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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로 확산되는 '정준영 리스트'…출연진 검증 시스템 없나

기사입력 : 2019년04월01일 08:39

최종수정 : 2019년04월01일 08:48

버닝썬·정준영 스캔들에 연예계 초긴장
출연자 도덕성·과거 검증 요구 점점 커져
전문가 "계약서 명기 등 시스템 마련해야"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버닝썬 게이트’에 이어 ‘정준영 리스트’로 연예계 전반에 적신호가 켜졌다. 승리와 정준영을 둘러싼 카카오톡 대화방으로 시작됐던 사건이 이제는 방송계로 번졌다. 연예인들의 도덕적 해이가 방송가 검증 시스템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 스캔들에 장수 프로그램도 속수무책…출연자 검증 시스템 문제

2007년에 첫 선을 보인 KBS 2TV의 최장수 프로그램 ‘1박2일’이 존폐위기를 맞았다. 성관계 영상 불법 촬영 및 유포로 물의를 빚은 정준영(30)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정준영은 프로그램 하차는 물론, 연예계 은퇴의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화살은 ‘1박2일’ 제작진에게도 돌아갔다. 정준영은 지난 2016년 비슷한 일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전 여자친구의 신체 부위를 불법 촬영해 고소까지 당했지만 정준영은 오해로 빚어진 사적인 해프닝이라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과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왼쪽)과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그룹 빅뱅 멤버 승리가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9.03.14 leehs@newspim.com

불미스러운 상황이었던 만큼 대중의 비난이 쏟아졌고 정준영은 당시 ‘1박2일’에서 하차를 결정했다. 이후 자숙의 뜻을 밝혔지만,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불과 3개월 만에 ‘1박2일’에 합류했다.

단순히 ‘오해로 빚어진 사적인 해프닝’이라는 말을 믿고 3개월 만에 방송에 합류시킨 것은 바로 ‘1박2일’ 제작진이었다. 당시 사건에 대한 충분한 검증은 당연히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3년 뒤, 판박이같은 사건이 또 터지면서 결국 프로그램은 무기한 방송 및 제작 중단에 돌입했다. 연예인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지만 방송가의 출연자 검증 시스템이 엉터리라는 방증이어서 시청자들의 실망은 어느 때보다 크다.

이번 사태는 KBS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준영과 동료들은 이미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정준영의 불법 촬영물이 담긴 ‘황금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분위기가 ‘재미’에 치우쳤다곤 하지만, 제작진은 아무 제지 없이 방송에 내보내며 ‘시청률’과 이어지도록 한층 자극적인 자막까지 동원했다. 

방송계가 워낙 시청률에 연연하다 보니 이른바 잘나가는 연예인이 등장하면 너도나도 섭외하려 난리가 벌어진다. 인성이나 과거 검증은 빼먹기 일쑤다. 이런 시스템 탓에 스캔들이 터졌다 하면 문자 그대로 일파만파다. 더욱이 논란이 됐던 연예인을 다시 출연시킬 때는 방송가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쳐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 ‘사생활’ 기로에 놓인 방송계…어디까지 검증해야 하나

정준영의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던 차태현과 김준호도 역풍을 맞았다. 이들이 국내에서 ‘내기 골프’를 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소속사를 통해 “내기는 단순히 게임의 재미를 위한 부분이었다. 게임이 끝난 후 현장에서 금액을 돌려주거나 받았다”고 해명했다.

내기골프로 물의를 빚은 차태현(왼쪽)과 김준호 [사진=뉴스핌DB]

하지만 ‘1박2일’에 출연했던 김준호는 이전에도 도박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자숙의 시간을 보냈음에도 재차 내기 골프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모든 것이 정준영의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밝혀진 만큼, 그 충격파가 어디까지 미칠 지 시선이 집중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방송가에서는 프로그램 출연진들의 인성뿐 아니라 사생활도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사실 프로그램 출연진들의 사생활 검증이 굉장히 어렵다.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날을 제외하면 출연진과 만날 일도, 연락할 일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촬영이 아닌 날에도 연예인들은 다른 스케줄이 있기 마련인데, 이들에게 연락을 취해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 그들도 사생활이 있기에, 자칫 그걸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다른 관계자 역시 “모든 방송사가 그렇겠지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출연진을 캐스팅할 때, 그 사람의 자질과 인성에 대해 기본적인 레퍼런스 체크를 한다. 그리고 논란이 있던 연예인들은 미팅할 때 해당 부분의 재발 여부를 묻지만, 그마저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본인이 아니라고 하면 믿어야하는데, 계속해서 물어보면 서로 감정이 상하고 결국 출연이 불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가에서도 출연진 검증 시스템을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본다. 사생활을 하나하나 체크하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다만 물의를 빚었던 사람이 다시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계약서상에 피해보상에 대한 부분을 명기하면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의를 빚지 않은 출연진도 계약서에 그런 부분이 포함돼 있으면 아무래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동안 스스로 조심하고 어느 정도의 책임감을 갖고 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lice0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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