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병 A일병, 근무 시간 편성 불이익"
"23사단 간부, A일병에게 욕설하며 의자 던지기도"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지난 8일 한강에 투신해 사망한 육군 23사단 소속 A일병이 사건 전 부대 간부 등에게 병영부조리를 겪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12일 성명문을 통해 "피해자가 근무하고 있던 소초는 오래 전부터 부대장의 묵인과 방조로 인해 병영부조리가 만연하고 있던 곳이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상황병 보직은 통상 경계 작전에 대한 경험이 충분한 상·병장이 맡지만, 부대는 피해자 A일병에게도 보직을 맡겼다. A일병은 선임병들과 상황병 업무를 보며 오랜 시간 근무 편성에서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임 소장은 "소초에 근무하던 선임은 피해자에게 주로 개인 시간을 활용하기 어려운 전반야 근무(오후 2시~오후 10시)를 맡겼다"며 "소초장과 중대장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조치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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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어선이 접안했던 강원 삼척항 현장 [사진=김규희 기자] |
부대 간부들은 상황병 경험이 부족한 피해자를 폭언과 욕설로 다그쳤다. 지난 5월 19일 부소초장의 질문에 A일병이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자 부소초장은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6월 29일에는 업무 중 실수한 A일병에게 욕설을 하다 의자와 사무용 자를 집어 던지기도 했다.
A일병은 소초에 투입된 4월부터 최근까지 동료 병사들에게 "힘들다", "상황병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다", "죽고 싶다" 등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소장은 또 "사망 즈음해 A일병과 선임병들과의 관계도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A일병이 부대 일정으로 밀렸던 포상 휴가(6월 22일)와 예정된 연가(7월 1일)를 나가게 되자 상황병 대리근무를 맡았던 선임이 화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목선과 관련해 해당 소초에 군당국이 방문했지만 상황병 조사는 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상황이 부대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피해자가 목선 경계 실패로 인한 책임을 떠안고 사망했다는 식의 주장은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국방부가 사건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사망 원인이 피해자의 개인 사유에 닿아있다는 식의 그림을 만들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국방부가 장병의 사망 사건을 대해 온 전형적인 구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사망 원인은 심리부검 등 과학적 방법으로 면밀히 따져 볼 문제"라며 "국방부는 이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수사하고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sun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