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언투어 터키항공오픈 3라운드에서 볼 다섯 번 연속 물에 들어가자 코스에서 걸어나가
동반 플레이어 카이머, "영화에서나 봤지 라이브로 본 것은 생전 처음"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세계적 골프선수가 대회 도중 볼이 떨어져서 기권한다? 골프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일이 일어났다.
유러피언투어 터키항공오픈(총상금 700만달러) 3라운드가 열린 9일(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의 몽고메리 맥스 로열GC 4번홀(파5·길이576야드). 연못(페널티구역)이 그린앞으로 삐져나와 2온을 노리는 선수들에게는 위협적인 곳이다.
세계랭킹 47위 에디 페퍼렐(28·영국)은 이날 인코스에서 출발해 직전홀까지 중간합계 이븐파를 기록중이었다.
그는 그린을 곧장 노릴 심산으로 세컨드 샷을 시도했는데 그린앞 물에 들어갔다. 그러자 볼을 꺼내 속사포를 쏘듯이 그린을 향해 계속 샷을 했다. 네 번째 샷, 여섯 번째 샷, 여덟 번째 샷….
올해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 3라운드에서 '非 선수 마커' 제프 녹스와 함께 플레이하는 에디 페퍼렐(왼쪽). 그가 유러피언투어에서 영화같은 장면을 연출해 화제에 올랐다. [사진=오거스타 크로니클] |
페퍼렐은 볼이 없어 비어버린 볼 포장 박스를 연못에 던져버리고는 동반 플레이어들에게 사정을 말한 후 코스를 벗어났다. 무단 기권이지만, 골프 규칙 상으로는 홀아웃 불이행(3.3c)에 따른 실격이다. 나중에 숙소에 돌아와서도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그와 함께 플레이한 사람은 마틴 카이머(독일), 조지 쾨츠(남아공)다. 카이머는 3라운드 후 "그는 그 홀에서 여러번 샷을 했다. 우리에게 볼이 떨어졌다고 말한 후 걸어나가버렸다."고 전한 후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갔다.
"하도 빨리 쳐서 타수 계산하기도 힘들었다. 4~5개는 물에 넣은 듯한다. 5개 쳤을 가능성이 80%, 4개 쳤을 가능성이 20%다. 우리한테 빌리려고도 하지 않았다. 더 플레이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3번홀 그린에서도 퍼터 대신 웨지로 퍼트를 하는 등 해프닝이 많았다. 라운드 중 볼이 떨어지는 장면은 TV로 방영된 골프 영화 '틴 컵'(Tin Cup)에서 본 기억이 있을 뿐 현장에서 라이브로 본 것은 처음이다."
AP통신은 존 데일리가 2011년 호주오픈 1라운드 11번홀에서 볼을 일곱 개나 물에 쳐넣고는 볼이 없자 동반자들과 악수하고 코스를 벗어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유러피언투어에서도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앤더스 포스브랜드(스웨덴)는 1994년 프랑스오픈 2라운드 18번홀에서 그린앞 연못에 볼을 9개 쳐넣은 끝에 볼이 떨어져 실격당했다.
타이거 우즈는 페블비치GL에서 열린 2000년 US오픈 때 18번홀에서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볼을 지니고 플레이한 적이 있다.
페퍼렐 소식을 들은 필 미켈슨은 "놀랐다. 나는 여태까지 그런 적이 없었다."고 소감을 적었다.
페퍼렐은 실격당했으나 두바이 레이스 랭킹 41위여서 다음주 열리는 네드 뱅크 챌린지를 비롯해 올시즌 남은 두 대회에 나갈 수 있다. 다만, 실격 외에 유러피언투어에서 별도로 벌금을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경우 페퍼렐이 동반 플레이어에게 볼을 빌려쓰면 어떻게 될까. 유러피언투어는 로컬룰에 '원 볼 룰'을 적용하고 있다. 그것은 '라운드 내내 플레이어가 스트로크하는 볼은 반드시 동일한 상표와 동일한 모델의 볼이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페퍼렐이 쓰던 볼과 같은 상표·모델의 볼을 동반 플레이어가 갖고 있었다면 빌려 쓸 수 있었다(무벌타). 같은 종류가 아닌 볼을 빌려쓰면 위반한 홀마다 2벌타가 따른다. 페퍼렐이 플레이를 계속할 의향이 있었다면, 동반자들이 갖고 있는 볼이 설령 자신의 것과는 다른 종류의 볼이더라도 그 홀에서만 2벌타를 감수하고 빌려 쓰고 5번홀에서 자신이 쓰던 볼을 조달하면 된다.
2009년 레이크사이드CC 동코스에서 열린 KLPGA투어 힐스테이트 서울경제오픈 1라운드 때의 일이다. 김하늘은 한 라운드에 볼(당시 타이틀리스트 프로 V1x) 4개를 갖고 나가곤 했는데 그날따라 OB와 워터해저드를 전전하느라 15번홀까지 볼 3개를 써버렸다. 남은 것은 달랑 하나였다.
그런데 16번홀(파5)에서 친 볼도 연못에 빠져버렸다. 그 대회에서도 '원 볼 조건'이 적용되고 있었다. 그는 동반 플레이어(유소연-타이틀리스트 프로 V1, 서희경-투어스테이지)에게 빌릴 요량으로 물어봤으나 모두 자신의 볼과 모델이 달라서 빌릴 수 없었다. 그 때 갤러리 한 명이 "비록 오래된 헌 볼이지만 내게 프로 V1x 볼이 있다"고 하여 그 볼을 빌려 세 홀을 마친 적이 있다. ksmk7543@newspim.com
터키항공오픈이 열리고 있는 터키 안탈리아의 몽고메리 로열 맥스GC 4번홀. 그린앞으로 쑥 들어온 페널티 구역이 위협적이다. 2온을 노린 에디 페퍼렐의 볼이 이 연못에 연달아 들어갔다. [사진=몽고메리 로열 맥스G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