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10시30분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 심리
심사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결과 기다릴 듯…구속되면 ‘사상최초’
법원노조, 심사일 구속촉구 국민 의견서 제출+촛불집회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사법농단 최정점’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오는 23일 열리게 되면서, 양 전 원장은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서는 헌정 사상 최초로 검찰의 피의자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자신이 평생을 근무했던 법원에서 구속심사를 받는 ‘치욕’을 겪게 됐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양 전 원장은 23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 법정에서 명재권(53‧27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구속심사를 받는다. 양 전 원장은 자신보다 25기수 어린 후배에게 구속 운명을 맡기게 된 것이다.
법원은 지난 18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뒤, 재판부 배당을 놓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5명 중 3명이 사법농단 주요 피의자와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거나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어 수사 초기부터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계속돼왔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법원은 양 전 원장과 접점이 없는 명 부장판사에게 사건을 배당하며 ‘방탄법원’ 논란을 일단락시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19.01.11 leehs@newspim.com |
양 전 원장은 변호인을 통해 구속심사에 출석할 의사를 밝힌 만큼 당일 직접 법원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포토라인에 서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양 전 원장의 구속심사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들처럼 4~5시간여 동안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구속영장만 260쪽, 받고 있는 혐의는 40여개에 달하는 데다 검찰이 양 전 원장을 ‘사법농단 사태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라고 지적한 만큼, 법리 공방이 길어지면 이보다 더 소요될 수도 있다. 앞서 구속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경우 구속심사만 6시간이 걸렸다.
구속심사가 끝난 뒤 양 전 원장은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구치소에서 구속 여부를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 구치소에 도착하면 신체검사를 받고 별도로 마련된 내부 복장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피의자를 구치소로 보내온 판사가 피의자 및 피고인이 머무는 구치소 신세를 지게되는 것이다.
때문에 사법부 최고 수장이자, 국가의전 서열 3위의 대우를 받아온 양 전 원장으로서는 피의자 신분으로 구치소에 들어가는 것 그 자체가 치욕이란 시각이 중론이다. 양 전 원장을 비롯해 사법부로서도 검찰 수사와 법원의 구속심사 그리고 구치소까지 ‘치욕’이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사진=뉴스핌DB] |
다만, 검찰이 양 전 원장에 대해 검찰조사부터 ‘전직 대통령에 준하는 예우’를 하겠다고 밝힌 것을 미뤄볼 때 자택이나 서울중앙지검에서 대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구속심사에 출석하지 않아 자택에서 결과를 기다렸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조사를 받았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조사실에서 결과를 기다린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양 전 원장이 두 전직 대통령 수준의 예우를 받을 경우, 양 전 원장의 ‘특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박병대 전 대법관(62·12기)도 양 전 원장과 같은 날, 같은 시각 두 번째 구속심사를 받게 됐다.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는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이뤄진다.
허 부장판사는 양 전 원장이 서울북부지원장으로 근무했을 당시 해당 지원 판사로 재직한 바 있지만 박 전 대법관과는 직접적인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전 대법관은 지난해 12월 첫 구속심사를 받은 바 있다.
법원이 양 전 원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양 전 원장은 대한민국 70년 역사상 최초로 구속된 대법원장으로 남게 된다.
구속심사 당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는 법원 구성원과 국민들의 양 전 원장 구속 촉구 서명서를 의견서 형태로 영장전담 재판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또 당일 저녁에는 서울 법원 청사 주변에서 양 전 원장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나설 예정이다.
법원노조는 18일 “모든 공은 다시 법원으로 왔다”며 “법원이 사법농단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은 양승태 구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원에게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구속 여부를 판단할 것을 주문했다.
adelante@newspim.com