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을 앞두고 월가 머니매니저들이 리스크 헤지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휴전 연장과 추가 관세 보류 등 시장이 기대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월가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른바 상품 통화로 통하는 호주 달러화에 대한 숏 베팅과 상하이 증시의 대형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풋옵션 거래가 특히 후끈 달아 올랐다.
28일(현지시각) 세간의 시선이 집중된 미국과 중국 정상회담을 정상회담 결과를 기다리며 월가 투자자들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러셀 인베스트먼트와 UBS 등 기관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 비중을 축소한 한편 호주달러 하락 포지션을 대폭 늘리고 있다.
호주달러는 대표적인 상품 통화로, 원자재 가격 움직임과 강한 동조 현상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무역 담판이 양국의 날카로운 신경전을 진화시키지 못할 경우 경기 한파에 대한 우려가 고조, 원자재 가격을 강타하는 한편 관련 상품통화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한국 원화와 대만 달러 역시 트레이더들 사이에 ‘숏’ 대상으로 부상했다. 중국과 교역 규모가 큰 데다 소위 G2(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에 깊게 맞물린 상황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밖에 중국 대형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 차이나 라지캡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풋옵션 거래도 활발하다고 WSJ은 전했다.
UBS 애셋 매니지먼트의 에반 브라운 자산 배분 헤드는 WSJ과 인터뷰에서 “앞으로 12개월 사이 양국의 무역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당장 불거질 수 있는 무역 마찰 리스크를 감안, 전반적인 포트폴리오를 중립적으로 운용하되 리스크 헤지를 가장 우성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셀 인베스트먼트는 엔화 매입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이와 함께 신흥국 주식도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매크로 리스크 어드바이저스의 비나이 비스와나단 파생 상품 전략가는 WSJ과 인터뷰에서 “브로드컴과 퀄컴 등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창출하는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7월 만기 풋옵션으로 뭉칫돈이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보좌관 마크 쇼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휴전의 연장과 협상 재개”라고 말했다.
월가도 같은 의견이다. 바클레이즈는 보고서를 내고 “주말 협상이 추가적인 관세 및 비관세 무역 장벽을 차단하는 휴전 합의를 이끌어낼 전망”이라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또 한 차례 휴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존에 시행중인 관세가 철회될 여지는 낮다고 판단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