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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코 채권 ‘없어서 못 사’ 신흥국 최대 입찰 홍수

기사입력 : 2019년04월10일 03:42

최종수정 : 2019년04월10일 03:42

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가 사상 첫 해외 채권 발행에 ‘홈런’을 날렸다.

100억달러 규모로 추진된 아람코의 사상 첫 해외 채권 발행에 1000억달러를 웃도는 입찰 수요가 몰려든 것.

아람코 [출처=블룸버그]

지난해 자말 카슈끄지 칼럼니스트 피살로 인해 월스트리트와 해외 투자자들에게 철저하게 외면 당했던 사우디가 화려한 ‘컴백’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아람코의 채권 발행이 본격화된 가운데 글로벌 큰 손들이 공격적으로 ‘입질’에 나선 데 따라 1000억달러를 웃도는 자금이 밀려 들었다.

입찰 수요가 아람코가 목표하는 자금 조달 규모의 10배를 웃도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신흥국 채권 발행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기록에 해당한다.

지난 2016년 사우디가 외화 표시 국채 발행으로 세운 670억달러의 신흥국 최대 입찰 기록을 아람코가 깬 셈이다.

이에 따라 아람코는 이번 채권 발행을 통해 목표치를 웃도는 총 120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3년부터 30년까지 총 6가지 만기로 발행되는 아람코 채권 가운데 특히 20년물과 30년물 채권을 매입하려는 해외 투자자들 수요가 봇물을 이뤘다는 것이 소식통의 얘기다.

30년물의 경우 같은 만기의 미 국채 대비 155bp(1bp=0.01%포인트)의 프리미엄에 발행됐고, 20년물과 10년물은 각각 140bp와 105bp의 프리미엄에 매각됐다.

또 3년물 채권이 같은 만기의 미 국채 대비 55bp의 프리미엄에 발행됐고, 5년물은 75bp의 가산 금리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긴축(QT) 중단에 따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판단이 설득력을 얻은 가운데 이번 아람코 채권 매입 열기는 고수익률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강력한 수요를 드러내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이번 입찰 기록은 통신과 헬스케어 섹터의 일부 선진국 기업을 제외하고는 보기 드문 사례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대어급으로 평가 받은 통신 업계 공룡 컴캐스트의 지난해 채권 발행도 입찰 수요가 880억달러였고, 헬스케어 업체 CVS가 세운 사상 최고치 기록은 1210억달러였다.

이른바 ‘사막의 다보스’로 통하는 사우디의 경제 포럼에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 수장들이 줄줄이 불참하는 등 지난해 카슈끄지 사태로 인해 해외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던 상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 셈이다.

런던 소재 블록엑스의 앤서니 피터스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아람코 채권 발행 과정에 정치권 쟁점에 따른 파장을 전혀 엿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아베르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의 앤서니 사이먼드 이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로드쇼는 말 그대로 활황을 연출했다”며 “아람코의 기업 가치 이외에 정부와 연결고리를 강조하는 대다수의 국영 석유업체와 달리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 강점을 부각시킨 점이 투자자들에게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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