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EU가 구체적인 대상 품목을 공개했다.
시선을 끄는 부분은 대다수의 항목이 농축산물로,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을 정조준했다는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메릴랜드주(州) 옥슨힐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성조기를 끌어안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에어버스 보조금을 빌미로 110억달러 규모의 유럽 수입품에 상계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이 내년 대선에서 제 발 등 찍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현지시각) 로이터를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는 2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구체적인 관세 시행 계획을 내놓았다.
항공기와 헬리콥터부터 비디오 게임 콘솔과 담배, 치즈, 캐첩, 생선, 농산물 등 주요 산업 전반에 걸쳐 대상 품목이 선정됐다. 이와 함께 오렌지 주스와 보드카, 초콜렛 등 음식료가 상당수 포함됐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유럽이 2020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을 집중적으로 겨냥한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보잉 보조금으로 인한 유럽의 손실 규모에 대한 WTO의 분석 결과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발표될 예정이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와 맞물렸다는 주장이다.
EU는 관세 품목에 대한 공청회를 가진 뒤 여론을 수렴해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 정부의 보잉 보조금에 따른 EU의 손실액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의 판단 역시 관세 규모를 결정하는 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2012년 EU는 보잉에 대한 보조금으로 인해 120억달러 가량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 담당 집행 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유럽은 미국과 관세 전면전을 원치 않는다”며 “무역 마찰이 더 이상 고조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EU의 본격적인 무역 협상을 앞두고 보잉과 에어버스의 보조금을 둘러싼 분쟁은 합의점 도출에 대한 기대를 흐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로 촉발된 전면전을 완화하기 위한 협상을 갖기로 했고, 최근 EU가 협상 개시를 위한 표결을 마치면서 양측은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농산물을 이번 협상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을 경우 담판을 결렬시킬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농산물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도 무역 마찰에 따른 내년 대선 충격을 차단하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CNN은 EU의 관세가 미국 경제보다 정치적으로 더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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