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수요 적어 제약업계 백신 개발 소극적 대응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확산되자 개발 본격화
[편집자 주] '치사율 100%'로 중국에서 악명 높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에 상륙하면서 우리나라 축산농가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돼지과(科) 외에 다른 동물에는 전염성이 없기 때문에 지나친 공포심을 가질 필요 없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설명입니다. 종합 민영통신 <뉴스핌>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실체와 오해하기 쉬운 내용, 대응책 등을 정리했습니다.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현해 현재까지 47개국에서 발생됐다. '치사율 100%'의 무서운 가축질병인데 왜 아직까지 백신이 개발되지 못했을까.
◆ 가난한 축산 후진국서 유행…잠재수요 부족
ASF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못한 이유는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백신 개발 자체가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돈이 안 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백신을 개발해도 ASF 발생국 정부나 양돈농가에서 백신을 구매하지 않는다면 손해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케냐와 잠비아 등 아프리카의 발생국들은 대부분 가난한 나라이고 고가의 백신을 구매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아시아지역 발생 현황 [자료=농림축산검역본부] |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되기 전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보고된 발생국은 총 14개국이다. 나이지리아와 잠비아, 코트디부아르, 케냐 4개국은 아프리카 국가다. 나머지 체코와 에스토니아,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몰도바, 폴란드, 루마니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10개국은 동유럽 국가들이다.
동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 국가처럼 가난하지는 않지만 장기간의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한 백신 개발보다는 차단방역에 주력해 ASF를 근절했다. 다만 일부지역에서 멧돼지를 통한 풍토병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백신개발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작용했다. 급성 ASF의 경우 단기에 증상이 악화되어 치사율 100%를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확보해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방역당국의 분석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적극 나서지 않은 이유는 (백신)개발 자체가 어려운 측면도 있겠지만, 백신 판매로 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다급한 중국 백신 개발 적극 나서…일본도 경쟁 가세
하지만 지난해 8월 중국에서 ASF가 대규모로 발생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중국은 물론 굴지의 제약사들이 뒤늦게 백신 개발에 나선 것.
중국은 지난해 최초 발생 이후 전국으로 확산되어 전 국토의 절반에 가까운 지역에서 총 133건이 발생됐다. 또 주변국으로 확산되어 몽골 11건, 베트남 211건, 캄보디아 7건, 북한 1건이 발생됐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양돈국가이며, 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소비량도 상상을 초월한다. 그동안 '강 건너 불구경' 했던 중국 당국이 자국의 제약사를 통해 백신 개발에 적극 뛰어든 이유다.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대량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백신 개발에 유리한 요소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시 증상 [사진=농림축산식품부] |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베트남도 백신이 절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의 경우 아직 발생되지는 않았지만 양돈산업의 규모가 커서 백신에 대한 수요는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최근 일본의 제약사들도 백신 개발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최근 중국인 입국자가 휴대한 축산물에서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백신 개발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ASF가 확산되면서 세계 주요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안다"면서 "ASF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국이 가장 적극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다만 백신이 개발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면서 "주변국 유입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우리라나도 백신 개발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