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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기생충' 박명훈 "다송이 자화상이 저라고요?"

기사입력 : 2019년06월13일 09:41

최종수정 : 2019년06월13일 10:09

반전 인물 근세 열연…촬영 전 지하 세트장서 간접 체험
'재꽃'으로 봉준호 감독과 인연…따뜻한 배려에 감동
연기 경력 20년 "상업영화로 활동반경 넓히고 싶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소개글에는 두 가족이 등장한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면, 이 영화는 한 지붕 세 가족의 이야기다. 지상에 사는 박사장(이선균)네,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네,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은, 박사장집 지하에 기생하는 근세(박명훈)네다.

봉준호 감독이 꼭꼭 숨겨뒀던 ‘기생충’의 히든카드, 배우 박명훈(44)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공식적으로 얼굴을 공개하기까지 8일, 자신의 캐릭터를 이야기하기까지 13일이 걸렸다. 촬영 기간까지 하면 그보다 더 오랜 시간 은둔 생활(?)을 했다. “1년 2개월 동안 SNS를 중단하고, 칸국제영화제에서 뜻밖의 프랑스 관광을 했다”면서도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배우 박명훈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6.11 dlsgur9757@newspim.com

“짜릿한데 실감이 나지 않아요. 영화 속 근세와 인간 박명훈이 동일 선상을 걸어온 느낌이죠. 영화를 찍어도 찍었다고 말할 수 없고 지하에 있어도 있다고 말할 수 없고. 하하. 근데 성격이 이상한지(웃음), 답답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영광스러워요. 황금종려상 수상작에서 중요한 역할로 참여했다니…. 너무 좋아서 실감이 안나나 봐요.”

박명훈이 봉준호 사단에 합류하게 된 건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독립영화 ‘재꽃’(2016)의 영향이 컸다. 봉 감독은 ‘재꽃’을 보고 박명훈의 술 취한 연기에 홀딱 반해버렸다. 

“당시 식사 자리에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러고 7~8개월 뒤인 지난해 3월 연락이 왔죠. ‘이런 영화를 할 거다. 여기에 한 가족 더 있는데 중반에 나와서 끝까지 가는 인물이 있다’면서 제 사진을 100장 넘게 찍어가셨어요. 이후에 다시 연락이 와서 리딩을 하자고 하셨고요. 처음에는 한 두신 나오는 단역인 줄 알았어요. 저 같은 무명 배우한테 이런 크고 중요한 역할을 주실 줄 몰랐죠. 믿기지 않았어요.”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배우 박명훈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6.11 dlsgur9757@newspim.com

어쩌면 다시없을 기회. 그러니 그 순간을 대충 맞이할 수는 없었다. 촬영 일정보다 일찍 전주(이 영화는 대부분 전주에서 촬영됐다)에 내려간 것도 그래서였다. 박명훈은 지하 세트장에 머물면서 근세의 4년 3개월 17일을 상상했다.

“근세는 평범했을 거예요. 온순한 탓에 회사에서 금방 명예퇴직을 당했겠죠. 퇴직금으로 자영업을 했을 거고 안해봤으니 망했을 거고 사채를 썼을 거예요. 쉽게 볼 수 있는 소시민인 거죠. 단지 상황 때문에 변한 거라고 접근했어요. 실제로 저도 깜깜한 곳에 누워있으니 뭔가 몽롱하고 아련해지더라고요. 말투도 느려지고요. 그렇게 평범함에서 출발했더니 더 기이해졌죠.”

일찍 현장에 내려간 건 근세를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첫 상업영화 분위기를 익히는 데도 도움이 됐다. 물론 함께한 배우, 스태프들의 배려도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봉 감독의 따뜻함은 잊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감사드리는 건 아버지께 영화를 보여준 거였어요. 제 아버지가 영화광인데 지난해 말 폐암 선고를 받으셨죠. 그걸 감독님이 듣고 올초 연락이 왔어요. 키 스태프들만 보는 시사가 있는데 아버지 모시고 오라고. 아버지가 혹여 제 영화를 못보실까 그런 거죠. 끝나고도 아버지께 어떻게 보셨냐면서 시사회 때 또 보자고 하셨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배우 박명훈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6.11 dlsgur9757@newspim.com

‘기생충’은 지난달 30일 국내에서 베일을 벗은 후 무서운 속도로 흥행 질주 중이다. 개봉 2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며 750만(12일 기준) 돌파에도 성공했다. 관심이 많아지니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도 쏟아지는 상황. 최근에는 극 초반 나오는 다송(정현준)의 자화상이 근세를 그린 거란 이야기가 돌고 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우선 저랑 비슷하게 생겼잖아요(웃음). 그리고 다송이에게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면 그건 자화상이 아니라 자신이 본 귀신을 그린 거죠. 근데 정말 SNS나 기사 댓글들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요. 저와 비슷한 생각도 많지만,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까지 많은 해석을 내놓으시더라고요. 아마 영화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많다는 거겠죠.”

박명훈은 영화를 향한 관심을 발판삼아 힘차게 달려보겠다고 덧붙였다. 대중에게는 낯설지만, 사실 그는 20년 차(데뷔작은 1999년 연극 ‘클래스’다) 베테랑 배우다. 무대에서 카메라 안으로 들어온 건 5년 정도. 그간 주로 독립영화에서 활동했지만, 이제 더 많은 상업영화에 얼굴을 비치고 싶다.

“지난 시간을 후회하진 않아요. 그때 기본기를 닦아서 이런 역할이 왔을 때 해낼 수 있었다고 믿거든요. 물론 지금은 신인의 마음이고요. ‘기생충’이 첫 상업영화고 또 이 영화를 통해 저라는 배우를 조금이나마 알렸다고 생각해요. 이걸 기회 삼아 앞으로는 영화에서 많이 인사드리고 싶죠. 다양한 역할을 통해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웃음).”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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