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의 용의자인 리정철이 중국에서 자유를 누리는 모습과 북한 정권의 제재회피를 도운 정황을 카타르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입수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자지라 탐사보도팀은 리정철이 암살 몇 개월 후 중국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내보내며 그가 김정남 암살 후에도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생전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리정철은 김정남 사망 후 암살에 사용된 화학무기 VX 신경작용제를 제조한 혐의를 받아 용의자로 체포됐으나 말레이시아와 북한 간 죄수 교환이 이뤄지면서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석방된 후 북한으로 추방됐다.
당시 경찰이 쿠알라룸푸르 외곽에 있는 리정철의 아파트를 수색하던 과정에서 컴퓨터 기기 5대와 전화기 4대, 염화물 1병과 함께 3만8000달러의 현금이 발견됐다.
당시 서류상으로 리정철은 톰보 엔터프라이즈라는 작은 제약회사의 IT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었고, 회사 대표는 친구에 대한 호의로 리정철을 고용했을뿐 그는 출근도 거의 하지 않았고 월급은 형식상으로 1200달러로 정해졌지만 그마저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정철이 그처럼 많은 현금을 입수한 경로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알자지라는 리정철의 당시 활동을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문서를 입수했다며, 그가 평양 소재의 고려평화무역공사라는 기업체의 수출업무를 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2017년 인보이스와 출하 문서들에서 비누 원료인 솝누들 수백톤을 중국 기업 옥소플러스리소시스에서 도매로 구입해 수출한 내용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수십만달러 어치의 솝누들은 말레이시아에서 중국 다롄을 거쳐 북한 남포로 들어간 것으로 기록됐다.
또한 리정철이 중장비를 사들이고 위성추적 소프트웨어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당시 찍힌 사진에서 리정철은 쇼핑몰과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보내는 등 말레이시아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전화 기록을 살펴보면 그가 북한 대사를 비롯한 외교관들과 긴밀히 접촉해 왔음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와 유엔 조사관들은 리정철이 북한의 제재회피를 돕는 요원으로, 외국에서 위장 취업으로 신분을 감추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리정철 등 북한 용의자들의 지시로 VX를 김정남의 얼굴 등에 발라 죽음에 이르게 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여성은 살해죄로 기소돼 수년 간 감옥생활을 했으나, 기소가 취소돼 석방되거나 감형을 받아 석방될 예정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해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국적인 도안 티 흐엉 씨가 말레이시아 샤흐 알람 고등법원에서 나오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03.14.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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