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복지부 장관 사퇴 주장 국민청원 등장...1만2000여명 동참
전문가들 "사실 맞지만 표현 잘못...아이들에게 지나친 초점 안돼"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성남 어린이집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가해 아동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 장관의 발언은 문제가 있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비판보다는 사회적 해결책 모색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성폭력을 두둔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 4일 오후 2시 기준 1만2000여명이 동참했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2019.12.04 iamkym@newspim.com |
청원자는 "전 국민의 건강 수호를 위해 누구보다 힘써야 할 사람의 입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짓밟는 망언이 나왔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참담하다"며 "장관이 성폭력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나라에서 어떤 국민이 건강 정책을 신뢰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은 박 장관의 망언이 정당화되는 나라에서 절대 건강하지 못할 것"이라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나라,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나라의 시작은 박 장관의 사퇴"라고 주장했다.
앞서 박 장관은 성남 어린이집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지난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어 전문가들 의견을 듣고 판단하겠다"고 발언했다.
박 장관의 발언 이후 논란이 거세지자 복지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장관의 견해가 아닌 아동의 발달에 대한 전문가의 일반적인 의견을 인용한 것"이라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비판 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은 맞는 설명이라면서도 공적인 자리에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었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도 피해·가해 아이들에게 집중된 초점을 부모와 사회로 옮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라는 표현으로 장관이 공분을 사고 있지만, 이 나이 유아들이 성에 호기심이 많은 시기는 맞다"며 "가해 아동 역시 조직적, 계획적이라기보다는 그냥 한 행동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하고, 특히 가정에서 아이들이 유해한 영상에 노출되지 않도록 부모들이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성교육 전문가 A씨도 "피해자 보호에 앞장서야 할 장관이 가족들과 사석에서 나눠야 할 얘기를 공적인 자리에서 한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성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아이의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가정에서 배우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해 아동을 범죄자로 몰아가기 보다는 변해가는 사회적 성 인식에 맞춰 전문적인 교육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완정 인하대 아동심리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표현하는 방식은 분명 성인들과 다를 수 있다"며 "제일 안타까운 것이 피해 여아인 것은 맞지만, 가해 남아에게 평생 낙인을 찍는 것도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 사태 해결에는 양쪽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상처를 받은 사회 전체가 같이 회복해나가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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