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중 무역전쟁을 피해 베트남으로 피신했던 제조 기업들이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무역전쟁의 피난처로 꼽혔던 베트남에 기업들이 몰리면서 인건비가 오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에 대한 강경 기조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은 의류 및 소비재 업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포츠 의류 공급업체인 에끌라 텍스타일(Eclat Textile)은 2016년 중국에서 철수해 베트남에서 생산을 늘렸지만 이제 다른 곳을 생산기지로 검토하고 있다.
이미 3년 전 중국에서 철수한 덕분에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를 피해갈 수 있었지만, 베트남이라고 안심을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 업체는 나이키, 룰루레몬 애슬레티카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헝 청-하이 에끌라 텍스타일 회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고객들은 우리가 위험을 다양하기를 원하고 있고, 생산기지가 한 나라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 의류의 50%가 베트남에서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는 다변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기업들이 미중 무역갈등으로 중국에서 빠져나와 대만,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겨야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에서 인력 수요가 커지면서 임금도 오르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 3일 베트남 언론 VN익스프레스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를 인용, 2015년부터 올해까지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매년 평균 8.8% 늘어나 동남아시아에서 세 번째(라오스 14.6%, 중국 9.8%로 각각 1, 2위)로 빠른 상승세를 기록했다고 전한 바 있다.
세계 최대 소비재 공급업체인 리앤펑의 스펜서 펑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앞서 블룸버그에 "베트남은 완전히 가득찬 상황"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최고의 무역남용국이라고 부르며 베트남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인상한 것도 기업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생산기지 다변화를 검토하도록 만든 요인이다. 어느 국가도 관세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에끌라 텍스타일의 헝 회장은 "(이런 상황이 걱정된다면) 우리는 인도와 멕시코에도 투자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걱정의 끝은 없게 된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의류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