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을 버려"...'키즈 크리에이터'로 콘텐츠 부담감 낮춰
우리 아빠는 저렇게 안 놀아주는데...'아빠 유튜버' 인기
"채널과 함께 성장하는 두 딸 보는 게 가장 큰 기쁨"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지금은 IT업계 종사자 겸 키즈 크리에이터, 책도 몇 권 썼고 음반도 냈죠. 저 자신을 소개하라고 하면... '관종'이랄까." 서울 문래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유튜버 송태민(40) 씨는 이렇게 본인을 소개했다.
'루루체체TV' 송태민 씨. 2019.09.11 oneway@newspim.com |
그에겐 '어비'라는 예명이 있다. 물고기 '어(魚)' 에 날 '비(飛)'를 합친 말이다. 의미를 물어보니 물고기가 나는 것처럼 말도 안 되는 걸 가능케 하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유튜브를 하기 전부터 원래 '관종'이었다. IT업계에선 얼리어댑터로 유명했고, 책도 36권을 썼는데 그중 15권이 베스트셀러다. 팬 사인회도 했고, 팬 카페 회원들도 6000명 정도 있다." 그런 그는 요즘 자녀들과 함께 키즈 크리에이터로 새로운 활동을 하고 있다. 본업과 전혀 다른 분야에서 콘텐츠를 만든다.
◆ IT 종사자에서 키즈 크리에이터로
"많은 사람이 전문 분야에서 유튜브를 시작하면 자괴감이 든다. 내가 나름 전문가인데 반응이 왜 없을까란 생각이 처음에는 든다." 전문 분야가 아닌 키즈 크리에이터를 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부담감 없이 시작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그를 자녀의 한마디가 이끌었다고 한다. "첫째 딸이 학교를 다녀오더니 친구가 유튜브를 하는데 구독자가 3명이라고 자랑하더라. 딸이 부러워하길래 그럼 직접 아이디어를 기획해 보라고 한 게 시작이었다."
처음 시작한 콘텐츠. 반응은 어땠을까. 그는 "아이들이 직접 기획을 할 땐 반응이 없었다"며 "반 친구들이 눌러준 좋아요가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를 만들어도 반응이 없으니 오기가 생겼다"면서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기획에도 참여했다"고 했다.
태민 씨가 두 딸과 콘텐츠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 = 송태민 씨] |
◆ 우리 아빠는 이렇게도 놀아줘 '아빠 유튜버'
"유튜브는 대리만족이다. 자기가 못하는 것을 누군가 대신 보여줄 때 더 열광한다." 송태민 씨는 유튜브 채널의 성공 요인에 대해 이렇게 풀었다. 그는 특히 다른 키즈 크리에이터와의 차별점으로 '아빠가 자녀와 함께하는 콘텐츠'라는 점을 꼽았다.
그는 '엄마 몰래 라면 먹기'나 '엄마 몰래 밤 12시에 PC방 가기'처럼 평소 부모가 허락하지 않을 법한 소재들을 자녀들과 같이 해준다. 반응도 좋다. "영상 조회 수가 많아진 후 댓글을 보면 '우리 아빠는 저렇게 안 놀아주는데' 같은 반응이 많다. 아이들이 친구들한테도 자랑하더라. 물론 애 엄마의 '등짝 스매싱'은 각오하고 있다."
두 딸 또래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게임이나 장난감도 다룬다. 그는 "최근 '브롤스타즈'라는 게임이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인데, 다른 키즈 크리에이터들과 소위 '상자깡' 대결을 하거나 '엄마 몰래 현질하기' 등에 대한 반응이 좋다"며 지금도 실시간으로 조회 수를 확인한다.
◆ "직장인과 유튜버, 둘 다 잘해야죠"
그는 소위 '잘나가는 기업'에서 일한다. 과연 바쁜 직장 생활과 유튜브를 병행할 여유가 있을까. "업무 중에 딸아이한테 문자가 온다. 콘텐츠로 만들기로 한 장난감이 지금 문방구에 들어왔다더라. 하지만 일을 하다 말고 나갈 순 없었다. 결국 같이 못하고 딸한테 콘텐츠를 직접 만들게 한 적도 있다."
불가피한 일이 많다 보니 전업 유튜버가 되는 것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으로서 책임감도 더 크게 느낀다고 했다. 그는 "전업 유튜버는 한순간 실수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며 "또 고정적인 수입이 아니다 보니 직장생활을 그만두기가 사실 힘들다"고 말했다.
◆ 채널과 함께 성장하는 '두 딸' 뿌듯
"구독자들을 만나는 자리라 아이들이 상당히 긴장할 줄 알았는데 의젓한 모습을 보이더라. 그 순간 아이들이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송씨는 과거 팬미팅 당시 자녀들의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고 소회를 전했다.
유튜브를 하며 자녀의 성장을 지켜보는 게 큰 기쁨이라는 것. 최근엔 아이들과 공동 저자로 슬라임 만들기 책도 냈다. "첫째가 책을 내기 전 검수를 엄청 꼼꼼하게 하더라"며 성장해 가는 자녀의 모습을 곁에서 보는 것만으로 뿌듯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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