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28일 기자회견 열고 안철수 제안 모두 거절
"미래세대에 넘겨주며 함께 2선으로 물러나자"
안철수 "손학규,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본격적인 당권 다툼에 돌입하며 바른미래당이 또 한 번의 분당 위기에 처했다.
손 대표는 안 전 대표의 비상대책위원장 '셀프 추천' 제의를 거절하며 함께 2선으로 물러나자는 역제안을 했다.
바른미래당 지도체제 구성을 두고 '오너'인 안 전 대표와 'CEO'(최고경영자)인 손 대표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당권파와 안철수계가 남아 있던 바른미래당이 추가로 갈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1.28 kilroy023@newspim.com |
손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대표가 오면 물러난다는 이야기는) 내 입으로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함께 2선 퇴진하자고 하셨는데 정식으로 의향을 전할 것이냐'는 질문에 "안 전 대표가 앞으로 하는지 태도에 따라"라며 "어제 안 전 대표는 너는 물러나고 내가 잡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불쾌감을 전했다.
손 대표는 기자회견문에서도 안 전 대표의 제안에 대해 모두 거절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안 대표가 귀국한지 1주일 되는 설날에 전화해서 설 연휴가 끝나기 전에 만나보고 싶다고 말해 27일에 보자고 했고, 안 대표는 '시간을 정해주시면 당 대표실로 찾아뵙겠다'는 문자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손 대표는 이어 "저는 당 대표실로 와서 만난다는 게 정치적인 예의 차원인 것으로 생각했지, 많은 기자, 카메라를 불러놓고 저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일방적 통보, 언론에서 말하는 소위 '최후통첩'이 될 것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며 "개인 회사의 오너가 CEO(최고경영자)를 해고 통보하는 듯 말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안 대표가 비대위 구성을 제안해서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세대교체를 위해 미래 세대에게 당을 맡기자고 제안했다"며 "미래세대를 주역으로 내세우고 안철수와 손학규가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자"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전날 손 대표와의 회동에서 비대위를 꾸릴 것을 제안하며 비대위원장을 자신이 맡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당원 투표를 통해 손 대표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묻자는 2가지 제안을 했다.
손 대표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안 전 대표는 "창당 이래 가장 위기 상황인데 이럴 때야말로 당원들의 의사를 물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드렸다"며 "정치는 책임인데, 초심으로 돌아가 당원들의 뜻을 묻자고 한 제안을 왜 당대표가 회피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오찬을 앞두고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다. 2020.01.28 kilroy023@newspim.com |
손 대표가 2가지 제안 모두에 대해 분명한 거절의 의사를 밝히며 바른미래당이 추가 분열할 것으로 관측된다. 손 대표의 거절에 대해서는 이미 당권파로 분류되는 의원들 사이에 예상된 일이었다.
바른미래당 당권파 한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 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권파들도 안 전 대표가 돌아온 이후 손 대표가 2선 후퇴하는 것을 생각했었는데 손 대표가 불쾌했을 것"이라며 "당권파들은 손 대표와 안 전 대표 모두 전면에 나서지 말고 신구 조화를 아우를 수 있는 인사를 내세우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손 대표에게) 그간 바지사장 잘 했으니 이제 내려오시고 대주주인 내가 직접할께 이렇게 들리지 않겠느냐"며 "당권파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해왔다"고 전했다.
안 전 대표와 인연이 있는 한 정치권 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는 한 번도 본인 입으로 '보수'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그는 가장 확고한 제3지대 지지자 중 하나"라며 "바른미래당이나 변화와 혁신에 있는 국민의당 출신들도 손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오염시켰다'고 보고 있어서 신당 창당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