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범죄 동기는 인종차별·백인우월주의
[앨패소 로이터=뉴스핌] 김근철 기자=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의 월마트 매장에서 3일(현지시간) 대형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현장에 있던 쇼핑객들이 두 손을 든 채 대피하고 있다. 2019.08.03 |
[LA(어바인)=뉴스핌]김정태 특파원=미국이 연이은 총격 범죄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총기 규제 강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의 총기 난사 사건이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백인 우월주의의 테러라는 지적이 일고,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언사가 이 같은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는 책임론도 부각되는 등 정치적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 앨패소 월마트에서 20명의 사망자와 26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총격 사건은 증오범죄가 범행 동기로 추정되고 있다. 엘패소 총기 난사 용의자인 백인 남성 패트릭 크루시어스(21)는 인터넷 커뮤니티인 에잇챈(8chan)에 올린 4장 분량의 성명서를 통해 "텍사스의 히스패닉 침공에 대한 대응"이라며 지난 3월 발생한 뉴질랜드 총기 난사를 지지한다면서 인종차별적인 혐오를 드러냈다.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는 이 같은 이유로 인종적 동기가 부여된 증오 범죄의 증거라고 설명했다.
13시간 뒤 4일 새벽에는 오하이오주 데이턴 시내에서 총기 난사범의 총격으로 10명이 숨지고 최소 27명이 부상을 입었다. 총격사건 범인은 24세 남성으로 밝혀졌으나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엘파소 총기난사 사건은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대선주자들의 유세에도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민주당 후보들은 연쇄 총기 난사 사건을 비난하면서 총기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일련의 총격 범죄가 미국의 백인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에서 부활하는 것과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증오 범죄를 조장한 책임이 있다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부터 민주당 소속 유색 여성의원들을 상대로 인종차별적 공세를 이어왔으며, 이는 주 지지층인 백인 남성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코리 부커 상원의원은 CNN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며 그는 공포와 증오와 편견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버트기에그 후보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유세장에서 "미국은 자생적인 백인 민족주의 테러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대선주자인 베토 오로크는 “멕시코인들을 강간범, 범죄자라고 부르는 대통령의 행정부에서 최근 3년 동안 증오범죄가 증가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백악관 측은 민주당 후보들의 공세를 반박했다. 미크 멀바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을 ‘병든 개인’ 탓으로 돌렸다. 그는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이 문제를 정치적인 문제로 만들려는 것은 득이 되지 않는다"며 정치적 이슈화 하는 민주당의 공세를 차단하려고 애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공세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 다만 트위터를 통해 연이은 총격 사건에 대한 규탄과 함께 피해자를 애도했다. 그는 이번 총격사건을 “비겁한 행위”라며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정당화할 이유나 변명은 전혀 없다”고 언급했다.
프란시스코 교황도 연쇄 총격 사건의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교황은 "미국 텍사스, 캘리포니아, 오하이오 3개 중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피를 흘렸다“며 3번의 총격 모두 무방비한 사람들을 목표로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교황은 총기 제조 산업을 비판해 왔다.
dbman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