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국현) 전문임기제가 폐지되고 39석의 정원이 확보됐다. 이를 두고 국현은 2013년 서울관 개관 당시부터 문제제기된 전문임기제 직원에 대한 고용문제가 해결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미술계 일부에서는 39석 정규직 전환은 이미 해결됐어야할 일일뿐 미술관이 자화자찬할 게 아니라고 비판한다. 아울러 미술관장과 학예실장의 직급 승격, 장기적으로 미술관 법인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는 국현이 올해 전시계획을 발표한 지난 9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직제에 관한 긴급토론회'를 열겠다고 언론에 알렸다. 14일 열린 이 토론회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직제개편인가'를 주제로 정준모 전 실장을 비롯해 김진령 미술에세이스트, 최열 미술비평가, 김복기 경기대교수,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 홍경한 미술비평가를 발표자와 토론자로 초청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명이식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19.12.17 89hklee@newspim.com |
정준모 평론가는 "2013년 국현 서울관이 개관하면서 당연히 확보했어야 할 인력을 6년이상 끌었다는 것은 서울관 개관 당시 법인화를 추진하는 과도기적 과정이라 해도 직무유기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술관이나 문화체육관광부가 내세우는 것처럼 사실 전문임기제를 정규직화 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일 수 있지만 이 정부 들어 수많은 직종과 직렬의 임시직, 일용자들의 정규직화되고 있고 이것이 이 정부가 내세우는 치적이다. 올해도 공공기관에 신규채용을 2만5600여명 늘리고 비정규직 1만 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해 국감에서 문체부 박양우 장관도 언급한 국현 관장의 차관급 격상과 학예연구실장의 직급 상향이 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유감을 밝히며 행정직 공무원들로 구성된 기획운영단의 축소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10.02 kilroy023@newspim.com |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이날 토론회에 국현 및 문체부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사실 이 자리는 정준모 선생이 요청해 참석했지만, 실제로 이 자리에 진짜 있어야 할 사람이 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문체부 직원, 국현 관계자가 왔는지 모르겠다. 있으면 다행인데, 소식을 못 들었으면 모를까. 못 들었을 리가 없고 안 왔다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미술계 이야기지만, 건설적으로 답을 만들어내는게 정상적인 수순이다. 제가 보기엔 미흡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도 국현 관장의 차관급 격상과 관련한 직제 개정 문제는 사회적 공론화가 돼야 하며 미술관도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순 전 관장은 "미술계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안된다. 사회적 합의로 대통령이 결정해야 한다. 문화부 장관이 할 수 있는데, 제일 힘이 없다. 기재부에서 결정하는 사안인데 미술관 내부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장의 직급을 조정하면 지금과 같이 문체부 소속 기관으로만 특징지어지는 미술관의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영순 전 관장은 "사실 미술관 전문직제로 들어온 사람들은 국가 운영 예산과 국정감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잘 모를 거다. 그러므로 공무원 사회를 잘 아는 기획운영단장은 기능직으로 필요하다. 단, 운영단장을 하급직으로 조정하고 관장을 차관급으로 승격해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토론 참석과 관련, 국현 관계자는 "토론회 한다는 소식은 들었고 이후에 뉴스도 접했다. 토론 주최부터 참가하는 분들이 공식적으로 초청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참석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토론회 포스터 [사진=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2020.01.14 89hklee@newspim.com |
미술관과 문체부도 관장과 학예실장의 직위 격상을 위해 기재부와 행안부에 꾸준히 요청했으나 성과로 이뤄지지 않았다. 국현 관계자는 "행안부가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게 공무원 급수와 직위를 올리는 일은 국가 차원에서 세금이 더 들어가는 문제와 연결된다. 계속해서 문체부와 미술관은 관장 및 학예실장의 직위 상향 조정을 요청하고 있다"며 "사실 공무직의 문제는 국현만의 문제는 아니다. 공무직을 다 정규직화하는 문제는 국가 세금과 관련돼 있어 현 단계에서 함부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관장의 인사권이 없다는 일부의 의견에 대해 미술관 관계자는 "관장도 인사권을 갖고 있으며 내부 학예사의 승진과 부서 이동에도 관여한다. 예산 확보와 미술관 사업에도 관장의 의지가 반영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기획운영단장의 역할도 크다. 관장의 중점 방향에 따라 공조하고 있다. 이번에 국회에서 백남준 다다익선 복원 관련 예산 15억원을 받게된 것도 기획운영단장의 역할이 컸다"고 덧붙였다.
최진 문체부 문화기반과 과장은 문체부에서도 학예실장과 관장 직급, 정규직 전환의 필요성을 행안부에 전달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진 과장은 "박양우 장관이 직접 행안부에 가 국현 관장과 학예실장 직급 관련 직제 개편에 관한 내용을 전했다. 결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노력을 안 한게 아니다. 그렇지만, 정규직 전환이 40명 가까이 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행안부에서는 40명은 너무 많다면 절반씩 나눠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세종=뉴스핌] 이한결 기자 =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2019.12.12 alwaysame@newspim.com |
그러면서 "지금의 숙제는 정규직 전환 인원을 공정하게 뽑는 것이다. 그 다음에 관장과 학예실장의 직급을 논의하는 거다. 4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을 뽑아야하는 미션을 앞두고 법인화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진 과장은 기획운영단장과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직급이 같다고 해서 문체부가 소속기관에 관여하는 것은 없다고 못박았다. 최 과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문체부의 소속기관이라고 해서 공무원 조직처럼 운영돼온 것은 아니다. 전시는 관장님 지휘 아래 전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체부가 그간 관장과 학예실장 직급 승격과 관련해 움직이지 않은 게 아니다. 행정직만 직급 올렸다는 건 오해고 왜곡이다. 팩트 다 체크해보면 같이 올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회에서도 논의가 된 거다. 우리가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재정당국과 하듯 조직 개편은 행안부를 상대로 노력하고 있다. 최근 미술계에서 제기된 이야기들은 추후 문체부가 미션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인 것은 맞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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