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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형평성 vs 세금 폭탄'..공시지가 놓고 갈등

기사입력 : 2019년01월22일 11:46

최종수정 : 2019년01월22일 12:33

정부·시민단체 "공시지가 시세반영률 떨어져" 인상 주장
"보유세 부담 커질 것" 반대 의견 만만치 않아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정부가 공시지가를 시세에 비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발표가 나오면서 찬반이 맞서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공시지가 정상화'를 외친다. 하지만 반대하는 쪽은 급격한 공시지가 상승은 조세저항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맞서는 상태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1일 오전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세금으로 조사한 공시지가 공시가격 '2배' 차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1.21

◆ 시민단체 “지금껏 부자들에게 세금혜택...공시지가 올려야”

시민단체들은 지금껏 공시지가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0%의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두 배 높여도 60%에 불과한데 ‘세금폭탄’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9년 토지공개념 도입 이후 서울의 대규모 33개 아파트 단지(강남3구 16개, 비강남권 17개)의 땅값시세, 공시지가, 공시가격 변화를 비교한 결과를 공개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땅값시세는 1990년 평당 730만원에서 지난해 9월 9040만원으로 12배, 8310만원 상승했다. 반면 공시지가는 1990년 1월 기준 평당 340만원에서 지난해 1월 2980만원으로, 28년 동안 9배인 2640만원이 올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1년 동안 땅값은 평당 2475만원 상승했으나 공시지가는 224원 상승해 시세반영률은 감소했다는 것이 경실련의 지적이다.

반면 2005년 도입돼 2006년 공시된 아파트의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74%로 같은 년도 공시지가 시세반영률(36%)의 2.1배로 분석됐다. 이후 지난해 1월 67%로 떨어졌지만 같은 연도 공시지가 시세반영률(38%) 대비 1.8배로 여전히 큰 차이를 보였다.

결국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아파트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의 절반에 불과, 아파트 소유자들이 토지를 보유한 기업·부동산 부자에 비해 2배의 세금을 더 부담해왔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공시지가를 2배 이상 올려 고가단독주택, 상업업무빌딩 등 재벌과 1% 부동산부자에 대한 세금특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정부도 '공시지가 현실화 움직임'..."조세 형평성 차원"

정부도 시민단체와 발을 함께 맞추는 모양새다. 부동산 급등으로 상승하는 집값과 투기를 잡고 조세 형평성을 위해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에 불을 지피고 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시가격 현실화가 보험료나 기초연금 등 다른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별도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세금 폭탄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최소한 집값이 오른 만큼은 반영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공시지가의 시세반영률은 30~50% 수준에 그친다. 김수현 정책실장 등 정부 방안은 시세반영률을  끌어올려 조세 형평성을 개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최근 한국감정원이 공개한 ‘2019년 표준지 공시지가’를 보면 땅값이 비싼 서울 명동 등 필지의 공시지가가 2배가량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별 공시지가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서울의 표준지 공시지가가 약 14%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징벌적 과세” 세금폭탄...각종 부작용 우려

반발도 만만치 않다. 공시지가가 상승할 경우 재산세·종부세·상속세 등 각종 부동산 세금이 오른다. 부작용을 최소화한다고는 하지만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부동산 과세 상승은 피할 수 없다.

정책이 현실화된 이후 '집가진 사람들'이 재산세 고지서 등을 직접 받아들 경우 크게 오른 부동산관련 세금이 '조세저항'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시지가는 각종 부동산 세금 산정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집가진 사람들'의 세부담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땅 가진 죄’, ‘집 가진 죄’로 세금을 더 많이 내야한다는 점에서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주장도 설득력있게 들린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공시지가를 현실화한 뒤 받아든 '고지서'는 몇만원 오르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며 "손바닥에 '고지서'를 받아든 순간 조세저항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거세게 흐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반발 움직임도 관측됐다. 지난해 12월 표준 단독주택 공시예정가격이 인터넷에 공개된 이후 서울 서초구, 강남구, 종로구, 종작구, 성동구 등 5개 구가 지난 10일 세종시 국토교통부에 찾아가 공시예정가격 조정을 요청했다. 해당 지역 주택의 공시예정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경우 발생하는 주민들의 조세저항을 우려한 탓이다.

공시지가 상승은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수급에도 여파를 미친다. 정치권에서는 건강보험료 상승과 기초연금수급자 대거탈락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윤종필 의원(자유한국당)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공시지가 변동에 따른 건강보험료 변화’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역가입자가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이 30% 인상될 경우 재산보험료가 최대 13%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은권 의원도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공시지가 현실화에 따른 기초연금수급자 탈락 예측통계'를 근거로 공시지가가 30% 오르면 약 9만5161명의 기초연금수급자가 탈락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iamky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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