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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로 돌아온 '척암 김도화의 문집 책판'…반출 시기·과정은 추정만

기사입력 : 2019년04월11일 19:46

최종수정 : 2019년04월11일 19:46

문화재청, 임시정부수립일 맞춰 환수식 개최
"척암 선생 훌륭한 인물…책판 환수 필요성 판단"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문화재청은 항일의병장으로 활동한 척암 김도화(1825~1912) 선생의 '척암 김도화의 문집 책판' 환수식을 입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11일 가졌다. 뜻깊은 날 환수식을 진행했음에도, 지난 3월 매입한 이 책판의 반출 시기와 이유 등은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게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입장이다.

문화재청은 학자로서, 의병가로서 활동한 척암 선생의 공을 높이 산 것이 이 책판을 환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강조했다. 

김현모 문화재청 차장은 11일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오디토리움에서 진행된 '척암선생문집책판' 언론공개회에서 "목판이 임시정부수립(1919년 4월 11일) 기념일에 공개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어서 이 자리가 더욱 빛났다. 앞으로 관리를 통해 이 책판이 연구 자료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라이엇게임즈코리아 사옥에서 열린 의병장 유물 '척암선생문집 책판' 환수 언론 공개회에 환수된 유물이 공개되어 있다. 2019.04.11 dlsgur9757@newspim.com

이날 간담회에는 김현모 차장을 비롯해 김홍동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사무총장, 박준규 라이엇게임즈 한국대표, 조현재 한국국학진흥원장, 척암 김도화 선생 종손도 참석했다.

'척암선생문집책판'은 지난 3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국외 경매에 출품된 한국문화재 사전점검을 통해 발견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유교책판을 전문적으로 연구·관리하는 한국국학진흥원과 긴밀히 협의했다. 아울러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으로 매입에 성공했다.

'척암선생문집책판'은 척암이 생전에 남긴 글을 모아 그의 손자 김헌주 등이 1917년 편집·간행한 것으로 본집 39권 19책, 속집 13권 6책으로 구성됐다. 인출된 문집은 현재 한국국학진흥원과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소장돼 있다. 이번에 매입한 책판까지 합치면 총 21장이 전해지게 됐다. 진흥원에 소장된 '척암선생문집책판'은 2015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로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유교책판'의 일부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라이엇게임즈코리아 사옥에서 열린 의병장 유물 '척암선생문집 책판' 환수 언론 공개회에 환수된 유물이 공개되어 있다. 2019.04.11 dlsgur9757@newspim.com

이번에 환수된 책판은 '태극도설'을 담고 있다. '태극도설'은 우주의 생성, 인류의 근원 등에 대한 학문이다. 척암 김도화 선생은 퇴계학파의 마지막 대학자다. 임노직 한국국학진흥원 자료부장에 따르면 당시 400여명의 제자들이 있을 정도로 당대 최고, 영남지역에서 손꼽히는 학자였다. 

아울러 항일운동에도 앞장섰다. 척암은 1895년 을미사변과 단발령을 계기로 을미의병이 촉발되자 안동통문을 각지로 보내고 1896년 1월 안동의진의 결서을 결의했다. 같은 해 3월, 2차 안동의진에서는 71세의 나이에 2대 의병장으로 추대돼 지휘부를 조직하고 격무을 발송해 의병 참여를 호소했다.

1910년 한일강제병합에 이르자 척암은 자택 대문에 '합방대반대지가'라고 써 붙이고 상소를 올리는 등 일제의 부당함을 끊임없이 호소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한 그의 활동은 높이 평가돼 1983년 대한민국 건국포장에 1990년에 대한민국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척암 선생의 종고모부는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이다. 임노직 부장은 "척암 선생이 독립운동을 한 데에는 종고모부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임노직 한국국학진흥원 자료부장 겸 유교문화박문관장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라이엇게임즈코리아 사옥에서 열린 의병장 유물 '척암선생문집 책판' 환수 언론 공개회에서 유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9.04.11 dlsgur9757@newspim.com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김동현 차장은 "훌륭한 인물의 유산이라 꼭 환수해야 했다"고 피력했다. 김 차장에 따르면 해외 경매에서 환수 문화재 우선순위 기준은 희귀 문화재, 가치가 높은 문화재, 한국에 돌아왔을 때 직접 보존하고 활용할 때 가치가 높은 문화재다. 예를 들면 국가의 상징물인 왕실문화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환수를 진행한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박준규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대표,김현모 문화재청 차장, 조현재 한국국학진흥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라이엇게임즈코리아 사옥에서 열린 의병장 유물 '척암선생문집 책판' 환수 언론 공개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2019.04.11 dlsgur9757@newspim.com

김 차장은 "1000개 책판 중 현재 국내 소장된 것은 20장, 이번에 매입한 책판까지 합치면 총 21장이다. 누군가는 1000장 중 21장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러한 과정으로 온전한 유산이 갖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외 경매의 경후 구입 전 반드시 출처 확인을 거친다. 경매사를 통해 출처를 확인했다"며 "이 책판이 나온 곳은 독일 작은 경매사인데 오스트리아에 오래 거주하는 오래된 가문에서 소장한 책판이다. 그 이상의 상세한 자료는 남아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매입과 환수 과정에서 책판의 유출 경위는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김 차장은 "책판에 대한 더 이상의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앞서 말한 부분이 다였다. 그래서 매입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책판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고 말했다. 아울러 "문화재 도난이나 부당하게 유출된 증거가 있으면 관계 기관을 통해 법적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모든 문화재들이 정확한 기록이 없어 한계가 있다. 책판도 그랬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김동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차장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라이엇게임즈코리아 사옥에서 열린 의병장 유물 '척암선생문집 책판' 환수 언론 공개회에서 환수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9.04.11 dlsgur9757@newspim.com

김도화 선생의 종손인 김동호 씨도 환수된 '척암선생문집책판'의 유출 경위에 대해 아는게 없다고 했다. 다만 김동호 씨는 "책판이 1000장이 된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에 이러한 책판을 본 거 같다. 만든 장소도 확실하지 않다. 고향인 안동에서 한국전쟁 때문에 경북 영천시 화남면으로 증조부가 이사를 갔다. 그 때 없어지지 않았나 추측한다"고 말했다.

임노직 한국국학진흥원 자료부장은 이번이 환수된 책판이 일제강점기에 유출된 것으로 짐작했다. 임 부장은 "영천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외부의 손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책판의 가치보다 공예적 가치를 보고 누군가가 가져갔을 것이며, 그대로 외국으로 흘러간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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