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 내셔널GC 회원 ‘최고수’ 녹스, 올해 무빙 데이에서 세계랭킹 40위와 라운드 ‘행운’
커트 통과 선수가 홀수일 때 ‘非선수 마커’로 프로와 똑같은 조건으로 동반라운드 벌여
매킬로이와 맞붙어 1타 앞서기도…‘퍼트 달인’으로 왓슨·데이·엘스 등과 대결에서 6승11패1무
마스터스는 '최고의 대회'라는 자부심과 함께 여러가지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이 출전하는 PGA 마스터스 현장을 특파원을 통해 생생하게 전합니다.
[미국=뉴스핌] 김경수 특파원=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가 열리는 기간에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라운드 기회를 거의 매년 얻는 아마추어 골퍼가 있다. 그것도 커트를 통과한 선수들끼리 우승경쟁을 벌이는 3,4라운드에서 가장 먼저 플레이한다.
올해 마스터스에서는 2라운드 후 65명이 커트를 통과했다. 지난해보다 12명이나 많은 숫자이지만, 홀수라는 점은 같다.
오거스타 내셔널GC측은 대회 3,4라운드에서는 두 명을 한 조로 묶어 플레이하도록 한다. 그러다 보니 홀수일 경우 한 명이 남는다. 마스터스는 이럴 때 전통적으로 맨 처음 플레이하는 선수에게 ‘非선수 마커’를 붙인다. 이 마커는 선수와 똑같은 조건으로 동반플레이를 하면서 그 선수의 페이스 유지를 돕고, 스코어 카드도 책임진다.그 마커는 오거스타 내셔널GC 회원으로서 골프를 잘 치는 ‘아마추어 고수’다. 물론 선수와 함께 토너먼트티에서 플레이한다.
올해 3라운드에서 선수의 마커로 함께 플레이한 제프 녹스. [사진=오거스타 크로니클] |
올해 3라운드에서 가장 먼저 플레이한 선수는 세계랭킹 40위 에디 페퍼렐(잉글랜드)이다. 페퍼렐의 마커로는 올해도 제프 녹스(56·미국)가 나섰다. 그는 9년 연속, 그리고 이날까지 통산 열 한 차례의 마스터스에서 18회째 마커로 라운드하는 ‘행운’을 얻었다. 그것도 패트론(갤러리)들이 꽉 들어찬 메이저대회의 ‘무빙 데이’에서다. 녹스는 기권하는 선수가 없는 한 올해 최종라운드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녹스는 지난 2003년 오거스타 내셔널GC 멤버티(레귤러티)에서 61타를 쳤다. 멤버티 최소타수다. 그는 특히 퍼트를 잘한다. 그린이 빠르기로 정평난 오거스타 내셔널GC에 딱 맞는 골퍼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마스터스의 23개 위원회 가운데 하나인 ‘컵&티마커 설정위원회’(총 6명)의 멤버로도 활약한다. 퍼트를 잘 하고, 스코어가 좋은 이유가 다 있다.
이날 두 사람의 스코어는 페퍼렐이 이븐파 72타이고, 녹스는 2오버파 74타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녹스는 몇 차례 짧은 거리에서 ‘컨시드’(기브)를 받고 아마추어 골퍼들처럼 홀아웃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페퍼렐은 “연습장에서 보니 녹스의 스윙은 정말 좋더라. 그와 동반플레이를 한다고 들으니 내가 걱정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녹스는 이날 18번홀(파4·길이465야드)에서 12m 거리의 버디퍼트를 넣어 운집한 패트론들부터 선수 못지않은 박수를 받았다.
오거스타 내셔널GC측은 녹스의 스코어를 공개하지 않는다. 또 페어링 시트에도 ‘마커’로만 적어놓지 그의 이름을 적시하지 않는다. 녹스의 캐디가 입는 슈트 뒤에도 다른 선수들의 캐디와 달리 이름을 적어놓지 않는다.
녹스는 세계 톱랭커들이게 마련인 마스터스 출전선수와 동반라운드에서 6승11패1무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3라운드에서는 로리 매킬로이와 동반플레이해 녹스가 70타, 매킬로이가 71타를 쳤다. 그 다음날에는 1987년 마스터스 챔피언 래리 마이즈와 동반플레이해 더 좋은 스코어를 냈다. 녹스는 2016년 대회에서는 버바 왓슨, 케빈 나의 마커로 나섰다. 왓슨은 2012년과 2014년 마스터스 챔피언이다.
2017년 대회 3라운드 때에는 당시 세계랭킹 3위 제이슨 데이와 동반플레이했다. 데이는 “제프가 매킬로이를 능가했다고 들었으나 나는 그에게 지고싶지 않았다”며 “내가 2번홀에서 보기를 한 바람에 초반엔 막상막하로 진행됐으나 후반에 내 기량을 발휘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날 데이는 3언더파를 기록했다. 당시 녹스의 스코어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으나 78타 언저리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녹스는 2017년 최종라운드에서는 전 세계랭킹 1위 어니 엘스와 동반플레이를 했다.
몇 년전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도 두 명씩 조를 편성한 후 한 명이 남게 되자 마스터스처럼 ‘非선수 마커’를 붙여 대회를 치렀다.
올해 3라운드에서 선수 에디 페퍼렐과 동반플레이를 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제프 녹스(오른쪽). [사진=오거스타 크로니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