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통해 안보리 제재 결의, 대북 압박 과정 등 설명
하노이 회담 결렬은 "최대 압박이 최대 아첨이란 의구심에 제동" 주장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초기 북한을 압박하고 유엔의 강력한 대북 제재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치광이 전략' (madman theory)을 구사했다고 니키 헤일리 전 미국 유엔본부 대사가 밝혔다.
트럼프 정부의 초대 유엔 대사로 발탁돼 외교안보 분야 '복심'으로 불렸던 헤일리는 이날 발간된 회고록 '외람된 말이지만'(With all due respect)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자신의 재임 기간 세 차례 대북 제재를 통과시킨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안보리 이사국들의 대북 제재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그들에게 방금 나와 얘기했고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전하라. 그들이 나를 미쳤다고 생각하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그는"트럼프 대통령의 도발적인 발언이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사실 나로서는 '최대의 압박' 전략에 도움이 됐다"며 "이는 키신저의 '미치광이 전략'이었다"고 주장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9월 유엔총회 연설을 앞두고도 자신에게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부르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헤일리는 "유엔총회는 교회와 같은 곳이니 하고 싶으면 하라. 어떤 반응이 나올지는 모르겠다"고 답변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당시 유엔 총회에서 사전 원고 없이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조롱하면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안보리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 [사진=로이터 뉴스핌] |
헤일리 전 대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통과시키면서 이에 거부감을 보였던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상 과정도 상세히 밝혔다.
헤일리는 특히 "안보리 대북제재 협상은 사실상 중국과의 양자 협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 정권이 몰락하면 북한 주민의 집단 탈출과 유입으로 중국도 타격을 받게 된다는 점을 내세워 중국의 지지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후 러시아측에 "러시아 정부만 대북 제재에 반대하면 국제적 고립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압박, 결국 만장일치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인 '이란 핵 합의'(JCPOA) 탈퇴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겨냥한 공습도 북한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고 주장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란과의 핵 합의에 탈퇴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등 외교 안보 참모들은 반대했지만 자신은 찬성했다면서 이란과의 기존 핵 합의와 같은 종류의 합의를 북한과도 체결하지 않을 것이란 강호 신호를 줄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시리아에 대한 공습에 대해서도 "시리아에 가한 피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공격이 시리아·러시아뿐만 아니라 북한과 이란에 보낸 메시지였다"고 주장했다. 즉 미국은 반드시 지키야 하는 레드 라인(금지선)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북한과 이란에게도 명확히 알리는 효과를 기대했다는 의미다.
한편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오토 웜비어 사건과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것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악의를 갖고 발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두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북한에서 혼수상태로 송환된지 6일만에 사망한 웜비어 사건과 관련 질문을 받고 "김정은 위원장이 (웜비어) 사건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믿겠다"고 발언, 논란을 빚었다.
헤일리 전 대사는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이전에 제재를 해제해달라는 김정은 정권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고 협상을 결렬시켰다는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의 압박'이 '최대의 아첨'(maximum flattery)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의구심에 제동을 걸었다"고 강조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밖에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기 6년 동안 정치적으로 처형된 숫자가 300명을 넘는다"면서 북한 정치 탄압과 인권 침해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