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면서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의 현장 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슈별로 SNS 방담을 진행했습니다. 기자들이 본 2019년 함께 하시고, 내년에는 좋은 일이 가득하길 기대해 봅니다.
[서울=뉴스핌] 장주연·양진영·이현경·이지은 기자 = 2019년 한 해가 어느덧 끝자락에 다가왔다. 연말이만 늘 나오는 말이지만, 올해 연예계는 정말로, 유난히 다사다난했다. 특히 연예인들의 연이은 죽음이 대중을 슬픔에 빠뜨렸다. 지난 1년간 기사에 담아야만 했던, 그리고 담지 못했던 이야기를 방담으로 풀어봤다.
▲장주연 기자(이하 장): 올 한해는 연예인들의 사망 소식이 유난히 많이 들렸습니다. 특히 큰 사랑을 받았던 아이돌 멤버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충격을 안겼어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지난 10월, 11월 세상을 떠난 설리(왼쪽)와 구하라 [사진=구하라 인스타그램] 2019.12.03 alice09@newspim.com |
▲양진영 기자(이하 양): 지난 10월 14일이었죠. 에프엑스 출신 설리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모두가 충격에 빠졌어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이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서 사망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걸그룹 멤버에서 배우로 전향한 뒤 예능프로그램 '진리상점' '악플의 밤'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다 들려온 비보라 충격이 더 컸죠. 저도 뮤지컬 배우 인터뷰 중에 소식을 들었는데 기사를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놀랐습니다.
▲이현경 기자(이하 현): 저도 그때 기억이 생생해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정례 브리핑을 마치고 복귀하기 위해서 오송역에 있었는데 그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역에 있던 사람들도 웅성거렸죠. 다들 믿지 못하는 눈치였어요.
▲장: 카카오톡 채팅방도 뜨거웠죠. 타 매체 기자들은 물론, 친구와 지인들에게 '정말 설리가 사망한 게 맞느냐'는 질문이 쏟아졌어요. 그리고 한 달 후 같은 일이 반복됐고요.
▲양: 맞아요. 설리가 세상을 떠난 지 불과 한 달여, 지난 11월 24일 구하라가 세상을 떠났어요. 역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소속사에서 사실관계를 밝혔죠. 걸그룹 출신 스타가 비슷한 경위로 연이어 사망하면서 업계는 물론 모두가 그 원인에 주목하게 됐어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현재 폐지된 '악플의 밤'에 출연한 설리 [사진=JTBC '악플의 밤' 캡처] 2019.12.24 alice09@newspim.com |
▲이지은 기자(이하 이): 설리와 구하라는 SNS 계정을 통해 팬들과 소통을 즐기는 이들이었죠. 하지만 같은 이유로 지속적인 악성 댓글에 시달렸습니다. 외모 비하부터 수위 높은 성희롱 발언까지 일삼았죠. 두 사람 모두 악성 댓글에 직접 대응하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설리는 '악플의 밤'에서 자신을 겨냥한 악성 댓글을 직접 읽기도 했죠.
▲양: 사실 전 '악플의 밤' 제작진의 의도도 의아했어요. 악플에 시달리는 연예인에게 직접 자신의 악플을 읽어 내려가게 했으니까요. 물론 지금은 폐지됐지만요.
▲장: 그럼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의 심리는 뭘까요? 사실 SNS를 찾아오고 기사를 찾아본다는 게 관심에서 비롯된 거잖아요.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현: 아시다시피 우리는 연예인을 이야기할 때 너무나 쉽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어요. 특히나 온라인에서는 더하죠. 익명이니까요. 대중이 연예인을 자신과 동일시하다 보니 '존중' 없는 악플이 난무합니다. 심리학자에게 물어보니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욕하면서 '나는 잘났다'고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양: 악플과 관련해서 협회에서도 성명서를 발표했죠?
▲이: 네, 설리의 죽음이 악플 때문이라는 지적이 계속되자 한국연예매지니먼트협회(연매협)는 10월 16일 아티스트 보호를 강조하며 사이버 테러 언어폭력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고 강경 대응 입장을 전했어요. 대중문화인이 단지 '공인'이란 이유로 감수할 부분을 넘었다는 거죠.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사진=카카오톡 대화방 캡처] 2019.12.24 jjy333jjy@newspim.com |
▲장: 설리와 구하라의 죽음으로 악플의 심각성이 대두되긴 했지만, 사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죠. 그간 악성 댓글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연예인이 많았어요. 악플로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기도 했죠. 당연히 소속사도 고민이 많습니다. 스타와 매니저를 24시간 함께 지내게 하거나 심할 경우 정신과 치료를 권유하죠.
▲현: 근데 심리학 전문가와 이야기해보니 연예인들이 현실적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기가 어렵다고 해요. 정신적으로 힘든 연예인들이 병원에 가려면 매니저와 동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러니 속마음을 제대로 털어놓을 수가 없는 거예요. 자연스레 약물 의존으로 이어지죠.
▲양: 사실 약물치료는 제대로 된 치료가 아니죠. 연예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약물의 위험성은 늘 언급되는 이슈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신화 멤버로 20년 넘게 활동 중인 김동완은 설리가 사망한 뒤 작심 발언을 했죠. "많은 후배가 돈과 이름이 주는 달콤함을 위해 어떤 병을 갖고 일할 건지 고민하고 있다"며 향정신성의약품의 편의성 이면에 수많은 부작용과 후유증을 언급했어요. 본인이 원해서, 혹은 빠른 해결을 위해 약물을 권유하는 일을 방관해서는 안된다고도 했죠. 연예계 종사자들의 생각도 비슷해요. 몇몇 기획사에서는 끔찍한 비보를 막기 위해 약물은 절대 복용하지 못하게 한다고 해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절실합니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사진=카카오톡 대화방 캡처] 2019.12.24 jjy333jjy@newspim.com |
▲장: 극단적일 수도 있으나 연예 기사 댓글 차단이 한 방법이겠죠. 포털사이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설리 사망사고를 계기로 서비스 전면 개편에 나섰어요. 10월 25일 오후 1시를 기점으로 카카오톡 샵 탭에 있는 실시간 검색어 이슈를 폐지했죠. 그리고 곧 연예 섹션 댓글 폐지와 인물 검색 시 관련 검색어도 볼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일례로 네이버에서 설리를 검색하면 여전히 자극적인 단어와 실시간 네티즌 반응을 볼 수 있지만, 다음에서 검색할 경우 프로필과 기사 외에 어떠한 것도 볼 수 없죠.
▲이: 그래서 소속사들도 다음에 제공된 기사 링크를 공유하는 추세라고 해요. 아니면 기사 전문을 복사해 가지고 오죠. 소속 아티스트가 조금이라도 악성 댓글에 노출되지 않게 하기 위한 나름의 방안인 거예요.
▲양: 악성 댓글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한가수협회에서도 나섰어요. 이들은 11월 29일 익명성 뒤에서 악플을 다는 대중과 트래픽에 목숨 걸고 사회적 타살을 방조하는 포털사이트, 악플을 유도하는 기사를 쓰는 일부 언론, 문화정책 입안자들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했죠. 가수협회는 포털사이트는 연예기사 댓글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며 국회와 문체부에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습니다.
▲현: 박양우 문체부 장관 역시 국정감사에서 설리의 죽음과 관련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어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도 강조했죠. 한국콘텐츠진흥원 소속기관 대중문화예술인지원센터 역시 예술인들의 전반적인 정신건강과 스트레스 극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과 같은 피해 사례가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해요.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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