로 판단하고 모든 책임을 감수하는 위치여서 약사들이 심리적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hak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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