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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가 400년 전 일본에 남긴 유묵 6점 최초 공개

기사입력 : 2019년10월15일 14:48

최종수정 : 2019년10월15일 14:50

국립중앙박물관, '일본 교토 고쇼지 소장 사명대사 유묵' 공개
사명대사, 임진왜란 후 포로 송환 협상 위해 일본 교토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경색된 한일관계에도 박물관 교류는 계속된다. 오는 12월 3일 국립중앙박물관이 개최하는 ‘가야본성 칼과 현’ 전시가 내년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과 국립규슈박물관을 순회하는데 이어 국립진주박물관에서는 오는 12월 8일까지 2019년 한일문화교류 특별전 ’조선 도자, 히젠의 색을 입다’를 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15일부터 오는 11월 17일까지 사명대사가 400년 전 일본에 남긴 유묵 6점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최초로 선보이게 됐다. 이어지는 한일 문화교류가 경색된 양국 갈등을 풀어줄 실마리가 될 지 주목된다.

사명대사 진영 [사진=동국대박물관]

◆ 임진왜란 이후 외교 활동에 나선 사명대사

사명대사는 조선 중기 불교계를 대표하는 선승이자 임진왜란(1592~1598) 때 의승군을 이끈 승병장으로 알려져있다. 임진왜란 후인 1604년 왕명을 받고 일본으로 가 강화 교섭과 포로 송환을 위해 활약했다. 일본과 갈등 속에서 사명대사의 외교력과 소통은 그 당시에도 힘을 발휘했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BTN 불교TV가 공동 기획으로 ‘일본 교토 고쇼지’ 소장 사명대사 유묵전으로 선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지난 7월쯤 한일 정치·외교적으로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상황에서도 전시 프로그램으로 마련하고 국민에 400년 전 사명대사가 남긴 유묵을 공개하는데 힘썼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5일 ‘일본 교토 고쇼지 소장 사명대사 유묵 특별공개전’ 간담회에서 “사명대사 유물은 한일간 다시는 전쟁과 불안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사명대사의 기원과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이 깃들어 있다”면서 “많은 이들이 한일 관계를 염려하고 있을 거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불교와 박물관이 문화교류를 하는 게 지속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사명대사가 쓴 최치원의 시구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사명대사는 1604년 12월부터 1605년 3월까지 교토에 머물며 교토 출신 승려 엔니와 교류했다. 엔니는 1603년 교토에 고쇼지를 창건하고 초대 주지가 됐다. 선종의 가르침에 대한 10개 질문과 답변을 정리한 ‘자순불법록’을 교토 혼포지에 머물고 있던 사명대사에게 보여주고 자신의 이해가 맞는지 의견을 물었다. 사명대사는 엔니를 인정하여 무염(無染)이라는 호와 허응(虛應)이라는 자를 지어줬고 친필편지와 시도 남겼다. 엔니는 사명대사와 인연으로 불교계에서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교토 고쇼지의 소장품이 된 엔니의 도호와 편지는 이번 ‘일본 교토 고쇼지 소장 사명대사 유묵 특별 공개전’에서 마주할 수 있다. ‘자순불법록’과 ‘벽란도’의 시운을 빌려 지은 시, 최치원의 시구, 대혜선사의 글씨를 보고 쓴 글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벽란도의 시운을 빌려 지은 시’는 임진왜란부터 10여 년 간 사명대사의 감회가 담긴 것으로 일본에서의 사명을 잘 마무리한 뒤 속세를 정리하고 선승의 본분으로 돌아가겠다는 사명대사의 의지가 드러나는 글이다. ‘대혜선사의 글씨를 보고 쓴 글’은 사명대사가 스승 서산대사가 남긴 뜻에 따라 백성을 도탄에서 구하기 위해 일본에 왔음을 밝힌 글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1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일본 교토 고쇼지 소장 사명대사 유묵 국내 최초 특별전' 간담회에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오른쪽), 본 교토 고쇼지 모치즈키 고사 주지 스님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 부대표 등이 참석했다. 2019.10.15 89hklee@newspim.com

◆ 냉랭한 한일 관계 중에도 한일 종교계·정치계 인사 전시 간담회 참석

이날 간담회에는 일본 교토 고쇼지 모치즈키 고사 주지 스님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 부대표도 참석해 전시 개막을 축하했다.

모치즈키 고사 주지 스님은 “이번 사명대사 유묵전은 한국과 일본 서로를 위한 것이자 두 나라를 잇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한국과 일본이 평화로운 관계를 앞으로도 구축할 수 있도록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도 “사명대사의 지혜와 강력한 리더십이 현재 한일관계에 더없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일 양국의 평화를 발언한다. 양국 관계가 진전되도록 노력을 기대한다”며 “백성과 나라를 위해 일어선 수많은 호국 의승의 업적이 오늘을 통해 더욱 기억되길 기원한다”고 화답했다.

사명대사가 승려 앤니에게 지어준 법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는 “사명대사의 흔적을 거슬러 가면 여러 가지가 보인다. 일본과 한국의 선인은 어려운 양국 관계를 지혜를 결집해 시대를 잘 헤쳐나갔다”면서 “현재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서도 이런 선인들의 여러 지혜, 노력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이번 전시 개막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도 “한일관계가 굉장히 어렵다. 걷잡을 수 없는 곳으로 치닫고 있는데 최근 일본 국왕즉위식에 총리도 가고 한일관계가 풀릴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와중에 일본에 있는 ‘평화 이상주의자’ 사명대사의 유물이 전시가 된다는 건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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