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이 기사는 5월 7일 오후 1시33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연초 쏟아진 달러 약세 전망 속에서도 달러화는 계속 강해지고 있다. 달러 약세를 외치던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당장 달러화가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며 전망을 선회하고 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4월 말 97.52까지 오른 후 5월 초에도 6일(현지시간)까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경제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에 비해 강하다는 게 이 같은 달러 강세의 주요 배경이다.
일부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과도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달러 강세가 일부 되돌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달러 약해진다고 해도 당장은 아니다
연초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 전망 일색이었다. 미국 경제 성장세가 약해지고 올여름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정도로 유로존 경제가 회복되면서 달러화 약세가 진행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예상이었다.
그러나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지난해 연말보다 6%가량 강해지며 이들의 전망을 무색하게 했다. 미국 경제는 1분기 3.2% 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돼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확인했다. 고용시장 역시 강한 일자리 창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총 4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마치고 올해 신중 모드를 보이는 연준은 올해 열린 3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연내 금리 동결 가능성에 힘을 주고 있다. 연준은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여건이 견조하다고 보지만 외부 상황과 낮은 물가를 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미 달러화의 약세가 미국 외 다른 경제의 강세가 확인돼야 시작될 것으로 본다. UBS 글로벌 자산운용의 비네이 판데 트레이딩 헤드는 미국 외 다른 나라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 달러화가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 전까지는 달러화가 호주달러와 영국 파운드, 한국 원화 대비 강해질 것으로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판데 헤드는 “달러는 여건이 변화하기 전까지 계속 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UFJ의 리 하드먼 외환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현재 가격에 반영된 통화정책 완화는 점차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것은 초기에 달러를 지지할 것으로 보이나 올해 후반에는 세계 경제가 상승세를 타면서 달러가 점점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웰스파고의 닉 브렌브록 수석 외환 전략가는 그동안 시장과 애널리스트들이 달러 외 통화에 대해 과도하게 낙관했고 달러에 대해 과도하게 비관했다고 진단하고 이들이 미국 밖 다른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너무 높게 잡았다고 판단했다. 브렌브룩전략가는 이어 “우리는 미 달러에 대해 덜 약세론자가 됐으며 다른 통화에 대해 덜 강세론자가 됐다”고 했다.
모건스탠리의 한스 레데커 외환 전략가는 “세계 나머지 경제에 대비한 미국 경제의 강세로 미국 자산시장에는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면서 “우리는 이 같은 과정이 올해 하반기 뒤집어 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데커 전략가는 “미 달러화 절하 예상 시점이 미뤄지기는 했지만, 지표는 약하고 상황의 윤곽은 여전히 의심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달러의 약세는 유럽 내부의 상황과 엮이면서 유로화 약세로 이어졌다. 4월 중 유로/달러 환율은 1.12달러대로 하락했다. 매뉴라이프 자산 운용의 척 토메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 외 나라들의 지속한 회복 조짐으로 투자자들이 자금을 달러에서 빼내 1년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유로화와 같이 값싸진 통화로 이동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토메스 매니저는 유로화 약세 베팅 포지션을 줄였으며 최근 몇 달간 유로화의 절하가 유로존 경제의 어려움을 적당히 반영했다고 판단하면서 유로화에 우호적인 호재가 곧 전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 피멍 든 원화, 달러/원 1200원 갈까
달러 강세 기조 속에서 한국 원화는 터키 리라와 스위스 프랑과 함께 대표적인 약세 통화로 떠올랐다. 뉴스핌이 추적하는 29개 통화 중 원화는 4월 중 2.36% 절하돼 3번째로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
5월 들어 달러/원 환율은 1170원대까지 오르며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도이체방크의 최경진 채권·통화 본부장은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성장 우려와 추가경정예산 규모에 대한 실망감으로 달러/원 환율이 12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 본부장은 “단기적으로 시장 분위기는 꽤 나쁘다”면서 “이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최 본부장은 2분기 경제 지표가 확실한 개선세를 보여주지 않으면 한국은행(BOK)이 향후 3개월 안에 기준금리 인하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UBS글로벌 자산 운용의 비네이 판데 트레이딩 전략 헤드는 WSJ 미국 외 경제 개선세가 확인될 때까지 호주 달러와 영국 파운드, 한국 원화 대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에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 리라는 4월 중 달러화 대비 7% 가까이 하락하며 29개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약해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자신이 속한 AK당이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패배하자 재선거를 요구하며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웠다.
터키 중앙은행이 지난달 25일 “필요하다면 추가 긴출을 하겠다”는 문구를 삭제했다는 사실도 리라화 약세로 이어졌다.
일본 엔화는 4월 중 달러화 대비 0.51% 절하됐다. 스위스 프랑은 2.41%, 아르헨티나 페소도 2.25% 각각 약해졌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