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소장 임승경)은 '훼손고분 기록화' 사업의 하나로 시행 중인 '나주 송제리 고분(전라남도 기념물 제156호)'발굴 조사에서 백제 성왕대의 은제 관식과 허리띠 장식, 청동 잔, 말갖춤, 호박 옥 등이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나주 송제리 고분 원경 [사진=문화재청] |
나주 송제리 고분은 1987년 도굴된 상태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이후 2000년에 돌방(석실)에 대한 간단한 실측조사가 한차례 이뤄지면서 돌방의 평면은 사각형에 가깝고 천장은 활이나 무지개처럼 높고 길게 굽은 '궁륭형'이며 벽면은 석회가 칠해진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 고분은 옹관 핵심 분포권에 자리해 그 축조 시기와 성격을 둘러싸고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송제리 고분의 구조와 축조방법을 밝히고 보존·활용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9월까지 정밀발굴조사를 추진 중이다. 이번 조사로 고분의 규모와 구조, 축조 방법 및 새로운 고분 확인, 은제 관식 등 백제 성왕대 왕실 지배층의 복식과 말갖춤 등 영산강유역 고대 정치 조직의 실체와 변화상을 규명할 수 있는 새로운 자료가 확보됐다.
고분의 규모는 지름 20m내외, 높이 4.5m로 원형의 평면 형태다. 외곽은 원형의 도랑을 갖추고 있는데 이 내부에서 200여 점의 토기 조각이 출토됐다. 돌방은 기초를 1m 가량 다진 후에 분구(봉분)와 함께 쌓아 만들었다. 돌방은 길이 3m, 너비 2.7m, 높이 25m인 사각의 평면인 널방(현실)의 가운데에 길이 4.2m인 널길(연도)이 달린 구조를 하고 있다. 아울러 인접 지점에서는 기존에는 보고된 적 없는 새로운 고분 1기가 매장시설이 모두 훼손된 상태로 확인됐다.
돌방 출토 은제 허리띠 장식(교구, 허리띠 끝장식) [사진=문화재청] |
돌방 내부에서는 관모장식인 '은제 관식'이 나왔는데 장식 모양이 기존에 발견됐던 '은화관식'과는 다른 형태다. '관식'은 관모에 부착하는 장식으로 백제 지배층 고분에서 주로 나오는 유물이다. 기존 은화관식은 꽃봉오리 모양이 주를 이뤘던 반면 이번에 나온 관식은 풀잎 모양으로 차이가 있다. 재질(은제품)과 제작기법(좌우 대칭, 은판을 오린 다음 접어 만들기)은 은화관식과 동일하지만 함께 출토된 유물들을 볼 때 은화관식으로 정형화되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웅진기 말에서 사비기 초의 공백을 메워주는 첫 사례로 평가된다.
은제 허리띠 장식은 백제 웅진~사비기의 과도기에 주로 만든 형태다. 이 밖에 청동 잔, 호박 옥, 장식칼 부속품은 공주 무령왕릉 출토품과 동일하며 관못은 못 머리가 둥글고 은으로 감싼 원두정으로 주로 백제 고위층의 무덤에서 확인된다.
은제관식 [사진=문화재청] |
나주 송제리 고분의 유물은 이 무덤의 주인공이 가장 높은 위계의 인물이고 주로 활동한 시점은 백제 성왕대였음을 말해준다.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이번 나주 송제리 고분군 발굴조사가 마무리되면 구조 안전성 점검과 정비·복원을 거쳐 지역민들이 관람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