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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자금성을 시민들에게 돌려준 문화계 명인 단지샹

기사입력 : 2019년04월10일 17:20

최종수정 : 2019년04월10일 19:03

취임 후 5개월간 1200개 달하는 건축물 샅샅이 살펴봐
예능프로 등 홍보 통해 친근감 있는 자금성으로 탈바꿈
지난 2월엔 고궁박물원 개관 최초 야간 개장으로 각광

[서울=뉴스핌] 김은주 기자 = 중국에서 고궁으로 불리는 자금성(紫禁城)은 중국 전통을 대표하는 최고의 문화유산이다. 최근 중국 매체들은 7년간 '고궁 경영'을 마치고 이달초 퇴임한 단지샹(單霽翔) 고궁박물원(故宮博物院) 원장의 공로를 조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중국에서는 단 원장이 고궁의 대중화와 브랜드 가치 격상에 크게 기여했다며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단지샹 중국 고궁박물원 6대 원장 [사진=바이두]

고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은 데도 불구하고, 그간 제한적인 외부 개방,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고리타분한 건축물로 여겨져 왔다.

단지샹 고궁박물원 원장은 이러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대중에게 고궁의 매력을 알리는 데 기여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고궁박물원은 명·청대에 지어진 고궁 건축물과 관련 소장품을 괸리하는 기구로 1925년 설립됐다.

1954년생인 단지샹은 중국 명문대학교인 칭화대에서 도시계획 석사 학위 및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어렸을 적 베이징 사합원 등 전통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전공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졸업 후 1980년부터 일본으로 건너가 4년간 역사도시 및 역사문화거리 보호 계획을 공부했다.

귀국 후 베이징시 계획국 부국장, 베이징시 문물국 국장, 국가문물국 국장 등을 역임했다. 국가문물국 국장으로 10년간 재직한 후 2012년부터 7년간 고궁박물원 6대 원장으로 지냈다.

취임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고궁 안에 있는 1200개에 이르는 건축물과 9371개에 달하는 방을 둘러보는 일이었다. 이 모두를 둘러보는 데 장장 5개월이 걸린 것으로 전해진다.

단지샹 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고궁이 안고 있던 여러 문제점을 언급했다. 그는 “고궁의 70%가 외부 개방을 하지 않고 있는 점, 99%의 고궁 소장품이 전시되지 않고 있는 점, 이로 인한 관람객의 낮은 관람 만족도”를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어 고궁의 가치와 매력을 알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이후 단지샹 원장의 지시에 따라 고궁박물원은 건축물 보수 및 환경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80년 전 불에 타 훼손된 옛 건축물들을 보수 작업을 진행했다. 현재는 교학 및 연구 건물용으로 쓰이고 있다. 또 고궁의 미관을 해치는 135개 임시 건축물을 3년에 걸쳐 모두 철수했다.

고궁의 외부 개방 면적도 해마다 점차 늘려왔다. 2018년 기준 고궁의 개방 면적은 2014년 52%에서 80% 이상으로 확대됐다. 기존의 1%에 불과했던 고궁 소장품 전시율은 8%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기존의 딱딱하고 엄숙하게 느껴지던 고궁이 대중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설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고궁박물원의 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했으며, 많은 관련 앱(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소장품들을 소개했다. 그 결과 2017년 고궁 홈페이지 방문 수는 8억 9100만 건으로 늘어났으며, 186만여 건 이르는 소장품들을 온라인으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2015년에는 ‘석거보급(石渠寶笈) 특별전시회’를 개최해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청명상하도 등 각종 국보를 이례적으로 전시해 이를 보기 위해 찾은 관람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어 2016년 다큐멘터리 ‘나는 고궁에서 문물을 보수한다(我在故宮修文物)', 2018년 예능프로그램 '상신료고궁(上新了故宮)' 등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고궁의 매력을 알리는 데 힘쓴다.

예능프로그램 상신료고궁 [사진=바이두]

그간 고답적으로만 느껴지던 고궁의 문화상품은 세련되게 디자인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지난해 12월 선보인 고궁립스틱은 12시간 만에 2만개 주문이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통 문양이 새겨진 6종의 고궁립스틱은 개당 199위안(약 3만3000원)에 불티나게 팔렸다.

지난 2월엔 정월대보름을 맞아 고궁박물관 개관 이래 처음으로 고궁을 야간 개장해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우리 돈 160만원짜리 암표가 등장할 정도였다.

퇴임을 코앞에 둔 지난 2일 단지샹 원장은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와 전략적 업무 협약(MOU)을 체결해 고궁박물원의 문화사업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 협약을 통해 고궁박물원은 인민일보 산하의 월간잡지 ‘국가인문역사’가 보유한 고궁의 문화상품 상표에 대한 독점 사용 권한을 부여받았으며, 향후 양측은 문화상품 전문팀을 구성해 고궁 문화상품 연구, 개발, 판매에 힘쓸 계획이다.

퇴임 후 계획에 대해 그는 “영원히 고궁을 떠나고 싶지 않다. 기회가 된다면 고궁박물원에서 연구하고 싶다. 혹은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싶다”고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eunjoo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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