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쇼팽:녹턴 전집' 신보 발매 이어 전국 리사이틀 진행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재현한 쇼팽은 어떤 이야기를 전할까.
피아니스트 백건우 [사진=빈체로] |
'건반 위의 구도자'로 유명한 한국 대표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6년 만에 '쇼팽:녹턴 전집'을 선보인다. 새 음반 발매와 함께 솔로 리사이틀, 오케스트라 협연 등도 예정돼 그를 기다려온 팬들을 설레게 한다.
5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백건우는 "같은 곡이라도 항상 새로운 것이 보인다. 그게 수십 년 간 작업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며 "지난해 베토벤 리사이틀을 준비하며 스튜디오에 쇼팽의 녹턴(야상곡) 악보가 있어 훑어봤다. 오래 전부터 알던 야상곡이 굉장히 새롭더라. 새로운 야상곡을 만들 수 있겠다는 기대로 시작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번 앨범은 2013년 슈베르트 앨범 이후 6년 만에 탄생했다. 작품 번호 순서가 아닌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배치해 완성했다. 백건우는 "작곡가가 꼭 순서대로 연주하는 것을 바라고 쓴 건 아니라고 본다"며 "연주자로서 청중에게 보여줄 때 곡의 흐름이나 어떻게 해야 소리가 더 잘 들릴 지 선정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사진=빈체로] |
녹음은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됐다. 녹음을 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소리였다. 백건우는 이를 통해 쇼팽의 세계, 쇼팽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무엇이 쇼팽의 세계를 잘 대변할 수 있나 고민했다. 그러다보니 야상곡이 나왔다. 쇼팽은 큰 홀에서 연주하는 것보다 살롱에서 친구들과 연주하고 진실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쇼팽 연주를 들으면 너무 조용하지만 감동을 컸다고 했다. 저도 그런 걸 재현하고자 많이 노력했다. 쇼팽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야상곡에 있다고 생각한다. 쇼팽을 가장 가깝게 그려보고 싶어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녹턴의 악보가 여러 개 있는데 폴란드에서 새롭게 편집돼 나온 가장 훌륭한 악보를 사용하고 있다. 이번에는 쇼팽의 음악 세계에 관한 책도 많이 참고했다. 쇼팽은 독특한 소리와 테크닉을 가진 피아니스트였다. 하면 할수록 핑거링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소리를 내고, 연결하고, 화음을 어떻게 끌고 나가는지, 쇼팽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쉽진 않았지만 재밌는 작업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백건우는 "녹턴은 전혀 무리하지 않고 울려야 하는 소리, 힘을 안 줘도 빛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는 소리다. 첫 녹음 당시 날이 흐려 피아노로 살리느라 조금 힘들었다. 일주일이 지나 첫 번째 녹음은 다시 해야 했다"며 "한국의 테크니션들도 외국 못지 않은 실력이고, 어떤 면에서는 앞서나간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멋진 녹음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사진=빈체로] |
이번 앨범 발매를 기점으로 백건우는 오는 12일부터 11개 도시(서울, 군포, 여주, 과천, 광명, 부산, 춘천, 대구, 인천, 음성, 안산)에서 투어를 진행한다. 리사이틀 '백건우 & 쇼팽'에서는 쇼팽의 녹턴 4, 5, 7, 10, 13, 16번과 함께 즉흥곡 2번, 환상 폴로네이즈, 왈츠 1, 3, 11번, 발라드 1번을 연주한다.
백건우는 "무대에서 들려주는 음악과 CD에 담는 건 차이가 있다. 음악회는 주어진 장소, 시간에 많은 사람들과 동시에 듣고, CD는 혼자 오롯이 집중해 들을 수 있기에 곡 선정이 다르다"며 "야상곡을 혼자 감상할 때는 참 좋지만, 큰 홀에서 연주할 때는 달라진다. 대조적인 곡들을 사이사이에 넣으면서 오히려 야상곡을 더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방 투어와 관련해 "문화는 모든 사람의 권리다. 그것을 제공하는 건 우리의 의무다. 좋은 음악을 전달하는 것이 제 즐거움이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느끼고 듣고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런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백건우의 리사이틀은 오는 12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시작한다. 이 외에도 오는 4월 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러시아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러시아 국립 스베틀라노프 심포니와 협연도 가진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