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인도 남부 지역에서 한 남성이 딸이 불가촉천민 남성과 결혼하자 해당 남성을 살해한 사건을 두고 지역 여론이 가열됐다. 그러한 가운데 인도 내 계급 장벽이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암루타 라오(21)의 아버지 마루티 라오(57)가 딸이 불가촉천민과 결혼한 사실에 화가 나 청부살인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네팔 카트만두에서 '볼 밤'('시바의 이름을 부르다'는 뜻의 힌디어) 순례 중인 순례자가 신성한 목욕을 하고 있다. 순례자들은 파슈파티나트 힌두 사원까지 약 15km 정도 걷는 동안 시바신의 이름을 노래하며 건강, 부, 행복을 빈다. 2019.08.05.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인도의 주요 상인카스트로 코마티 계급에 해당하는 암루타의 가문은 전통적으로 무역업에 종사하는 지역 중산층이다. 반면, 남편이었던 프라나이 페루말라(23)의 가문은 불가촉천민의 신분을 일컫는 달리트 계급에 속해 있다.
인도 텔랑가나주에서 거주하는 암루타와 프라나이는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나 부모의 눈을 피해 만남을 지속해왔다. WP에 따르면 암루타의 부모는 암루타에게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달리트 계급과 친구로 어울리지 말 것을 당부했고 상위 카스트와의 결혼을 압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의 반대에도 암루타와 프라나이는 지난 2018년 8월 '아리아 사마즈'라는 힌두교 개혁 단체를 통해 결혼을 진행했다. 이들은 호주로 이민을 갈 계획을 세웠으나 암루타의 임신 사실을 알게돼 이를 연기했다.
마루티 라오는 딸의 결혼식 한 달 전, 지역 정치인을 통해 사위에 대한 청부살인을 의뢰했다. 지난해 9월, 프라나이는 그의 어머니와 암루타와 함께 산부인과 예약을 마치고 나오던 길에 마루티 라오의 의뢰를 받은 살인 청부업자의 습격을 받아 사살당했다.
마루티 라오는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이며 오는 9월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지역 여론은 양분됐다. 달리트를 주축으로 수백 명의 주민들이 프라나이 가족을 방문해 추모의 뜻을 전한 반면, 일부 사람들은 명예살인이라며 암루타의 아버지를 옹호하고 나섰다. 시얌 순더 칠루쿠리 변호사는 "지정카스트(SC) 계급(불가촉천민을 법률상으로 이르는 말)의 남성이 여성을 협박해 결혼한 것"이라며 문제의 원인을 지적했다.
암루타는 지난 1월 아이를 출산했으며 프라나이의 부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다.
달리트는 인도 인구 중 약 17%를 차지하며 카스트 제도 계급 중 최하위에 있다. 카스트 계급은 인도 법률에서 사라졌지만 실질적 차별은 잔존하고 있다.
WP는 이번 사건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인도에서는 결혼과 주거 등 생활 부문에서 계급 상승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달리트들은 고용 시장은 물론 부동산 등 재물 소유에 있어서도 큰 장벽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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